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볼 때마다 어디서 저런 기운이 나올까, 싶을 때가 많다.
가만히 있어도 늘 움직이는 것처럼,
뭔가를 차려내는,
특별한.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피식민지이거나 아니거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엄마는 가만히 있어도 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능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머라이어를 보면 볼수록 내가 사랑하는 엄마의 면모가 점점 더 많이 떠올랐다. 손이 엄마 손과 아주 똑 닮았다. 손가락이 길고 손톱은 넓적한, 큼지막한 손. 두 사람의 손은 뭔가를 아름답게 차려내는 도구 같았다. 때로 강조하고 싶은 게 있으면 허공에서 손을 멈췄는데, 그럴 때면 두 사람의 손은 순식간에 무언가 특별한 것을 담은 그릇이 되었다. 그 손을 보며 악기를 아주 잘 다루게 생겼다는 생각이 드는때도 있었다. 사실 둘 다 음악 쪽으로는 영 젬병이었지만. 50






어떤 여자가 팔던, 신기한 씨앗을 엮어 만든 목걸이 사진, 박물관에서산 꽃병 사진도 있었는데, 그 꽃병은 사라진 문명의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의 복제품이었다. 어떤 실재를 찍은 사진이 종국에는 그 실재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건 왜일까? 아직 그 답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 아무 생각도 아무 느낌도 없이 마치 마취 상태처럼 누워있었다. 좋지 않았다. 머릿속이 텅 비면 뭔가를 불러들일 텐데, 대개는나쁜 것이라서 그렇다.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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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2-01-3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세계 끝자락에서 태어난 여자애였고, 고향을 떠나는 내 어깨에는 하인의 망토가 둘러져 있었다. 78
 
오리지널의 탄생 - 세계사를 바꾼 28가지 브랜드
세상의모든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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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미국인 영어 강사가 수업시간 주제로 브랜드 이야기를 꺼냈다. 비싼 브랜드를 좋아할 이유는 없다고 말을 꺼냈지만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운동화는 나이키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내가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는 바로는 자신의 동네에서 젊은 청년에 의해 나이키가 탄생했으며 초기에는 그저 동네의 평범한 운동화일뿐이었다는 이야기였다. 농담처럼 동네의 공장에서는 싸게 구입할 수 있어서 가족에게 늘 나이키를 사서 보내달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외국에 있는 조카 역시 친구가 고향에만 다녀오면 늘 트렁크 한가득 곰모양젤리를 싸들고 온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친구의 고향이 곰모양젤리를 생산하는 공장이있는 곳이라나?

그때는 그저 이 유명한 브랜드들의 시작이 있겠구나...라는 생각만 스치고 지나갔는데 '오리지널의 탄생'을 펼치니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의 시작과 변천사가 담겨있다. 원래 처음부터 있었을 것만 같은 브랜드들의 탄생과 여러 변화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것이 무척 흥미롭다.


'활명수'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이며 그 활명수를 만든 민병호의 아들 민강은 동화약방을 설립하고 독립운동을 하였다고 하는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레고는 덴마크어 '잘 놀다'라는 뜻의 단어를 조합해 만든 말이며 나무 조각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의 플라스틱 조립조각이 있기까지 변화의 과정뿐 아니라 전쟁의 영향이 있다는 것도 좀 흥미롭다. 전시의 위험과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더 사주게 되며 레고의 사업은 번창했다고 하는데 전쟁상황은 레고뿐 아니라 타바스코 소스, 모노폴리, 크리넥스, 질레트 등 다양한 일상 용품들의 탄생과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다. 

접착식 메모용지인 3M의 상징처럼 된 노란색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 갖고 있던 종이가 노란색이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코카콜라에는 정말 코카인이 함유되어 있었는데 마약류로 분류되기전에 코카인을 빼놓았고 상표의 디자인을 위해 k가 아니라 c로 철자를 바꿨다는 것이나 맥도날들의 금색 아치형 로고도 상징처럼 되었는데 브랜드명의 디자인도 무시못하는 것임을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된다. 

악마의 음식(!)이라는 그 맛있는 누텔라는 발명했다기보다는 초콜릿이 녹아 급하게 보관하느라 항아리에 담아두었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며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우유함량을 더 높여 조금 더 건강한 초콜릿을 만들게 된 것이 킨더라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야기를 꺼내다보면 모든 브랜드의 이야기가 다 재미있고 브랜드 나름의 역사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고 떠들게 된다. 브랜드의 이야기를 굳이 알아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오리지널들의 '가치와 철학'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상당히 유의미한 존재가 되는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뭐 또 굳이 그런 의미를 가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가볍게 읽어보시길. 일상의 소소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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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ㄲㄱㄱㅁㅇᆞㅇㄱㅇㄱ


새벽에 잠이 깨어 시간을 확인하는데 보이는 화면이.
글 올리려다 그냥 졸며 잠들었나보다. 이럴정도로 정신이 없다니.
아니, 그래도 생각났다. 책주문하려고 했는데 시스템 점검중.
애써 받아놓은 이벤트쿠폰을 못쓰게 되어부럿는데 그건 어쩌나, 라는 생각을 하다 잠든거였다.
세상의 온갖 부당함에 비하면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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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8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잠은 편히 주무세요. 전 뭐하다가 깜박 잠들면 잔것같지도 않은것이 더 피곤하다는... ㅎㅎ
 
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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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는 그의 때가 있으리니


그때부터 나는 힘, 지성, 어리석음, 아름다움, 비열함, 약함이란 것이, 빠르건 늦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상황이고 부분들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삶의 숙명이나 자신의 성격 탓으로 돌리며 이를 악용하는 사람은 한 시간이나 일 년 후 형언할 수 없는 똑같은 이유로 공격당할 것이다. 똑같은 일이 국민들, 그들의 덕, 그들의 멸망과 번창에도 일어난다. ‘최종 해결책‘과 관련된 제3제국의 한 공무원은 몇 년후 유대인들이 아주 큰 군사력을 지닌 국가를 건설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짓밟혀온 한 소수민족의 활기찬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이런 기억과 생각까지, 정의를 가르쳤던 그 옛날수업까지 떠올리게 해준다. 311


아무리 졸면서 읽었다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그저 각자에게는 모두 그의 때가 있다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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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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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이전 빈 사람들은 브라티슬라바를 한 시간 안에 도착해서 백포도주를 맛보고 돌아올 수 있는 즐거운 변두리 정도로만 생각했다. 브라티슬라바의 포도주 전통은 9세기 대모라비아 슬라브 왕국 시절에 이미 꽃폈고, 포도주 상인들의 수호성인 성 우르바노가 이를 지키고 있다. 도시의 매력적인 바로크식 광장들과 버려진 골목들을 돌아다니다보면, 역사는 언젠가 다시 피어날 아직 살아 있는 많은 것을 여기저기에 놔두고 지나갔다는 인상을 받는다.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슬로바키아 시인 라디슬라프 노보메스키는 그의 시에서, 카페에막 놔두고 온 낡은 우산처럼 잊은 채 내버려둔 1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물건들은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여기저기 놔둔 우리 삶의 낡은 우산들은 언젠가 우리 손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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