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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속 여행 ㅣ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평점 :
쥘 베른의 소설을 떠올려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15소년 표류기와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어린시절에는 그저 흥미롭다고 읽었던 소설이지만 지금 다시 쥘 베른의 글을 생각해봤을 때 그의 소설 속에는 그저 허구의 세계와 호기심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관찰과 인간의 심리와 관계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 읽어보는 '지구 속 여행'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현대의 과학으로는 이 소설 속 이야기가 터무니없이 맹랑한 이야기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삼촌인 리덴브로크 교수의 집에서 함께 생활화는 악셀은 아이슬란드의 고문서에서 발견된 암호 쪽지를 뒤적이며 보다가 우연찮게 암호의 비밀을 풀게 되고 그 메모의 내용이 지구 속으로 탐험 해 들어가는 길 안내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악셀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기지만 광물학자인 리덴브로크 교수는 즉시 메모에 표시되어 있는 지구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아이슬란드의 분화구를 찾아 떠나기 위해 서둘러 여행 짐을 꾸린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해 길 안내인 한스를 소개받아 그들은 사크누셈의 표시대로 지구의 중심을 향한 모험을 시작하는데...
사람이 만들지 않은 천연 광산이라거나 거대한 호수, 완벽한 인체를 구성하는 시신의 뼈 무덤, 거대한 동물에서부터 시각을 잃은 거대 물고기까지 우리가 고대의 세계를 상상할 때 등장할 것만 같은 지구 속 환경의 묘사도 흥미롭지만 나는 악셀이 길을 잃거나 실신해 쓰러졌을 때 항상 그를 구해내는, 아니 삼촌 리덴브로크 교수에게도 없어서는 안되는 안내자 한스의 존재가 더 흥미로웠다. 그에 더해, 언제나 가장 중요한 조력자는 현지인일수밖에 없는 것인데 책을 읽다가 한스의 보수에 대한 짧은 내용이 나와서 쥘 베른의 소설은 항상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 새로운 모험으로 뛰어드는 이야기일뿐 아니라 관계에 대한 이야기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한스가 원하는 만큼 보수를 줄 것이며 교수가 주는 만큼 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모든 여정이 끝나고 한스는 충분히 넘치도록 넉넉한 보수를 받았다. 지금도 누군가는 일한 만큼의 보수를 받지 못하는 시대이며 차별이 존재하는데 스치듯 언급되는 그 이야기조차 마음을 훅 치고 간다. 모험에는 동참하지 못하지만 망설이는 악셀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며 모험을 떠나게 하는 매력적인 그라우벤의 존재 역시 남다르지 않는가.
지구 속 여행을 읽고 나니 달나라 탐험, 신비의 섬, 바다 밑 여행뿐 아니라 어린시절 그렇게 좋아했던 15소년 표류기까지 다 읽어보고 싶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쥘 베른의 소설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모험이 끝나고 선함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서 더 마음이 좋아지기 때문에 더 좋아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