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편제 병신과 머저리 겨울밤 포인트 ㅣ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21
이청준.이병주 외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참 오랜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내가 이청준의 소설을 읽은게 언제적이었드라...하고 '축제'를 뒤적여봤다. 96년 9월에 '내 마음에 가을이 오면....'이라고 적어놓은 글씨가 보였지만, 그 마음이 어땠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벌써 십년이 지난건가?
처음 책을 집어들고 최상규의 '포인트'를 읽으면서 짧지만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에 조금 당혹스러웠고, 간결하지만 그 느낌을 확연하게 전해오는 표현에 빠져들어버렸다. 아, 우리 소설의 맛이 이런거였던가...?
에세이류, 외국소설을 마구 읽어대면서 정작 우리 소설은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문득 내가 올해 읽은 한국소설이 있기는 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언뜻 생각나지 않아 수첩을 뒤적여서야 겨우 깨달았다. 다행히 '주몽'을 읽었고, 그 전에는 더욱 다행스럽게도 공선옥의 소설들을 읽었구나. 아, 그래. 좀 늦은감이 있지만.
자극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읽어서인지... 이야기 자체가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런 것들, 내가 살아왔던 전 시대의 일상과 사회적인 배경, 전후시대의 이해가 그저 먼 옛 이야기처럼 느껴져버린 탓인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을 하면서도 작가가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섯불리 판단을 할 수 없게 한다. 요즘 읽은 책들은 거즘 그 결말에 대해 '아, 그렇겠지 머' 하는 간단한 생각으로 마무리를 해버리고 있다고 한다면, 아주 오랜만에 읽은 우리 소설 단편은 여운을 길게 가지게 한다. 결말이 아니라 그 이야기에 빠지게 되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서편제'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인지 중심 뼈대를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어버리고 이야기는 마무리를 짓고 있는데, 나는 새삼 오누이의 심정이 어땠을까에 시선이 가고 있는 그런 것.
책을 읽었을때의 그 강렬한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좋겠는데, 지금은 마구 뒤섞여 오히려 감정이 얽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그치만 꽤 오랜만에 읽은 한국단편소설의 맛은 아주 좋았다는건 분명하다.
문학, 이라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말이 주는 그 맛깔스러움과 우리 단편소설이 주는 그 기나긴 여운이 참으로 좋았다는 것이다.
** 각 단편에 대한 느낌은 이미 읽어버린 해설과 줄거리, 평이 섞여들어가버려 끄집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온전한 내 느낌으로 남아있는 것 하나는 처음 최상규의 '포인트'를 읽으면서부터 번역이 아닌 우리말의 표현과 우리의 정서와 은근히 돌아서 비유하는 글이 참으로 좋았다는 것. 그건 마지막에 실린 이청준의 '자서전들 쓰십시다'까지 이어졌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