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영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7월
구판절판


아, 마침내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듣고 말았다. 넌 우리 집 기둥이야.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추호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기둥이고 문짝이고 간에 나는 그냥 '나'이기도 벅찼다. 그런데 '기둥'까지 하라니. 기둥은 튼튼하고 단단해야 했다. 나는 튼튼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했다. ......
'너 아니면 엄마는 희망이 없어'
희망,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게 한꺼번에 이해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아버지와 모호면이 기둥이 아닌 이유와 내가 기둥인 이유 사이에 복병처럼 낀 희망, 나는 희망에 대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희망이란 어둠을 밝혀주는 한 줄기 빛. 내가 정의한 희망이란 이런 것이었다. 이 말대로라면 어째서 내가 희망이어야 할까. 유독 나만 한 줄기 빛이어야 될 까닭이 뭔지 모르겠다. 이건 필시 엄마의 오판이었다. 내가 우리 집의 희망이어야 할 이유를 알고 싶었다. 엄마는 나를 기둥이니 희망이니 하는 말들로 가둬놓고 엄마 방식대로 사육시키려는 게 틀림없었다.-140-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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