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뒷모습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 2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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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4년도부터 현대문학에 실린 안규철 작가의 에세이를 모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짧은 단상과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평소 그냥 지나치던 사물들에 대한 사유를 하게 만든다. 물론 사물뿐만 아니라 언어의 유희도 담겨있는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물의 뒷모습에 대한 작가의 단상을 읽다보면 때로 저자의 시선에서는 사물의 뒷모습이지만 내게는 그것이 정면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모습이 아닐까.


책을 다 읽고난 후 뜬금없이 나 역시 나의 그림으로 써내려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유의 깊이는 다르겠지만 그것 역시 사물의 또 다른 모습이고 나의 또 다른 모습일테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단지 그림과 글의 조합이 아니라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그림과 글이 될 수 있게 더 깊고 넓은 사유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걸 보니 아직은 삶에 대한 의욕이 더 큰가보다.


모든 글이 다 좋았지만 몇가지 꼽아보자면 '나무에게 배워야할 것' '연필과 지우개' '미세먼지' '어제 내린 비' 등의 에세이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나무는 성장하기 위해 버려야 되는 잔가지들을 과감히 떨구는 것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정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릴것과 잘라낼 것을 결단하는 나무의 자세는 늘 한자리에서 기다림과 인내를 보이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늘 자신을 성찰하는 치열함이 있다는 이야기는 다시 곱씹어봐도 배우게 되는 내용이다. 

연필과 지우개에서는 글에 대한 기록과 삭제만 떠올리던 내게 연필이 그어낸 작은 선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칼날이 될수도 있을 것이며 나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될수도 있음에서 그 연필의 끝에 지우개가 달려있는 의미를 찾는 것 역시 사물의 뒷모습을 다시 보게 한다. 

미세먼지의 내용이 마음에 남은 건 자연에서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 유해한 미세먼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간이, 오랜 세월에 다듬어지는 조약돌과 달리 지금 당장 한순간의 반짝거림을 위해 인공적으로 깎아내고 있는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음은 정말 우리의 삶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고 있다. 


꺼내고 싶은 이야기와 덧붙여 나의 이야기도 풀어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읽고 사유하게 만드는 에세이 '사물의 뒷모습'은 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 모습 자체라도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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