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정원에서 출발해 탑에 갇혔다가 광야를 헤맨다. 정원은 순수해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2차 성징이 시작되면 세상이 만든 탑에 갇힌다. 그때가 되면 사회의 기대와 규칙과 관습을 인식하고, 그 안에 자신이 갇혀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소수에 속하는 특성을 지닌 사람일수록 기존 사회의 관행이 자신을 가두는 철벽의 성처럼 느껴진다.

광야를 거쳐 도착한 성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장이다. 사회의 사다리를 올라가 트로피처럼 여성을 얻으면 된다는 식의 그릇된 관계는 그 전제가 뒤틀렸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갇혀 있든, 올라가서 거머쥐려 하든, 모두 자기 몫의 광야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나 광야를 잘 거쳐서 자기 통합세 성고아고 성에 입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부디 자기 몫의 광야를 제대로 거쳐서 내적인 통합을 이루길, 평화와 안정의 성에 들어가기를. 삶의 의미는 광야를 걸어 성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 1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는다.
어머니 모시고 결혼식 가야하는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하고 공항에서 버스타고 경기도까지 가자는 한가한 소릴하고 있다.
형제라는것들이 웬수같은 느낌이다.
지들은 전화 한 통으로 할 효도를 다 했다는듯 다는건 신경쓰지도 않고.
일상적인 짜증은 내가 다 받는데.
어머니는 또 일주일에 오분도 안되는 전화통화에는 아주 친절하고 건강하게 잘 지낸다며 웃고.
하아.
경사를 앞두고 참아야지. 어쩌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마워. 그리고 안녕.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 줄게"


청혼,이라는 제목과 저 문장을 읽고 뭔가 낭만적이거나 혹은 애절하거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일 것을 기대한다면 잠시 책을 덮어두시라 말하고 싶다. 배명훈 작가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기는 하지만 십일년만의 재출간이라는 이 소설을 이제야 읽어본다. 

책을 읽은 직후라 그런지 자꾸만 결론같은 이야기만 떠오른다. 사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라고 표현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책 속 문장들을 곱씹다보면 이 글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이건 우주전쟁이 아니라 지구인들의 전쟁이 아닐까 싶어진다. 


아니, 딱히 지구인과 외계인의 구별이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우리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 '적'이라는 규정 역시 '파멸의 문' 건너편에 있으니 당연히 모두를 파멸로 이끌어가는 적이 맞는 것이겠거니 라는 생각을 했을뿐이다. 

이야기는 먼 미래 우주전쟁이라고 하기에는 싸움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 파멸의 문 너머에 있는 적의 함대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내부의 적인 반란군과 동일한 것인지를 의심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며 더 명확하지 않게 느껴지는데 아무튼 그 적과 대치하며 작전을 수행하는 군함선에 복무중인 '나'의 서술로 시작하고 있다. 


과학적인 이야기는 전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가 1초후의 나와 똑같으면서도 똑같지 않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포 발사의 시간차 공격에 대한 설명이 또 전혀 어렵다거나 쌩뚱맞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구에서 180시간을 날아, 어느 한순간에 순간이동으로 지구에서 함선의 휴양지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수많은 시간을 건너며 찾아 온 연인에게 느끼는 것이 사랑이고 그래서 청혼을 결심하게 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느껴진다. 


아, 그러고보니 왠지 이 이야기는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라 사랑의 이야기였던가?

소설의 문장들을 읽다보면 연인의 사랑이야기에서부터 존재에 대한 철학적 이해까지 - 아니, 이렇게 이야기하면 뭔가 아주 대단한 해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사기꾼 같은 느낌이니 나는 그저 문장들이 좋았다,라고 해야겠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들고 현재의 내 모습이 미래의 나를 투영해보게 하는 것을 생각해보는 파멸의 문 너머 거울효과를 보는 듯한 철학적 사유는 이 소설을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읽고난 후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이지? 하고 정리를 해 보려고 하니 떠오른 생각이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라고는 못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나는 배명훈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고 재미는 별로...라고 말하는 '청혼' 역시 절대 '별로'라는 말은 못하겠다. 내가 좋다는데 누가 뭐라겠는가 말이다. 아무튼. 역시 마무리는 청혼의 문장으로.

"고마워. 그리고 안녕.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 줄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그건 다 거짓말일 거야. 그랬으면 좋겠어. 결국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니? 나는 네가 남긴 중력장이싫지 않아. 네가 머물다 간 자리에 남아 있는 그 커다란 공백을 더듬어서 네가 내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복원하는 순간, 그런 식으로 다시 네 존재의 실루엣을 되살려낸 순간, 나는 내가 그걸 얼마나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돼. 아, 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 P1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으로 갈게
임태운 지음 / 북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표지만 보고 잠시 고민을 했다. '꿈의 비밀을 파헤치는 특별한 자각몽자들의 인류구원기'라는 글과 같이 표지를 장식한 인물 그림은 왠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히어로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나니 내가 처음 느꼈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 자세히 보아야 이쁜 건 책도 포함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꿈으로 갈게,는 먼 미래에 꿈 속을 여행하듯 각자의 꿈을 공유하며 보고 싶은 장면을 꿈속에서 계속 볼 수 있는 기계 '드림캐스터'의 발명으로 사람들은 꿈 공유를 취미생활처럼 즐기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이다. 내 체험을 업로드해 꿈으로 재현할 수 있는데 꿈에서 깨어난 후 섬망에 빠지고 정신질환을 겪게 되는 부작용이 생겨날수도 있다. 그래서 드림캐스터의 독점 개발회사인 SOF 코퍼레이션은 문제가 발생하는 꿈에 투입되어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몽재진압반 팀을 운영하고 있다. 팀장 황수현은 꿈공유 플랫폼 드림네에서 유명한 꿈도둑인 성지후를 찾아 몽재진압반의 팀원으로 끌어들인다. 

성지후는 고아로 자라 어릴적부터 꿈속에서 잡으려고만 하면 멀리 사라져버리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반드시 엄마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꿈도둑이 되었던 지후는 수현이 엄마 찾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에 몽재진압반팀에 합류하게 된다. 그 팀에는 각자 다른 역할과 이유로 합류한 예니, 동동, 소라가 한 팀이 되어 움직이고 있다. 


지후가 합류하고 처음 해결하기 위해 들어간 몽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 캐서린의 죽음에 얽힌 꿈이야기이고 하나의 사건이 해결된 후 다른 이야기로 진행이 되어 옴니버스 형식의 자각몽자 히어로물인가 싶었는데 드림캐스터가 꿈과 환상의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근본적인 악의를 찾아 해결해내는 이야기이다.


악몽에 대한 뇌 영역의 이야기를 꿈으로 풀어내며 무의식의 세계와 우리가 현실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정신세계를 어떻게 지배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설속에 잘 녹여내고 있어서 소설을 읽는 재미가 있다. 

자각몽자인 팀원들이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관계와 사회성, 각자에게 얽혀있는 사연들을 하나씩 알게 되는 과정 역시 또 다른 흥미로움으로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 오백여쪽이 넘는 책이지만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좀 뜬금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최근 고스트버스터즈 영화 개봉 소식이 있는데 그에 버금가는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가위귀신'이 유명해지려나, 생각해보게 된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이란 생각만으로도 뭔가 기대감이 커질만큼 짜임새와 상상력이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