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때도 중복때도 먹지 못한 삼계탕을 오늘 먹었다. 빠듯한 시간을 보며 식당으로 달려갔는데 대기자석까지 있는 그곳은 다행히 점심의 피크가 지나면서 자리가 나기 시작했고 옆자리의 단체손님과 약간 떨어져 앉아 먹을 수 있었다. 단체도 식사를 시작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듯 한데, 저 끝 구석탱이에 앉아있는 외국인과 자꾸 눈이 마주쳐서... 슬그머니 외면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그 사람에게 왜 안먹냐고 묻는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암배지테리언. 응? 자칫 내가 쳐다볼뻔. 괜찮다고. 올때부터 알고 있었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모두가 그의 채식주의를 안 건 아니었던 듯. 본인은 아임오케이,하지만 일행이 아닌 나도 옆에서 들으며 아임낫오케이가 되던걸?
풀에 대하여
소라는 놈은 풀만 먹고 산다. 양이라는 놈도 풀 이외에 다른 것은 전혀 먹지 않는다. 이 짐승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나는 소고기도 먹고
양고기도 먹지만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풀만 먹고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연구를 계속하는 동안 살라이가 나를
도울 것이다. (124, 레오나르도 다빈치 요리 노트)
- 피렌체 대사 피에트로 알레마니는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주에 레오나르도 선생은 제자 살라이에게 '풀 다이어트', 그러니까 풀만 먹고도 살 수 있는지 실험해보자고 했습니다. 이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구원하자는 의도에서 그런다는 것이었습니다. 레오나르도 선생이 손수 풀을 고르고 싯어 뿌리 부분을 잘라냈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살라이는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먹은 것을 전혀 소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레오나르도 선생은 그 가엾은 살라이가 해대는 불평에
울화통을 터뜨렸습니다. 가난한 주제에, 사람의 자식으로 그것도 할 수 없느냐 한탄하며 주방으로 달려가 좀더 맛깔스러운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접시
하나에는 삶은 풀이, 두 번재 접시에는 기름과 식초를 친 풀이, 세 번재 접시에는 돈저냐(동그랑땡) 모양으로 튀긴 풀이 담겨 있었습니다. 선생은
사색이 된 제자를 불러 고루 맛보고 어느 것이 으뜸인지 대라고 했씁니다. 젊은이는 울먹이며 맛을 보았습니다. 삶은 풀은 날것과 마찬가지로 소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기름과 식초를 친 풀은 입에 대기 무섭게 뱉어내버렸습니다. 그러자 분기탱천한 선생이 튀긴 풀을 한 주먹 움켜쥐고는 살라이의
목구멍으로 억지로 쑤셔 넣었습니다. 살라이는 스승의 얼굴에 토악질을 했고, 스승은 참담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습니다. 인류에게 선사할 최고의
선물을 쓸모없는 제자 놈의 이기심이 망쳐버렸다고 투덜대면서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선생은 그 일을 금세 까맣게 잊어버린 듯합니다. 잠시 후에
보니 그림 공책을 펼쳐놓고 기하학에 빠져 있었단 말입니다.
========== 다빈치의 요리노트를 엿보고 있으려니 이거 웃자고 쓴 걸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다. 발모둠요리, 정도는 애교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족발요리를 맛있게 먹지 않는가. 식탁 예절의 추태에는 식탁에 발을 올려놓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 옆 사람이 허락없이 옆사람 접시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거나 나중에 먹기 위해 식탁위의 음식을 주머니나 가방에 꿍쳐넣지 않는다, 옆사람을 꼬집거나 후려칠 수 없다, 어떤 음모도 꾸밀 수 없다(우리 어르신께서 공모하시는 경우는 예외다)는 것도 있다. 그가 모신 어르신 루도비코 스포르자는 토깽이를 옆에 묶어두고 손을 토끼털에 닦았다고 하질 않나 막시밀리아노 스포르차 어르신께서는 속웃은 전혀 갈아입지 않으시며 식사 중에는 식탁위에 족제비를 풀어놓는 바람에 이놈들이 다른 사람 음식을 들쑤시고 다닌다고 한다.
여름이니 다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계절이 된 것인가? 아니, 이번 여름에는 폴리스가 나왔는데?
가가형사 시리즈는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이 섞여있다. 이 기회에 다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구매는 좀 생각해봐야한다. 요즘 왠만한 소설책들은 정리를 하고 있는 중. 가가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니 저건 읽고 싶고... 어쩔건가.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세움은 국내 수감자 자녀와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다.(여기서 국내는 일본을 말하는거겠지)
단체가 하는 일을 설명하면 피해자 자녀도 돕지 못하는데 수감자 자녀를 도와야 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범죄 뒤에는 억울한 피해자도 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범죄자와 동일시되는 가해자 가족도 있다. 이들은 가해자가 아니지만 원죄를 함께 짊어진다. 대부분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애쓰며 묵묵히 살아간다. 일본의 비영리단체 월드오픈하트 이사장인 저자도 가해자 가족 모임을 지원한다. 그는 일본 사회, 가해자 가족 삶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상최고의사운드. 청각은 들으려는 생각이 없어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감각이다. 일면 수동적이라고 인식되기도 하는 청각의 이런 특징때문에 '소리'는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화려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조형작품에 비해 제대로 된 대접을 못받아온 면도 없지 않다.... 과학에 기반을 둔 책의 이야기는 문명의 역사와 지리, 예술과 미학까지 넘나들며 소리의 세계에 관해 들려주기 때문에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소리는 무엇일지를 자연스레 묻게 된다.
책과 그림은 읽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 '텍스트'라는 점에서 둘은 뜻밖의 친구다.
더 라스트 걸. 무너지는 나라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그래야 한다. 우리는 꿈의 크기를 줄였다.
열두가지 레시피. 운좋게 아주 좋은 올리브유를 찾아냈다면 절대 아끼지 마라. 저자는 미국의 백종원?
조리법을 쉽게 설명한다. 읽다보면 나한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자본과 영혼. 버지니아 울프나 시몬 베유는 적게 먹고 질문은 많이 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많이 먹고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롤모델을 찾아 '파리'처럼 날아다니지만 머지않아 보상받기를 바라며 곧 다음 건수를 준비한다.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우리는 피폐해진다. 철학자 김영민은 이명박 시대의 증상으로 나타난 소비자로서의 인간을 탐색하고, 장자연의 죽음에 대해 누구나 부산스럽게 의견을 내놓는 이유, 노무현의 죽음으로 김대중의 역사적 공과가 함입되는 왜곡, 용서와 고백의 실체 등에 대해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