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기행 2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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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 아저씨가 쓴 글이라 그냥 무조건 꼭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만 하며 책을 펴들었다. 그때까지도 그저 무심히 '실크로드' 여행기려니..생각하고 있었는데,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과 주변머리 이야기뿐인듯 하면서도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보석을 다듬어 내는 박재동 아저씨의 글을 내내 감탄하며 읽었다.

문화의 영향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는데, 우리가 중국의 영향하에 있었구나..라는 생각보다는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문화를 발전시켜왔구나란 생각이 든다. 실크로드를 걸어갔을 우리 선조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에서 지금 우리도 대륙으로 진출하는 길을 개척하는 희망의 미래, 통일조국의 미래까지 생각해보며 가슴 설레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실크로드를 짚어보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내 발걸음으로 직접 실크로드를 걸어보고픈 마음이 솟구친다.

바리데기 공주가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갔던 여정을 바리공주제작팀이 걸어가며 풀어놓은 박재동 아저씨의 이야기에서 '사랑의 길'을 느낄 수 있다면, 아마도 그의 뒤를 따라 실크로드를 걸어가는 우리 각자는 저마다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 어떤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길이 되지 않을까... 실제적인 여행뿐만 아니라, 삶의 여정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픈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막에는 영혼이 있고, 벌거벗은 내가 있고, 하늘과 땅이 있고, 시련이 있다. 그것이 좋다. 이따금 모래 먼지가 이는 사막, 차가운 밤이슬과 별이 있는 사막, 신을 만나기 쉬운 사막, 거기서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나의 영혼이 참 나를 만나고 단련되고...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여기에서 오히려 훨씬 많고 깊은 어떤 것을 건질 수있을 것 같기에...] - 본문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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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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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책읽는 속도로 봐서는 며칠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넉넉히 이틀에 읽을 수 있었던 책. 나름대로 재미있었고, 정말 눈에 멍들만큼 딱딱한 책들을 마구마구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단순히 개인의 책읽기 습관쯤 되는 책이려니..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책을 집어들어서인지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다. 습관적으로 행해왔던 독서 습관을 돌이켜보면 다치바나가 말하는 독서술의 초보적인 단계를 거친것같기도 하고... 대학다닐때 입문서적인 사회과학서와 신학서적을 좀 읽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다치바나식 독서술에 대해 동의할 뿐만 아니라 그 대단함에 감탄까지 하며 책을 읽었다.

물론 누구나 다 다치바나식으로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취미삼아 재밌어서 책을 읽는데 펜으로 밑줄 좌악 그어가며, 수학공식을 풀듯이 책을 읽는다면 책읽기의 즐거움이 아니라 책읽기의 고역이 될뿐이니.. 다치바나의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이 있는데, 책을 읽기 전에는 뭔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는듯 했지만 취미를 위한 독서와는 무관한 일과 일반교양을 위한 독서와 관련된 독서법이라는 설명에 전적으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또한 본문에 잠깐 언급된 '서평'에 대한 이야기. '그 책을 직접 볼 기회만 있었다면 분명 샀을 사람과 만나 볼 여유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책이 너무 많다. 적어도 이처럼 책이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 서평이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하므로 책을 깎아 내리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고, 단지 그 책을 한번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글을 쓰려고 한다'는 다치바나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책과 사람을 만나게' 해 주는 서평이 참으로 중요하고 또한 멋있는 일이구나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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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삶과 전설 1
부사령관 마르코스 지음, 주제 사라마구 서문, 후아나 폰세 데 레온 엮음, 윤길순 옮김 / 해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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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읽어내려가다 그렇게 읽어치울 책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 즈음해서 어느 순간부터인지 화장실용 책이 되어버려 근 5개월간을 내 손에서 헤매고 다닌 책. 멕시코의 역사에 대해 - 아니, 억압받는 민중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척 하게 하였고, 신자유주의의 모순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 책.

자본제 사회에 살고 있으며, 자본의 논리에 의해 생활하고 있지만 우리의 지향점이 '더불어 함께 사는 살맛나는 삶'임을 잊지 말아야 함을 상기시켜 준 책. 서로 가진 것을 나누고, 친교를 나누는 공동체 생활이 우리의 지향점이지만, 자본의 논리 앞에서 너무나 무기력하게 이기적으로 사는 내 모습을 바라보게 만든 책.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투쟁은 그들만의 것인지... 아니, 그들만의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만 것은 아닌지.

[우리가 건설하는 나라는 모든 공동체와 모든 언어가 어울리는 나라, 모든 발걸음이 걸을 수 있는 나라, 모든 사람이 웃음을 가질 수 있는 나라, 모든 사람이 새벽을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라는 마르코스의 말은 지금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그들이 살 수 있게 우리는 싸웁니다. 그들이 살 수 있게 우리는 노래합니다....태어나고 삶으로써 우리는 죽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살 것입니다. 자신의 역사를 포기하는 사람만이 망각으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여기 우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항복하지 않습니다. 사파타는 살아있고,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투쟁은 계속됩니다' 멕시코 남동부 산악 지대에서 반란군 부사령관 마르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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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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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세계사 수업시간에 성조기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하나 하나 합병과 연합을 이루어가며 성조기의 별이 하나씩 늘어나 쉰 하나가 되었다..는 얘기였던가. 상식을 키운다는 생각에서였는지 참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미처 몰랐었다. 그 별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침략과 억압과 강탈이 있었을거라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며 자꾸만 섬에서의 4.3 사건이 떠올랐다. 미제국주의자들의 침략... 지금의 미국은 인디언들이 살던 북아메리카를 침략하여 빼앗은 것으로부터 역사를 시작하고 있구나..라는 생각, 평화롭던 아메리카 땅에 들어가 그처럼 무자비하게 약탈을 하여 쉰이 넘는 별을 핏빛으로 장식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오십여년 전 이 땅에서도, 제주의 4.3 때도 미군정은 섬의 초토화를 배후조종했다고 하는데... 그 침략성은 2003년, 21세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이라크침략전쟁을 일으켰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입시교육에 밀려 주관적인 세계관을 갖고 세계사를 배워보지는 못했지만, 며칠동안 충격적인 사상처럼 느껴졌던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왜 우리가 동방인가, 지구는 둥글고 지축을 꽂으면 어느곳이나 세계의 중심이 될 수있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세계사는 유럽인들 자신이 문화의 중심이라 자부하며 자신들을 중심으로 세계를 나눠놨을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세계의 중심이다라는 생각으로 역사를 이끌어가야한다...'는 말씀은 알게모르게 내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친것 같다.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라는 이 책, 인디언 멸망사라는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우리가 얼마나 침략자의 역사관에 물들어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침략과 강탈이 없다면 세계는 공존할 수 있다. 아메리카 땅에 살던 원주민, 흔히 인디언이라 불리던 그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가졌고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평화는 그렇게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을까 말까, 이 책이 어떤 책일까... 한번 살펴보려고 행여나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픈 말이 있다. 사람의 머릿가죽을 벗기는 야만적인 인디언을 기억하기보다는 자유롭게 태어나 평화로이 살다 땅에 묻히기를 바라던 한 인디언 추장의 이야기다.

[나는 바람이 거칠 것 없이 불어오고 햇빛을 가리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평원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울타리도 없고 모든것이 자유로운 숨을 쉬는 곳이다. 벽 안에 갇혀서 죽기보다는 거기서 죽고 싶다. 나는 리오그란데 강과 아칸소 강 사이의 모든 시내와 숲을 안다. 나는 그 지역에서 사냥하며 살아왔다. 나는 우리 아버지들처럼 살아왔고 그들처럼 행복하게 살아왔다.

내가 워싱턴에 갔을 때 백인 큰아버지는 내게 코만치족의 땅은 모두 우리 것이어서 아무도 우리가 그곳에 사는것을 훼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신들이 우리보고 강과 태양, 바람을 버려두고 집안에 들어 와 살라고 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우리에게 들소를 포기하고 양을 기르라고 하지 말아라......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늦었다. 백인이 우리가 사랑했던 지역을 차지했고 우리는 다만 우리가 죽을때까지 초원을 떠돌아다니기를 원할 뿐이다]
-암파리카 코만치족의 파라와사멘(열마리곰), 본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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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림 읽기
조이한.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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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이다. 그림도 잘 못그리고, 유명한 그림을 보면서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그저 고개만 까딱이는 내게 이 책은 또 하나의 이론서일 줄 알았는데, 기대치보다 훨씬 더 재밌게 읽었다.

'그림'이라는 것은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살아서 감동을 주는 작품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해주고 있으며, 그림속에 담겨있는 뜻이 무엇인지를 알면 그림이 훨씬 재미있어지기는 하지만 결코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예를 들고 있는 그림은 흥미를 느끼게 하는 좋은 그림이 많았지만 솔직히 책의 인쇄상태로는 그림을 잘 봤다고 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인쇄판본을 좋게 해서 개정판을 내줬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좋았던 그림 중에 기억에 남는 것 하나 -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살색과 분홍색의 심포니', 1872. 그림은 텍스트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항변하는 화가의 그림이라는데, '나, 그림이예요..'라는 부제를 떠올리게 한 그림이 내게 또다른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이제는 그림을 보고 난 후 그림을 본 사람들끼리 서로의 느낌을 얘기해 보는 것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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