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범죄들은 아이의 떠돌이 생활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빠리는 제외하자. 상대적으로 보면, 그리고 앞에서 환기한 옛 모습에도 불구하고, 빠리를 예외로 치는 것은 정당하다. 다른 모든 대도시에서는 떠돌이 아이가 곧 파멸된 인간인 반면, 그리고 이세상 거의 모든 곳에서는 홀로 내던져진 아이가 어떤 점에서는 그아이의 정직성과 양심을 삼켜버리는 사회적 악의 숙명적 홍수에게맡겨져 그것에 충직하게 복종하는 반면, 빠리의 개구쟁이는 거듭 강조하거니와, 비록 그 표면이 아무리 마멸되고 상하였어도, 내면적으로는 거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 확인할수록 장엄한 것이며, 우리의 여러 민중 혁명에서 찬연한 정직성으로 개화하는, 마치 대양의물 속에 있는 소금처럼, 빠리의 대기 속에 있는 이념에서 비롯되는특이한 청렴함이다. 빠리의 대기를 호흡하는 것 자체가 영혼을 보존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런 아이들 중 하나를 만날 때마다 조여드는 우리의 가슴을 완화시켜 주지는 못하는 바, 그러한 아이들 주위에 파괴된 가정의 아들들이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도몹시 불완전한 현재의 문명 속에서는, 어둠 속에서 그 구성원이 몸땅 빠져나가 텅 비워지고, 그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며, 그리하여 자기의 내장들을 길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그러한 가정의 균열 현상이 전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에서 예측 불허의 혼미한 운명들이 발생한다. 그 슬픈 일이 하나의 속담을 탄생시켰으니, 그 현상을 가리켜 ‘빠리의 포석 위에 던져졌다‘고 한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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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실록 - 2022 개정증보판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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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십년을 기다려봐야겠다.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뭔가 좀 아쉽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역시 백여년전의 역사조차 왜곡되는 현대에 겨우 십년전의 역사가 상세히 기술되리라 기대한 것은 무리였다. 이번 개정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와 박근혜와 문재인정부에 대한 정리를 담아낸 것에 의의를 두면 되지 않을까 싶다. 적폐청산인지 정치보복인지 여전히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이 많겠지만 굳이 여론조사의 퍼센트를 들이밀지 않아도 진실은 드러나게 되리라 믿고 기다리는 것처럼.


이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나의 세계관으로 역사적 사실 속에 담겨있는 진실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되새겼었는데 지금은 역사라는 것이 나 혼자만의 진실찾기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 더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정의와 진실을 찾아야 하고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이든다. 이전 책에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지만 그것은 중대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날의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소원함을 떠올린다면 이건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제주 4.3 사건 역시 올해 피해자들에 대한 첫 국가배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십년 후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기를 바래본다. 


이야기가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누가 뭐라해도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결론은 변함이 없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나온 후로 우리는 자꾸만 그 말을 되내이게 되는 것도 서글퍼지고 있는데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요즘 어머니가 자주하는 말씀이 떠오른다. '이제는 대통령도 탄핵되는 시대인데...'

후대가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리라 믿고있지만 우리의 후손들이 올바르고 진실된 평가를 해낼 수 있는 사실의 기록을 남기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란 생각이 든다. 

몇년 전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며 구럼비를 파괴할 때, 강정바다속에는 자연보호종 산호군락지가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전문다이버들과 기자들이 같이 바다로 들어갔었는데 자연산호군락의 아름다움을 보고 나온 기자가 그곳에는 산호가 살지 않는다는 기사를 내보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기억은 '한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실록'은 현재의 기록이 어떠해야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이 "대한민국 12명의 대통령에 관한 가장 객관적인 기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밝혀진 사실들에 대한 기록을 담은 책이라고 말할수는 있을 것 같다. 명쾌하게 까발리는 느낌은 없어 개인적으로 아쉽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사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필독을 권하고 싶은 그런 책이기는하다. 




https://blog.aladin.co.kr/lifewith_/6843973 이전 판본의 서평은 이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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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곳에서 지낸 밤들은 말 그대로 별세상이었다. 우리는 밤이면 땅바닥에 누워 칠흑처럼 새까만 밤하늘에 다이아몬드처럼 총총 박힌 별들을 구경했다. 유성은 푸르고 하얀 꼬리를 길게 끌며 하늘을 가르고 인공위성들이 우주를 여행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231, 칼라하리의 절규.



돌이켜보면 그곳에서 지낸 밤들은 말 그대로 별세상이었다. 우리는 밤이면 땅바닥에 누워 칠흑처럼 새까만 밤하늘에 다이아몬드처럼 총총 박힌 별들을 구경했다. 유성은 푸르고 하얀 꼬리를 길게 끌며 하늘을 가르고 인공위성들이 우주를 여행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231, 칼라하리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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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숲 -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의 자연 순간들
피터 S. 알레고나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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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숲,은 숲의 이야기인가 도시 이야기인가. 도시를 인간의 숲으로 비유한 도시 생계계의 이야기라고 했다면 내 관심은 다른 곳으로 흘렀을지 모르겠는데 이 책은 야생동물의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이야기로, 도시가 인류종이 우세한 숲이라면 지구상에 유일하게 하나의 종인 인간이 숲을 지배하는 곳이라는 관점은 독특함을 넘어선 새로운 관점의 지구생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태계"를 상상할 때 아마도 숲, 사막, 산호초, 또는 다른 자연환경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미국 도시로 야생동물이 유입된 사건은 코요테 같은 동물의 눈에는 도시도 생태계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도시에는 햇빛과 비가있다. 돌, 흙, 물도 있다. 에너지, 영양분, 유기물이 순환한다. 그리고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시간에 따라 바뀌는 다양한 생물종이 존재한다. 어떤 면에서 도시는 자연 생태계와더 많이 닮았다. 또 다른 면에서는 예전에 나타난 모든 것들, 그리고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131)


미국의 도시 환경과 우리의 환경은 분명 다르지만 몇가지 관점에서 볼 때 바다사자가 부두에 몰려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는 다르지만 인간이 만들어놓은 휴양림과 산책로에 노루나 여우같은 야생동물이 내려온다거나 야생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농가를 휘젓고 다니는 것은 국경을 넘어 비슷한 일들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간의 활동영역이 제한되기 시작하자 도시로 온갖 동물이 밀어들어온 것 역시 도시와 숲의 경계가 아니라 도시 자체가 인간이 지배하는 숲이지만 인간이 보이지 않게 되자 야생동물들이 영역을 확대하며 도시 숲으로 들어온것임을 생각하면 이 책 '어쩌다 숲'은 놀라움을 연속이기도 했다. 

인간을 중심에 놓고 동물을 보는 관점이 바뀌어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관점의 전환이 바뀌어갔다고 할 수 있으려나......


"인간은 이제 우리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진화의 원동력 중 하나다. 우리가 서식지를 바꿀 때면 거기 사는 동식물에게 새로운 압력을 주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서 자연선택의 힘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는다"(311)

저자는 그 많던 참새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인간사이에 적응을 하며 집참새는 전세계로 퍼저나갔지만 또한 인류를 받아들이며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다 담는 실수를 저질렀다(311)라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전깃줄에 앉아 엄청난 새똥을 날리던 녀석들에 대한 공포가 심했던 예전을 떠올리게 했는데 정말 그 참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싶어진다. 야생에 살던 개와 고양이가 도시에 적응하여 인간과 공생을 하기 시작했지만 요즘 심상치않게 도시를 돌아다니는 야생화된 개의 위협에 대해 뉴스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 재야생화와 인간의 숲인 도시에서 공존을 생각해보게 되고 지구생태환경의 더 넓은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과학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도입하고, 공동체의 개입과 지지로 이를 시행하고, 믿을만한 공공투자로 이를 유지하고, 우리 중 가장 궁핍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신중하게 설계한다면 언젠가 우리 모두가 다양성과 공존으로 정의되는 더 깨끗하고 더 푸르고 더 건강하고 더 공정하고 더 지속 가능한 사회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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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태계"를 상상할 때 아마도 숲, 사막,
산호초, 또는 다른 자연환경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미국 도시로 야생동물이 유입된 사건은 코요테 같은 동물의 눈에는도시도 생태계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도시에는 햇빛과 비가있다. 돌, 흙, 물도 있다. 에너지, 영양분, 유기물이 순환한다. 그리고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시간에 따라 바뀌는 다양한 생물종이 존재한다. 어떤 면에서 도시는 자연 생태계와더 많이 닮았다. 또 다른 면에서는 예전에 나타난 모든 것들,
그리고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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