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 한 권으로 보는 인상주의 그림
제임스 H. 루빈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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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관한 책이라면 일단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이상하게 '인상주의'라고 하니 조금 망설여졌었다. 인상주의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틀에 박힌 듯 미술사를 통해 배운 모네의 해돋이 그림이었고, 어렸을 때 책에서 봤던 해돋이의 그림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물론 지금 다시 보면 그 나름의 멋이 보이기는 하지만 딱히 내가 선호하는 그림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게 주입된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한 권으로 읽는 인상주의 그림'인데 목차를 보니 뭔가 좀 색다르다. 시기와 작가별로 가장 특징적이고 대표적인 그림을 예시로 들고 화풍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생활의 풍경이나 지극히 실질적인 모습을 담은 그림을 주제별로 나누어 도판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인상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독특한 구성이라 관심이 생겼는데 사실 인상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화가들의 이름을 보니 내가 극히 일부만을 인상주의로 기억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순간적인 빛의 변화에 의해서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풍경의 찰나를 그렸다는 이론적인 내용과 모네, 마네, 세잔 같은 화가들의 그림을 따로 떠올리고 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오래전에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때 특별전시회가 있어서 모나리자 바로 옆방에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가 걸려있었다. 예상보다 더 커다란 그림에 놀랍기도 했고 실제의 커다란 그림을 보니 그림 속 인물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각인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상주의의 처음 시작은 당시 프랑스의 주류미술이라 할 수 있는 살롱전에 입성하지 못한 화가들에 대한 조롱인 듯 했지만 새로운 화풍과 사실주의적인 표현과 색다른 기법들을 보여주며 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차례대로 글을 읽기 시작했지만 왠지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어 글읽기를 잠시 멈추고 전체적으로 도판만 살펴봤다. 그렇게 도판을 살펴보다가 설명을 읽어보고 싶은 그림이 나오면 글을 읽으며 인상주의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서고, 꽤 많은 도판중에서 낯설지 않은 그림과 작가들의 이름에 친숙한 느낌을 가지게되었다. 그러고나니 책읽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전체적인 느낌은 가득한데 사실 한 권으로 인상주의 그림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내 언어로 설명하는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정적으로만 떠올렸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폭이 확장되었고 다양한 그림을 보면서 인상주의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도판이 담겨있는데다가 설명을 위한 다른 시대 다른 화가의 그림 도판도 실려있어서 더욱 맘에 들었다.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특히 인상주의와 '정치와 사회'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였는데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음에도 그것을 인상주의와 연결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이 책이 점점 더 재밌어졌다. 딱히 미술사적인 의미와 주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도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책이었는데 뜻밖의 그림책을 읽는 재미가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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