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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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느낌을 적는 경우 행복을 가장하며 창작하게 되는 듯하다. 사실 글쓰기는 극도의 고적감, 실존과 무, 삶이 공허할뿐인 순간들, 상실, 공포를 진정으로 표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감정을 쓰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그 공허감은 다시 채워져 그것에 형태를 주며 공포와 대화할 수 있게 해주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의기양양하게 해준다. 비극을 그린 훌륭한 글들이 존재하지만, 죽어가는 사람이나 죽고 싶은 사람에게 이 글들은 죽음의 순간 혹은 죽음을 갈망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이 찰나의 고통에는 끔찍이도 맞지 않는 너무나 사치스러운 소리로 들릴 것이다.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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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생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현상을 분석하려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일단은그 아이디어를 존중해야 합니다. 검증도 없이 그저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감각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의욕 없는 게으름뱅이나 하는 짓이에요."
"게으름뱅이라고요?"
기타하라가 물리학자를 노려보았다.
"그렇습니다. 게으름뱅이죠.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 늘 점검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부담이 큰 일이에요. 그에 비해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는 건 편안한 일입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게으름뱅이고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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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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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습적으로 당나귀를 천시해왔다. 실제로도 당나귀에게 채찍질을 가하고, 평소에는 말로 모욕을 가했다. 당나귀는 수레를 끌고, 무거운 짐을 나르고 삶의 무게를 지탱해왔다. 삶은 자신을 도와준 자에게 감사할 줄모르고 불공평하게 대한다. 연애소설들과 총천연색 영화들에서나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삶은, 무미건조한 현실보다는 빛나는 운명들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시골길을 걷는 당나귀보다는 애스컷의 경주마들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삶보다 더 똑똑해서 당나귀의 위엄을 노래할 줄 안다. 마구간에서 예수님을 따뜻하게 해드린 건 경마장 종마가 아니라 당나귀다. 호메로스는 트로이군의 공격에 맞서 혼자 싸워 아카이아배들을 구했던 아이아스를 당나귀에 비유한다. 무거운 짐과 구타에도 당나귀의 등은 텔라몬의 방패처럼 위대해진다. 고통을 참고 견디는 당나귀는 사람들을 돕다가 박해를 당한 그리스도와도 비교된다.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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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무미건조한 현실보다는 빛나는 운명들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아니. 근데 이제 무미건조한 현실에서 빛나는 삶을 보게 되기도하니.
좋은것인가 모르겠다만. 새사제의 탄생이 뭐 그리 기쁜일인가 하게 되는 반작용이.
아니. 이건 부작용인가?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랑 뭔 상관,이었는데. 그래도 딱 잘라 말할수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것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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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단단해지는 살림 - 사색하고, 비우고, 기록하는 미니멀 라이프 이야기
강효진(보통엄마jin) 지음 / 비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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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방을 둘러보니 - 아니, 솔직히말하자면 책을 읽는 중간중간 자꾸만 내 방을 두리번거리게 되었는데, 지금 당장 읽던 책을 덮고 뭔가 하나씩 정리를 해 보고 싶은 마음과 읽고 있는 이 책을 다 읽어 하나를 마무리 하고 그 다음 내가 해야하는 일을 정리해 하나씩 지워나가자 라는 마음이 교차했다. 물론 현실의 실상은 정리도 못하고 책도 다 읽지 못하고 잠들어버렸다는 것이지만.


이 책은 '보통엄마jin'이라는 유튜브채널을 운영하는 강효진의 "미니멀 라이프에서 발견한 나다운 살림법"을 정리, 청소, 친환경, 제로웨이스트 등의 이야기를 비움을 통한 미니멀 라이프, 루틴과 습관을 통해 정리와 청소를 하는 방법, 친환경을 통한 제로웨이스트의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나 역시 나자신만의 습관과 방법과 실천으로 다 해내볼 수 있는 것이지만 왜 그녀는 성공을 하고 나는 늘 실패를 거듭하며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다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들에 대해 하나씩 정리하며 해낼 수 있는 만큼의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저자는 늘 막연하게 영어를 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곤 했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유튜브채널 번역을 위한 영어공부라는 목표를 세우고 날마다 두시간동안 영어공부를 하는 계획을 실행하는 것으로 영어공부 방식을 바꾸고 알람을 맞춰 공부를 하게 된 이후 알람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책을 덮어버릴때가 있고 가끔은 조금 더 공부를 하게 되기도 한다고 했다. 영어를 잘해야겠다라는 마음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날마다 공부를 하는 습관들이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것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이다. 


비움에 있어서도 어느 순간 신나게 비워나가다가 잠시 보류해뒀던 물건들에 대해 결정을 하지 못하고 다시 쌓아두면서 미니멀 라이프와 다시 멀어져버리고 늘 반복되면서 더 많은 물건이 쌓이곤하는데 이런 정체기에 대한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새롭게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할 힘을 길러본다. 지금 가장 많이 쌓여있고 정리가 안되는 것이 책인데 너무 오래된 책들은 나를 포함해 누군가가 다시 읽기에 적당하지 않아 과감히 종이 재활용으로 분류를 해 놓고 내 취향이 아니거나 한번 읽고 몇년이내에 다시 읽게 되지 않을 것 같은 책은 첫번째로 정리를 하고 일단 소장하기로 분류해놓은 책들은 시간을 두고 조금씩 다시 판단을 하며 정리해야겠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지만 자꾸만 보류해놓는 책들이 늘어나면서 자꾸만 정리하는 걸 미뤄두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내 스스로 정한 대원칙을 다시 떠올리고 한꺼번에 다 정리한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하루에 한 권씩, 일주일에 한번은 반드시 정리할 책을 끄집어내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나도 이제 비우고 기록하며 정리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삶이 시작되리라는 기대감을 가지며 일단 오늘은 내 책상정리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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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돌다리 아래로 물결무늬를 이루며 세차게 흘러가는 시커먼 다뉴브 강은 지나간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 같다. 현재의강물이 아닌, 이미 사라졌고 또 앞으로 사라질 강물을 말이다. 140



강자들, 즉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연약함을 숨기고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려 애쓰는 사람들에게 삶이란 게 녹록지 않듯이, 그녀에게 삶은 녹록치 않았고 현재도 그렇다. 자신의 불확실한 실존을 인식하며 의식을 갖고 사는 사람에게 삶은 버겁다. 반면 약자들, 다시 말해 자신의 연약함을드러내며 모든 삶의 무게를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지우고 자신은 고상하고 아름다운 영혼인 것처럼 온갖 응석을 다 부리며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삶은 너그럽다.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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