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풀을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이라면, 인간은 생각을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이다. 소의 양식이 풀이라면, 인간의 양식은 경험이다. 소가 무의식 중에 들판의 풀을 뜯듯 인간도 무의식중에 다양한 경험을 한다. 경험은 인간의 양식이라 할 만큼 귀중한 것으로 삶 속의 실수를 줄여주고 세상을 알게 해준다. 그런데 인간 어른은 왜 그토록 많은 경험을 했음에도 고리타분한 꼰대로 전락하고 마는 것일까.
그것은 풀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반추를 안 했기 때문이다. 되새김질을 안 했기 때문이다. 자기 경험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되새김질을 안 하면 생각이 뻣뻣해진다.
어느 시점에 소가 풀을 게워내 다시 씹듯 인간도 경험을 반추해야 한다. 말하자면 반추는 경험의 소화 과정이다. 경험을 잘 소화해 살과 피로 만들어야 한다. 경험의 반추 과정을 생략하면 자기가 경험한 것들은 아무 의문없이 진리로 굳어버린다.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