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포식동물이 사냥하고,
피식동물이 피 흘리며 죽는 장면, 온갖 동물이 사체주변으로 모여드는 모습을 보며 잔인하다거나 폭력적이라고 말한다. 동물은 그렇게 본능대로 살고 사람은 그런 본능을통제하는 이성적인 존재라며 동물과 사람 사이를 구분짓는다. 점순과 흰눈을 지켜보지 않았다면 나 역시 이런 주장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사냥과 폭력을 동일한 행위로 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슴이 성나서 풀을 뜯는 게 아니다. 사자가 화가 나서 사슴의 숨통을 끊는것이 아니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포식동물이 사냥을 할 때는 사냥감에게 은혜로움을 느낄지언정 군림하겠다는 마음은 없다. 그러나 폭력은 관계를 묵살하고 군림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는 행위다. 육식동물의 사냥을 ‘폭력적‘이라거나 ‘잔인하다고 묘사하는 것은 사람이 저지르는 폭력을 마치 본능인 것처럼 정당화하려는 눈속임일지도 모른다. 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