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달린 벌 본 적 있는가

벌에게는 날개가 발이다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

꽃에게 가고 있다

뱀은 몸이 날개고

식물은 씨앗이 발이다

같은 길을 다르게 걸을 뿐

지상을 여행하는 걸음걸이는 같다

걸어다니든 기어다니든

생의 몸짓은 질기다

먼저 갈 수도 뒤처질 수도 없는

한 걸음씩만 내딛는 길에서

발이 아니면 조금도 다가갈 수 없는

몸을 길이게 하는 발

새는 허공을 밟고

나는 땅을 밟는다는 것뿐

질기게 걸어야 하는 것도 같다

질기게 울어야 하는 꽃도

 

 

 

가장 먼저 마음에 들어온 시 한 편.

그리고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읽은 시 한 편. 도서관 3

 

(중략)

사막으로 출근하고 사막으로 퇴근하는 사람들이 발견한 아버지, 수천만 페이지의 사막을 다 건넌 사람은 없어요. 사막을 횡단하다 사막이 되어버린 아버지, 아버질 펼치면 오아시스에서 별 헤고 있는 어머니, 스스스 미끄러지기만 하는 어머닌 언제부터 유사의 강이었나요

 

바람을 만나야 길을 덛는 모래에게 바람은 낙타란다 낙타의 등에 올라타렴 모래처럼 스스스 달려보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안이니

 

타박타박 낙타처럼 걸어가는 활자들,

길 잃으러 사막 간다 길 버리러 사막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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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야, 가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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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노스 고워 가에 있는 221B의 외관/ 실제 베이커 가에 있는 셜록 홈스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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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5-11-1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두 군데 다 가봤어요~~ 런던은 덕후들의 도시~~
 
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모방살의'라는 제목의 서술트릭 추리 소설이라고 하니 왠지 처음부터 긴장하고 책을 읽게 된다. '서술 트릭'이라고 하면 글 행간에 감춰져 있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다른 서술트릭 소설을 읽으면서 깨우쳤기 때문이기도 한데, 사실 아무리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어봐도 명백하게 이야기의 진상을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저 어렴풋이 '그것'에 트릭의 함정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

 

모방살의는 '사카이 마사오'라는 인물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의 죽음이 타살인지 자실인지를 밝혀나가는 이야기이다. 물론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은 잠금장치가 되어있고 문 안쪽으로 걸림쇠까지 걸려있는 밀실 상태에서 창문밖으로 뛰어 내려 자살한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더군다나 밀실상태인 그의 집 안에는 마시던 사이다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되었고 그의 방 휴지통에서 청산가리를 담았던 종이봉투가 버려져 있었으니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은 명백히 자살로 판단된다.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고 차기작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던 사카이 마사오는 마침내 기고한 소설이 잡지에 실리게 되었는데, 그 소설작품은 표절한 것으로 밝혀지고 그러한 사실이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자살한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방살의'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내려고 하는 두 사람, 그의 연인이었던 나카다 아키코와 잡지에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살인사건에 대한 리포트를 기고하는 쓰쿠미 신스케가 서로 각자 사카이 마사오의 행적을 따라가며 조금씩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는데...

 

줄거리에 대한 언급을 하기 시작하면 이 글에서도 왠지 서술 트릭을 집어넣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딱히 꼬집어 모든 진상을 다 알았다, 라고 할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분위기로 이야기를 뒤섞으면서 교묘히 교차점을 숨기고 있는지는 집중해서 읽으면 대강 눈치를 챌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미 예전에 이런 서술 트릭 소설을 읽었었기 때문인 것이지 결코 이 소설이 헛점투성이이거나 너무 쉽게 알아챌 수있는 트릭을 담고 있기때문은 아니다.

처음 출간 후 개정판을 내면서 내용을 수정보완했다고는 하지만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짜임새 있게 쓰인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다 읽고나면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읽어보게 되고, 어렴풋이 이 부분이 이상했는데 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부분에 교묘한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며 즐거워하는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이 책의 편집부분은 최종장을 시작하기 전에 독자에게 일종의 도전장을 내던지듯 '여기에서 책을 덮고 결말을 떠올려보십시오'라 하고 있다. 사실 나 역시 잠시 책 읽기를 멈추고 모든 사건을 정리해보기를 시도했었다. 뭔가 잡힐 듯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사실들.. 그것을 명확하게, 실뜨개 놀이를 할 때 그저 이리저리 꼬여있는 끈처럼 보이기만 하는 것이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알고 나면 하나의 길이 뚜렷이 보이는 것처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흐린 안개속을 걷듯 막연히 희미하게만 보이는 시간을 참을수가 없어 결국은 책의 종장, 진상을 펼쳐들수 밖에 없었고 서술트릭의 묘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 이제 이 책을 읽기 전이라면 당신 역시 이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있다가 사카이 마사오라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사건의 진상이 다 밝혀지면서 단숨에 많은 부분이 깔끔히 정리되는 그 순간, 느끼게 되는 일종의 쾌감을 직접 느껴보시길.

 

 

 

덧. 시공간을 넘어서며 눈에 보이는 것 그대로가 사실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며 책을 읽는다면 서술트릭의 묘미를 조금 더 빨리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실종 느와르 M]을 읽으며 하나의 사실에 담겨있는 또 다른 진실을 파고들어가면 단순실종사건처럼 보이는 사건에 더 깊고 무거운 진실이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듯 모방살의 역시 그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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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팅 2, 20

의심할 수 없는 `진짜`라고 우리가 믿는다고 해서 그게 정말로 진실이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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