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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한밤중에 어디선가 애를 때리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에 설핏 들었던 잠이 깨어버렸다. 내친김에 일어나 앉아 컴을 켰고, 문득 다 읽은 책이 눈에 띄어 리뷰를 쓰려고 하는데 갑자기 웃긴거다. 이런 상황에서 리뷰를 쓰려는 책의 제목이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니.
"무츠키는 잠들기 전에 별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양쪽 다 시력이 1.5인 것은 그 습관 덕분이라고그는 굳게 믿고 있다. 나도 따라서 베라다에 나가기는 하는데, 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아니다. 별을 바라보는 무츠키의 옆얼굴을 보기 위해서다. 무츠키는 짧은 속눈썹이 가지런하고 얼굴이 이쁘장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데, 라고 무츠키가 물었다. '인생에 대해서'. 엉뚱한 대답을 했는데, 무츠키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일리시 위스키를 마시면서 이렇게 남편과 밤바람을 쐴때 나는 아주 행복하다"(11)
아, 그러고보니 책의 첫머리를 읽을때는 그저그런 연애이야기일지도.. 라는 생각을 하며 읽은 기억이 나는구나. 그리고 이 짧은 이야기를 나는 어쩌다 생각이 나면 읽어나가곤 했고, 마침 오늘 책의 마지막장까지 읽게되었다.
정서가 불안정한 여자 쇼코,와 동성애자 무츠키,의 결혼생활을 그려낸 이야기에서 정말 그들의 모습이 '반짝'거리며 '빛나는' 모습일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어디에서 그들의 빛나는 조각을 주워야 될지 고민스러웠다. 이상한 부부의 일상, 그리고 더 이상한 세명의 행복, 그러니까 아내 쇼코와 남편 무츠키와 그의 애인 곤이 행복해하는 일상이 반짝거리며 빛나는 모습이라는 것이겠거니...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제도의 속박에서 슬며시 벗어나 자유로운 그들의 웃음이 정말 빛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아, 이제야 이해를 하게 된 것 같다. 다시 되돌아가 책의 첫머리를 읽는다. 작가가 남긴 그 이야기.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을 하거나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용입니다"
"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소가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할한다는군요.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