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동네 길고양이
우재욱 지음 / 지성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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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현관앞은 어느샌가부터 고양이 길이 되었다. 문을 닫아둘때는 잘 모르지만 여름철에 현관문을 열어두고 있으면 느긋하게 사뿐거리며 걷다가 가끔 집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지나가는 고양이들을 자주 본다. 작년 장마철에는 뜻하지 않게 새끼고양이들이 지나가는 걸 모르고 현관문을 열었다가 놀란 새끼고양이 세 녀석 중 한녀석은 재빨리 도망쳐 뒷집 담벼락에 붙어있고 미처 뛰어달아나지 못한 두 녀석은 의자밑에 숨어 내 눈치를 보며 떨고 있었다. 이런 경우 살며시 현관문을 닫고 가만히 집안에 있었어야 했을까? 길고양이들에 대한 태도가 어찌해야하는지 궁금했는데 왠지 이 책을 보면 길고양이들에 대한 습성을 알고 좀 웃긴얘기일지는 모르지만 서로 피해가 가지 않는 입장이라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정당성을 줄 수 있지는 않을까 라는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람동네'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양이의 습성상 집고양이로만 살아갈 수 없으면 야생고양이로 살아야 하는데 그 '야생'이라는 생활자체가 사람과 연결되지 않는 야생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도 사람이 주는 먹이를 찾아오기도 하며 동네 골목을 누비기도 한다. 때로는 옆동네에서 찾아오는 고양이를 만나게 되고도 하고. 

내게 가장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골목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길에 마주친 녀석은 늘 가던 길마냥 열려진 대문밖으로 나와 길을 건너다 나와 마주치기 전에 재빨리 주차된 차량 밑으로 들어가버렸다. 바삐 걷다가 혹시나 해서 뒤돌아봤더니 차 앞 바퀴에 엎디에 느긋하게 엎디어있으려다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그녀석의 휴식을 방해한걸까 싶어 못본척 고개를 돌리고 지나쳤다. 


고양이책 대부분은 귀여움이 넘치는 녀석들의 사진이 가득하거나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자신의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라 뒷산에서 만나거나 주말집에 찾아 온 이웃집의 고양이,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 등 사람사는 동네에서 오며가며 마주칠 수 있는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고양이들의 습성이라거나 서열에 따른 먹이를 먹는 순서, 활동 영역, 암수의 다른 성향 등 고양이에 대한 지식습득을 할 수도 있고 고양이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고양이가 사람음식을 먹으면 신장이 나빠져 빨리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사람동네에 사는 고양이들은 그래서 수명이 짧기도 하고 살이 쪄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장이 안좋아 부은것일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납득이 가고 - 실제 고양이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마주치게 되는 고양이들에게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지나친 관심을 갖지는 않겠지만 야생성을 가진 길고양이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으니 강아지들마냥 쓰담쓰담은 시도해볼 생각을 안할것이며 내가 내 갈길을 가듯 길고양이들이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것을 이웃처럼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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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04-09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길냥이들은 인간 음식을 먹고 물을 구하지 못해 신장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답니다. 겨울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털이 찌기도 하구요. 무관심은 괜찮지만 혐오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에게도 험한 세상, 길냥이에게도, 저기 나무 위에 있는 새에게도, 모두에게 험한 세상인 듯 싶습니다.

치카님의 마지막 말씀 좋습니다. 이웃처럼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chika 2022-04-09 09:07   좋아요 1 | URL
특히 마실물이 없어 안좋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그래도 동네마다 사료 챙겨주는분들이 다 있어서 전 보기좋더라고요. ^^
 

목표: 눈에 보이는 결승선을 정하자

목표는 필수적이다.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어떻게 목표에 다다를지 계획을 구상할 수 없다. 지치거나 낙담하는 순간이 불가피하게 찾아와도 계속해서 힘을 내 과업을 수행할 불꽃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결승선을 설정하고 지향하는 목표를 수립하면 정신력을 강화해 도달해야 하는 목표에 집중할 수 있고, 튼튼한 감정의 토대를 구축하면 계속해서 활기를 북돋울 수 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이든 단 한 번의 엄청난 도약으로 달성할 필요는 없다. 이런 생각은 너무 강박적이며 비현실적이다. 대신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한 번에 하나씩 승리를 맛보며 나아가야 한다. 자신이 바라는 체력에 도달하고 체형을 만들려면 목표를 세운 첫날 침대에 30분 더 누워 있는 대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패스트푸드가 아닌 건강한 집밥을 먹어야 한다. 마트나 세탁소를 갈 때 차가 아닌 두 다리를 이용해 걸어가야 한다. 그러면 분명 목표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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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속성

본디 기억이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희미해지다가 완전히 소멸한다. 끝내는 사라지는 것이다. 기억의 속성은 시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축늘어지고 사라지는 반면, 어떤 기억은 죽지 않고 계속 지속된다.
나뭇가지에 걸린 시계가 암시하듯 생명체의 죽음 이후에도죽지 않고 지속되는 기억, 부패할 만큼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유지되는 기억, 나를 평생 짓누르는 기억들의 지속. 달리는 끈질기게 지속되는 기억의 속성을 놀라운 시각으로 표현해 냈다.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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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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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한 소설의 제목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말뜻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 내용이 궁금했다. 그저 뻔하게 '살아가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도무지 중반을 넘어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잡을수가 없었다. 내가 이제는 이해력도 떨어지는가보다, 라는 한탄을 할때쯤 서서히 이야기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고 인물관계와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얽혀있는 관계가 명확히 보이기 시작해서야 이 소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병원이다.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친구 도모야를 찾아 매일 병문안을 오는 유스케, 한창 젊음의 패기가 넘치는 시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을 찾아 친구의 곁을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두 사람의 우정은 어떤것인가 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소설은 과거를 거슬러 도모야와 유스케의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시작하여 시간을 건너뛰며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에 그들에게 영향을 끼친 부모의 사상과 친구의 영향, 그들의 삶은 운명적일수밖에 없다거나 서로 다른 부류의 사람 - 산족과 바다족으로 나뉘는 인류는 결코 융화될 수 없으며 타고난 생태에 따라 잘 할 수 있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이 나뉜다는 등의 이야기는 그 흔한 사이비집단에 대한 고발도 아니면서 왜 그리 집요하리만큼 자세히 하고 있는지 책장을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는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해하며 단편처럼 끊기던 이야기들이 다 연결되며 이야기속에 빠져들게 된다. 나는 사실 그때쯤 설렁설렁 책을 읽었던 것을 후회했다. 짜임새를 정교하게 기억해내지 못하는 후회는 이미 늦어버렸다. 


거짓임을 알지만 믿는 척하며 살아가는 것, 거짓이라 생각하며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 내가 나로서 살아가기보다 너의 존재로 인한 나의 삶,인걸까 생각해보지만 솔직히 확연히 이해를 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삶의 의미를 찾아 나 자신을 드러내야만 하는 것일까,에 대한 상념은 부정적임을 깨닫는다. 너로 인해 내가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 가 아니라 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의 존재 자체가 삶의 의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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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매거진 Next Magazine Vol.0 Door - 창간호
디앤디프라퍼티매니지먼트 편집부 지음 / ㈜디앤디프라퍼티매니지먼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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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집 문이 잠겨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늘 빈집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나였으나 어릴 적 열쇠라는 걸 들고다녔던 적도, 어딘가에 넣어 둔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던 기억도 없다. 다들 아는 이웃들이고 예로부터 도둑이 없다고 소문이 난 내 고향에서는 80년대까지만해도 길을 지나던 사람이 대문 열린 집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대문이 잠기기 시작했을까. 사실 나도 대문단속에 민감해지기 시작한 것은 새옷을 빨고 널어둔 날 옷을 통으로 잃어버리고난 후부터이다. 형제많은 집의 막내인 내게 새 옷은 흔치않은 일이었는데.....


'문'이라고 하면 경계와 구분이 떠오르지만 또한 동시에 연결이 떠오르기도 한다. 

라이프스타일매거진,이라 설명하는 것이 더 쉽게 다가오는 이 책은 넥스트 매거진의 창간호이며 건축, 인테리어, 공간, 가구...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생활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냥 보여지는 평면적인 모습이 아니라 '문'에 담겨있는 인문학적 세계를 느껴볼 수 있다. 현재, 과거, 미래를 조명하며 '문'이 갖는 의미에 대해 여러 건축가들의 글을 담기도 했으며 영화속 문의 상징과 문의 문맥, 실재하는 문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의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적인 건축과 인테리어의 변화에 따른 문의 모습의 변화도 보여주고 있는데 그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펼쳐보게 되기도 한다. 


"조그마한 구멍은 빛과 바람을 느끼게 하고, 낮과 밤을 알 수 있게 하고, 결국 사람을 살린다. 구멍 사이로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빛줄기는 외부와 나를 연결하는 안식이 되고, 구멍으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과 달은 내 벗이 된다. 그러니까 창과 문은 '생명의 구멍'이고, 세상과 생명, 자연과 우주를 연결하는 지점이다"(116)

                                                                                                                                    '빛과 바람이 머무는 문'의 한옥 창호에 대한 기사와 김순기 소목장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함축적인 '문'에 대한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오래전 이탈리아의 소도시에 갔을 때 광장을 중심으로 건재해있는 옛집들을 보고 있었는데 일행중 누군가가 창문을 유심히 보라고 하며 벽돌의 색이 좀 달라보이지 않냐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옛도시의 집들은 돌로 쌓아올려서 창문을 자그맣게 만들어놨는데 보수가 필요할 때 그 부분의 돌만 빼놓고 다시 쌓아올려야해서 보수도 쉽지 않고 어쩔수없이 보수를 해야할 때는 똑같은 돌로 쌓을수가 없어서 새롭게 보수한 문이나 창문은 벽돌과 색이 다를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오래전이라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문'이라는 것이 외부로부터의 보호와 차단이 되기도 하지만 막힌 공간인 집을 외부와 연결시켜주는 것이라는 생각은 그때 처음 했던 것 같다. 


문의 실질적인 모습은 계속 변화해나가겠지만 아무도 찾아가지 않아 늘 겨울이었던 거인의 정원을 경계짓는 문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로우테크의 문'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타임슬립을 위한 시공간을 드나드는 문은 현존하지 않는다해도 아쉽지 않지만 소통을 위해 여는 마음의 문은 늘 쉽게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 "주변을 이해하고 그 장소에 가장 어울리는 문이 놀랄만한 기술이 적용된 문보다 훨씬 우리 도시의 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드리라는 생각이 든다"(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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