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볼 때마다 어디서 저런 기운이 나올까, 싶을 때가 많다.
가만히 있어도 늘 움직이는 것처럼,
뭔가를 차려내는,
특별한.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피식민지이거나 아니거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엄마는 가만히 있어도 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능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머라이어를 보면 볼수록 내가 사랑하는 엄마의 면모가 점점 더 많이 떠올랐다. 손이 엄마 손과 아주 똑 닮았다. 손가락이 길고 손톱은 넓적한, 큼지막한 손. 두 사람의 손은 뭔가를 아름답게 차려내는 도구 같았다. 때로 강조하고 싶은 게 있으면 허공에서 손을 멈췄는데, 그럴 때면 두 사람의 손은 순식간에 무언가 특별한 것을 담은 그릇이 되었다. 그 손을 보며 악기를 아주 잘 다루게 생겼다는 생각이 드는때도 있었다. 사실 둘 다 음악 쪽으로는 영 젬병이었지만. 50
어떤 여자가 팔던, 신기한 씨앗을 엮어 만든 목걸이 사진, 박물관에서산 꽃병 사진도 있었는데, 그 꽃병은 사라진 문명의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의 복제품이었다. 어떤 실재를 찍은 사진이 종국에는 그 실재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건 왜일까? 아직 그 답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 아무 생각도 아무 느낌도 없이 마치 마취 상태처럼 누워있었다. 좋지 않았다. 머릿속이 텅 비면 뭔가를 불러들일 텐데, 대개는나쁜 것이라서 그렇다.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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