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요리는 훌륭한 것과 보통의 것, 두 종류로 나뉩니다. 훌륭한 영국 요리는 한마디로 프랑스 요리입니다. 보통의 영국인을 위한 보통 호텔의 보통 요리를 맛보면 영•국의 우울함과 과묵함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죠. 압축한 소고기‘에 맛없는 머스터드를 발라 씹어 먹으면서 어느 누가 환하게 웃고 떠들 수 있겠어요? 이에 붙은 타피오카 푸딩을 떼어내면서 어느 누가 큰 소리로 기뻐할 수있을까요? 분홍빛 덱스트린에 담근 연어를 먹다보면 누구든 지독하게 진지해지지 않을 수 없죠. 살아 있을 때는물고기였다가 식용이라는 우울한 상태가 되면 ‘신발 밑창 튀김‘으로 돌변하는 것을 아침과 점심, 저녁으로 먹고, 가죽을 우린 듯 시커먼 홍차로 하루 세 번 위를 그슬리고, 칙칙한 데다 미지근하기까지 한 맥주를 마시고, 특색 없는 만능 소스와 절인 채소, 커스터드와 양고기를 먹으며 살아왔다면 보통의 영국인에게 주어진 육체적 쾌락은 다 누린 셈이니 이제는 과묵함과 진지함, 엄격한 도덕성을 포용하기 시작합니다. 반면 토스트와 치즈 구이, 베이컨 구이는 확실히 즐거운 옛 잉글랜드의 유산입니다.
그 옛날 셰익스피어는 타닌 같은 차를 목구멍으로 흘려넣지 않았고 디킨스 역시 통조림 소고기로 인생의 대부분을 버티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존 녹스‘는 어땠을지 모르겠네요.
영국 요리에서는 말하자면 가벼움과 화려함, 삶의 기쁨,
흥겨움, 또는 죄책감이 드는 쾌락주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영국인의 삶에도 이런 것들이 결여돼 있는 듯합니다. 영국의 거리에서는 향락을 느낄 수 없죠. 흥겨운 소란이나 다양한 냄새, 각종 볼거리가 보통의 평범한 삶에 섞여 들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우연이나 웃음, 뜻밖의 사건이 될 만한 계기가 보통의 나날을 장식하지도 않고요. 거리나 사람들, 떠들썩한 목소리에 어우러질 수도 없습니다.
대놓고 다정하게 윙크를 건네는 이도 없을 겁니다. 183-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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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와 같은 집에서 이 년 동안이나 살았다는 사실, 즉 그와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을 변명의 자료로 주장할 생각도 없어. 그리고 고아인 데다 여자이고 거지였던 내가, 보호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하루 세끼의밥을 단 하나뿐인 혈육인 죽은 언니의 남편에게서 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사실을 변명거리로 내세울 생각도 없어. 의지할 곳 없는 스무 살 나이의 고아 처녀였던 나는 자신의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더럽혀진 일이 없는 우리가문의 명예를 옹호하기 위해서, 또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정식 결혼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니까 누구에게서도 비난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변명할 생각은 없어. 한 젊은여자가 부모와의 안정된 생활과 모든 것을 빼앗아 간 대학살로부터 살아남아서, 그때까지 그녀에게 산다는 의미를 가져다주었던 모든 것이 남자의 모습을 가진, 영웅이라는 이름과형상을 가진 몇 안 되는 남성들의 발아래에 짓밟혀서 파괴되는 것을 보았지. 내가 말하는 한 젊은 여자는 한때 그가 무엇이었든, 그가 무슨 짓을 했다고 믿거나 혹은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그녀가 태어났던 남부의 땅이나 영광스러운 전통을 위하여 사 년 동안이나 훌륭히 싸운그들 남성 중 한 사람과 날마다 시간마다 접촉하지 않을 수 없게 던져졌어.  26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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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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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언어에 관심이 많았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언어규칙에 대한 이해와 기억력이 감소하기 시작해서 그런지 언어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무관심이었으나 우연찮게 신간소식을 읽으며 이 책은 읽어보고 싶다는 관심 이상의 열의같은 것이 생겼다. "한 단어 속에 든 너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책, 결국은 우리의 삶과 인생에 대한 책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단순히 독일어의 '단어'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 더 깊이있는 언어배우기, 아니 언어를 통한 세상살이를 보게 됨을 깨닫게 되었다. 


경험주의적인 입장에서 내게 독일의 첫 인상은 규칙이었다. 아주 오래 전 행사를 위해 독일로 모여든 한국의 청년들은 늦은 시간 숙소에 도착해 서둘러 짐 정리를 하고 첫 날의 흥겨움을 풀어보기 위해 거리로 나갔다. 대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서 저녁7시가 되기전인데도 문을 연 상점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겨우 9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곳을 찾아갔더니 그곳은 온통 우리 일행들뿐이었고 독일 사람들에게 삶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궁금했을뿐인 청춘의 시기가 지나가고 나니 이제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 

도로가 막히거나 말거나 양보도 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이 깜박이 등 하나 켜기 힘들어하는 우리네 운전자들을 보면 이십여년 전 독일의 거리에서 수신호로 우회전 표시를 하던 앞서가던 자전거 운전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전거의 경우 의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방향으로 간다는 표시를 하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건 그저 규칙에 따른다,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나는 꽃길만 걸으라는 말이 축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꽃길만 걷다 보면 발이 너무 보드라워져서 다른 어떤 길도 걸어가기 어렵다. 무엇보다 사람이 인생을 그렇게 만듯하고 아름답게, 깔끔하게만 살 수는 없다. 자꾸 걸려 넘어지는 게 진짜 인생이다"(202)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단어들을 통해 독일과 우리말의 차이, 교육뿐 아니라 문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특히 '슈톨퍼슈타인'에 대해서는 한번 더 언급하고 싶어진다. 슈타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아인슈타인을 떠올리게 되는데 슈타인이 돌,이 맞다고 한다. 슈톨퍼슈타인은 의미상 걸려넘어지는 돌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 단어에서  92년도부터 예술가 귐터 덴니히가 나치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를 떠올린다고 한다. 

한때 조금은 아이들을 애지중지하는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강하게 키워야지'라며 스스로 할 수 있게 어느정도의 방관이 필요하다는 얘길 하곤 했었는데 친구들은 내 아이가 아니어서 그런말을 할 수 있는거라고 했었다. 그런걸까 싶기도 했지만 사실 평탄하지 못한 삶이 곧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슈톨퍼슈타인은 걸려 넘어진 후 일어나야 다른 길을 또 걸어갈 수 있으며 다채롭고 강인하게 살아가는 삶이 진짜 인생,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괜히 백만배 동감하게 된다. 


한꼭지씩 생각하며 깊이있게 읽기 위해 조금씩 아끼며 읽고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만 진도를 나가게 된다. 그래서 아쉬움에 이 한 권의 책으로 끝나지 않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두번째 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에 더해 나도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일상어에서 인문학적인 상념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보지만, 쉽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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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은 순간 하늘이 아름답게 보이는 구름 이야기
아라키 켄타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윌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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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하늘바라보기를 좋아했으니 이 책의 제목을 읽으면서 하늘이 더 아름다워지려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아름다운 하늘 사진이 담겨있을 것이라 기대를 했는데... 아니, 책의 내용이 예상대로 흘러갔다면 그냥 하늘과 구름 사진만 잔뜩 보고 금세 잊혀졌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표현하자면 이 책은 그저 감상적인 에세이가 아니라 구름의 생성과 기상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담겨 있어서 부담없이 가볍게 읽으려고 한 내게는 이해가 쉽지않은 어려운 책이었다. 천천히 과학이론을 이해해가며 읽는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쉽다라는 표현은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저자가 밝히고 있듯 어렵기만 한 과학적인 이론의 설명을 최대한 일반 대중의 수준(!)에 맞게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어서 실제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책을 읽으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수는 있다. 


마침 어제 퇴근길에 올려다 본 하늘빛이 이뻤는데 "누군가 아름다운 빛깔의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저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어슴푸레하게 밝은, 박명이 시작된 하늘을 추천합니다"(171)라는 저자의 글이 떠올랐다. 여름이 지나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서 퇴근길에 보는 하늘은 푸르름과 발그레함이 스며들듯 섞여있어 하루의 업무를 끝내고 쉼을 위해 집으로 가는 마음이 더 좋다. 


하늘에서 빛살이 내려오기도 하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구름을 보면 비가 몰려오는 것을 알수도 있고 별 생각없이 구름이 쌓여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해수면의 온도와 공기층의 온도 차이가 달라서 생기는 것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을만큼 잘 이해했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하나씩 내용을 떠올리며 하늘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고 구름과 날씨의 관계, 날씨 변화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정도의 수준일뿐이다 

아니, 그래도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제는 왜 기상청은 일기예보를 이렇게 못맞추는거냐,라는 불평을 하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이것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에 속하는 것일까?

비오지 않는다는 예보만 믿고 빨래를 널었다가 망해버린(?) 날 괜한 분풀이처럼 기상청의 무능함에 화를 내곤 했었는데 시시각각 분초단위이상으로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를 인간의 힘으로 잡아내지 못한다고 화를 내면 안되겠다는 이해심의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책을 덮었다.

아, 구름의 아름다운 형상과 하늘빛의 아름다움도 더 깊이 느끼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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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영국은 전 세계의 보물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런던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는 원한다면 상아 조각품이나 수놓은 담배 쌈지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인간성취의 극치를 보고 싶다면 인도 전시관이나 바빌로니아전시관, 도미에와 터너, 바토 전시관, 엘긴 대리석전시관으로 가면 됩니다. 하지만 이 세계 보물의 보고를 나서면 2층 버스를 타고 일링에서 이스트 햄까지.
클래펌에서 베스널 그린까지 몇 시간 동안 수십 킬로미터를 달린다고 해도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기쁨을 주는인간의 성취는 딱히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이곳의 예술은 전시관과 미술관, 부자들의 방에 있는 유리 진열장 안에 보관되어 있을 뿐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거든요. 예쁜창틀에서 반짝거리지도, 기념비처럼 길모퉁이에 서 있지도, 친밀하거나 위엄 있는 말로 인사를 건네지도 않습니다. 글쎄요, 어쩌면 이 나라의 예술을 고갈시킨 것은 그저 개신교인지도 모르겠네요.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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