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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평점 :
책 제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슬슬 습관이 되어가는데 대충 검색하더라도 찾고자 하는 책을 찾아낼 수 있으니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찾아보면서 뭔가 표현 하나에도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 플롯 짜는 노인,이 아닌 살인 플롯 짜는 노파임을 확실히 기억하게 되는 건 소설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노인과 노파라는 단어때문이다. 그리 큰 의미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단어 하나,에 대한 스포일러를 해 보자면 알츠하이머에 걸린 조앤이 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깜박 잠에 빠져들고 갑자기 깨어 한마디 외치는 데 그 말이 '레드 럼'이다. 사실 이 단어에 꽂혀 뭔가 있으려나 싶었는데 레드 럼 Red Rum을 뒤집으면 바로 '살인'이 된다는 언어 유희 이상은 아닌라는.
살인 플롯 짜는 노파,여서 사건의 범인을 찾는 명탐정의 역할인 줄 알았는데 그 노파는 등장하면서 바로 사망자가 된다. 이미 나이가 많아 자연스러운 심장마비의 노인사라고 생각했는데, 추리소설 매니아인 듯 요양원에서 사망한 노인 페기의 책 속에서 이상한 메모가 발견되고 '살인 컨설턴트'라고 명시된 명함도 발견된다. 하지만 특별할 것이 없는 페기의 사망이 살인이라고 할만한 증거는 없고 장례식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지만 뚜렷하게 이상한 점이 없었던 페기의 죽음은 그녀의 집에 침입한 무장강도가 페기의 책 한 권을 훔쳐가는 사건이 생기면서 사건담당 형사 하빈더와 페기의 친구(!)라 할 수 있는 나탈카, 베네딕트, 에드윈 세 사람은 아마추어 탐정이 되어 페기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시작한다.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거운 내용이 담겨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특히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중인 지금 이 소설 속의 인물들과 내용이 이야기의 흐름속에 조그은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역사'라는 부분을 떠올리게 된다. 돈바스 지역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고, 소설 속 내용에서 사건을 추적하며 지역을 이동하는데, 내게는 낯선 도시이지만 역주의 설명을 읽으니 비행기 테러로 인해 사고가 나고 지역주민들까지 다수 사망한 지역이 나오니 이 소설은 그냥 '범인 찾기 놀이' 이상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유색인종, 동성애자, 다양한 종교까지 여러 이야기가 뒤섞여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결국 해피엔딩의 느낌이라는 것이다.
피튀기는 잔혹한 죽음의 묘사가 없는 것도 좋은데 미스터리 이야기보다는 사랑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고 있으니 이 책은 코지미스터리느낌의 러브스토리인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