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9
김언조 지음 / 가람기획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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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기는 하지만 뭔가 잘 정리가 되지 않아 아는 듯 모르는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인지 역사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어보려고 하는 욕심에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이걸 뭐라 해야할지, 확실히 이 책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여전히 알고 있었던 것 이상의 영국사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건 마찬가지인 듯 하다.


영국사 다이제스트 100은 영국의 역사를 100개의 장면으로 정리를 한 책으로 고대 영국의 시작에서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의 영국사의 흐름을 간략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 역사 다이제스트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왕조사 중심일텐데 그것을 생각해보지 못했다가 마치 시험을 치를 사람처럼 꼼꼼히 읽어보다가 어느 순간 내가 영국사 시험을 치르고 영국 공무원이 될 것인가, 라는 생각이 스치며 가볍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 갑자기 책이 더 재미있어진다. 묘하게 섬나라인 영국과 일본의 제국주의 식민지와 침략전쟁이 닮아보였고 자국의 국민들에게 세금을 과하게 물리고 성까지 팔아가면서 십자군전쟁에 참가했던 영국인데 합법적인 이혼을 위해 가톨릭을 버린 - 물론 단지 그 이유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야기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흥미롭게 읽힌다. 


영국사를 모르더라도 책표지의 인물이 처칠이라는 것은 다 짐작을 할 수 있을텐데 영국이라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셰익스피어 같은 인물을 빼고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엘리자베스 여왕과 대처수상을 언급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내게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보이지만 유럽연합에서 브렉시트가 관심사가 되는 것이나 대처수상의 자유주의정책, 특히 민영화정책은 수많은 영국민들을 실업의 늪에 빠지게 했던 것을 떠올리게 되는데 내게는 이 모든 것들이 당장의 국가적 이익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자국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어야 함을 우리의 정치인들이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뒤따른다. 


스톤헨지와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 철기 시대까지 유물이 발견되지만 켈트족의 기록문화가 없어서 영국의 기록은 로마의 지배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좀 신기했지만 흑사병 이후 1350년대 에드워드 3세의 시대에 자국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프랑스어 사용 금지령이 있었다는 것은 좀 놀라웠다. 유럽의 역사를 배우면서 중세의 역사만 강조되어서 그런지, 혹은 영국의 제국주의침략으로 인한 식민지전쟁으로 인해서인지 - 솔직히 이건 변명같은 말이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유럽의 중심이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역사 이야기라고 해서 정치, 경제, 인문학적인 역사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얼 그레이가 사람의 이름이며 사자왕 리처드는 용맹해서 사자왕이라 불리게 되었지만 현명함이 있지는 않은 듯 하고 왕자와 거지라는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현자같은 왕이 실존했었다는 이야기 등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한번 읽고 지나가니 다시 또 영국사가 백지상태가 되는 듯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영국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할 때 그 시대를 펼쳐놓고 읽는다면 정말 가장 짧게 읽을 수 있는 영국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유나이티드 킹덤이라고 하기에는 아일랜드의 이야기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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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왕 - 정치꾼 총리와 바보 아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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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왕'이라는 소설의 제목으로는 어떤 소설인지 짐작이 안되지만 '이케이도 준'이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읽어볼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무작정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 소설을 읽기 시작할때는 '역시 정치 이야기는 나와 안맞아'였는데 이야기의 마무리는 또 역시 '이케이도 준'이구나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전임 총리들의 잇따른 사퇴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중의원과 하의원의 제1야당이 다른 뒤틀린 국회가 되어버린 후 다시 국회의 권력을 잡기 위해 무토 다이잔은 총리로 선출되고 정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정치행보를 이어간다. 그 와중에 국회에서의 질의응답을 하는 회의장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다이잔은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국회가 아닌 클럽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이 아들의 모습으로 바뀌어버린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국가에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어 비밀을 유지하며 총리와 아들은 그렇게 뒤바뀐 모습으로 한자도 읽을 줄 모르는 바보 정치인이 되어버리고 취업면접에 엉뚱한 대답이나 늘어놓는 학생이 되어버리는데...


육체와 정신이 뒤바뀌는 설정은 별로 새롭지도 않고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정치판의 풍자를 어떻게 하려고하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크게 기대가 되는 전개는 아니었다. 하지만 황당무계한 설정이 진행되어가면서 정치가 무엇인지, 정치인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방향을 보여주고 있어서 새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총리가 아들의 모습으로 여러 회사의 면접을 다니며 면접관들과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은 우리 역시 진실을 들여다 볼만한 이야기들이다. 

신랄한 풍자와 해학으로 이야기는 잘 마무리 되는 것 같지만 한가지 좀 아쉬운 것은 정치인과 정치인 개인의 도덕성은 전혀 별개라고 주장하는 듯 보이는 이야기 전개다. 스캔들만 강조하며 국정질문을 하고 언론의 기사가 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은 이해가 되는데 정치력이 좋으면 개인의 품성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은 아닌듯하다. 이것만 아니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인생에 꼭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야. 너무나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을 때도, 어딘가에는 다음 행복으로 이어지는 조각이 있을 거야. 나는 오늘 그 조각을 하나 주웠어. 자아, 우리가 우리이기 위해서 건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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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꼭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야. 너무나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을 때도, 어딘가에는 다음 행복으로 이어지는 조각이있을 거야. 나는 오늘 그 조각을 하나 주웠어. 자아, 우리가 우리이기 위해서 건배하자. 건배!"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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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뒷모습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 2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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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4년도부터 현대문학에 실린 안규철 작가의 에세이를 모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짧은 단상과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평소 그냥 지나치던 사물들에 대한 사유를 하게 만든다. 물론 사물뿐만 아니라 언어의 유희도 담겨있는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물의 뒷모습에 대한 작가의 단상을 읽다보면 때로 저자의 시선에서는 사물의 뒷모습이지만 내게는 그것이 정면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모습이 아닐까.


책을 다 읽고난 후 뜬금없이 나 역시 나의 그림으로 써내려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유의 깊이는 다르겠지만 그것 역시 사물의 또 다른 모습이고 나의 또 다른 모습일테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단지 그림과 글의 조합이 아니라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그림과 글이 될 수 있게 더 깊고 넓은 사유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걸 보니 아직은 삶에 대한 의욕이 더 큰가보다.


모든 글이 다 좋았지만 몇가지 꼽아보자면 '나무에게 배워야할 것' '연필과 지우개' '미세먼지' '어제 내린 비' 등의 에세이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나무는 성장하기 위해 버려야 되는 잔가지들을 과감히 떨구는 것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정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릴것과 잘라낼 것을 결단하는 나무의 자세는 늘 한자리에서 기다림과 인내를 보이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늘 자신을 성찰하는 치열함이 있다는 이야기는 다시 곱씹어봐도 배우게 되는 내용이다. 

연필과 지우개에서는 글에 대한 기록과 삭제만 떠올리던 내게 연필이 그어낸 작은 선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칼날이 될수도 있을 것이며 나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될수도 있음에서 그 연필의 끝에 지우개가 달려있는 의미를 찾는 것 역시 사물의 뒷모습을 다시 보게 한다. 

미세먼지의 내용이 마음에 남은 건 자연에서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 유해한 미세먼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간이, 오랜 세월에 다듬어지는 조약돌과 달리 지금 당장 한순간의 반짝거림을 위해 인공적으로 깎아내고 있는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음은 정말 우리의 삶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고 있다. 


꺼내고 싶은 이야기와 덧붙여 나의 이야기도 풀어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읽고 사유하게 만드는 에세이 '사물의 뒷모습'은 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 모습 자체라도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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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 나를 죽이는 바이러스와 우리를 지키는 면역의 과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
신의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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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는 바이러스와 우리를 지키는 면역의 과학'이라는 부제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기에 더욱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수술후 체력도 떨어지고 면역력도 떨어져 더 조심해야하기에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기도 했다. 

이 책은 바이러스 면역학자인 신의철 교수가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해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게 설명을 하고 집단면역의 개념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러스라고 해서 뭔가 전문적이라는 생각에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우리에게도 일상적으로 친숙한 - 친숙하다니 좀 그렇긴 하지만 많이 알려져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예시와 설명으로 전체적인 책의 내용은 쉽게 잘 읽힌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염병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중세의 흑사병을 떠올리게 되듯이 바이러스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 했으며 과거에는 치명적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거의 소멸이 되기도 하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하거나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나기도 한다. 몇년전의 사스나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등을 생각하면 신종바이러스라 할 것 없이 비슷한 바이러스가 생성되고 소멸되고 또 생성되어 유행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면역'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임신부의 면역체계에 대한 것이다. 태반의 면역억제 시스템으로 인해 임신이 유지되고 태아가 무사히 태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인체의 신비인 듯 하다. 이런 과학적인 이야기에서 저자는 "몸속의 태아, 장내 유익균이 증명하듯 우리 몸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배척하거나 제거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181)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면역력이 약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책을 펼쳤는데 이 책의 내용은 그 이상으로 깊이가 있었고 내가 답해야할 내용에는 더 깊이있는 물음을 던져주고 있어서 책을 읽은 느낌이 더 오래 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으로인한 집단면역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지 않았었는데, 특히나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집단면역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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