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자들 1 -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마린 카르테롱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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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꽤 오랫만에 영화 시나리오 같은 책을 읽은 느낌이다. '분서자들'이라는 제목과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이라는 부제는 10대 소년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에서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야기 소재인지라 차마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덥석 집어들었다. 조금 장황하게 시작되는 이야기에 책정보를 다시 봤더니 단권이 아니라 무려 3부작으로 되어있는 책이다. 거기에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완결판이라니 영화처럼 느껴지는 것이 과장은 아니었구나 싶고.

아니, 뭐 그렇다고 이 책이 그저 흥미만을 추구하며 재미외의 다른 것을 찾을 수 없는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유물이나 고문헌 등의 옛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는 많은데 이 책은 고문헌을 지켜내고 전파하는 임무를 가진 이들의 활약을 담고 있어서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더할나위없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직 책의 완결까지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서막에 해당되는 첫째권을 읽은 느낌으로 말하자면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치고는 폭력의 강도가 조금 높은 듯 하고 - 이건 선입견일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분서자들의 음모와 위협이 책수호자들의 목숨을 담보로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정신병원 감금에 총기난사까지 이어지는 모험활극은 그리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게임과 영화를 즐기는 십대들에게 그리 놀라울 것이 없다하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인디아나 존스나 라라 크래프트를 좋아한다면 말할것도 없고 책을 좋아하고 고고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분서자들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이제 첫째권을 읽었기에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어렸을 때 세계적인 무술유단자에게 무술을 배우며 자신도 모르게 비밀결사단의 수호자가 될 자질을 키워 온 오귀스트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지만 사건해결의 열쇠 역할을 하는 세자린 남매의 이야기는 어린아이다운 천진함과 단순 명료함으로 사건을 보여주고, 때로는 재치넘치는 표현과 해학으로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통상적으로 자폐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세자린을 통해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찾아보고 그녀의 활약을 더 기대하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오귀스의 친구 네네와 바르톨로메와의 우정이 앞으로 펼쳐지는 모험속에서 어떻게 견고하게 이어지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그에 더하여 조금은 진지하게 우리가 왜 책을 지켜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내려고 한다면 - 저자는 이미 그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 이 책은 더욱 더 큰 즐거움과 의미를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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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종말은 곧 인류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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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당의 표정
정민 엮고 지음 / 열림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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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에서는 기와집을 많이 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넓디넓은 마당을 끼고 있는 한옥을 보면 꽤 멋스럽게 보인다. 처마끝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것도, 맑은 하늘 아래 울리는 풍경소리도 모두 멋스럽게만 떠올리게 된다. 기와 지붕의 모습은 너무 낭만적으로만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눈이 쌓여도 이쁘고 아무것이 없어도, 심지어 낡아서 이끼가 자라고 있어도 멋스러울것만 같다. 그런 기와의 끝을 장식하는 것이 와당이라고 한다. 처음엔 떠올리지 못했는데 와당을 우리말로 하면 '수막새'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수막새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것. 신라의 미소,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 미소띈 얼굴이 떠오른다. 어떤 멋진 모습들이 담겨있을까 기대하며 책을 펼쳤는데 사실 와당의 표정에는 뜻밖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어서 놀라웠고 책장의 마지막을 덮을때는 조금 아쉬운 것이 있었다.

 

와당의 표정은 전체적으로 4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시기나 지역, 국가별 구분이 아니라 와당의 '표정'이라는 제목답게 와당의 문양에 따라 반원형, 동물과 인간, 구름 꽃무늬, 길상문의 4종류로 구분하여 비슷한 문양끼리 모아놓고 저자의 감상을 짧게 덧붙여놓고 있다. 처음 책을 볼때는 와당의 모양만 보고 그 다음은 저자의 설명과 감상을 곁들여 읽었는데 굳이 저자의 설명이 필요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와당도 있지만 솔직히 와당을 많이 보지 못했던 내게는 저자의 설명이 와당의 표정을 더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이 책에 대해서는 글로 설명하기 보다는 실제 와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니 긴 글이 필요없겠지만 와당에 대한 저자의 글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꾸밈과 장식이 들어가고 좀 더 세심하고 풍부함을 보여주려고 한 와당을 다시 한번 더 살펴보게 된다.

 

"와당의 문양에는 그 시대를 살고 간 사람들의 꿈과 현실이 담겨있다. 그들이 꿈꾸었던 삶, 그들의 삶을 지배했던 약호들이 그 속에 살아 숨쉰다. 집은 허물어져 자취 없이 되었어도, 와당은 흙 속에 묻혀 두 번의 천년을 넘겼다. 그 긴 세월을 잠만 자다 다시 햇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 그 시대를 증언하고, 빛바랜 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의 서문에 저자가 '이 책은 중국 고대의 와당들을 모양과 문양에 따라 모은 것'이라고 이미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막새에 대한 소개가 없어 아쉽다. 우리의 수막새는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지만 또한 저자의 말대로 '같은 종류의 와당도 그 미묘한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면 아주 흥미롭다. 수없이 많은 와당들이 비슷한 원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지만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더 우리의 수막새에 대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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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잃어버린 우리의 신 - 전래동화에 갇힌 전래의 신에 대한 17가지 짧은 이야기
김종대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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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뿔달린 도깨비 이야기는 우리의 전통 도깨비가 아니라 일본에서 넘어온 도깨비라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들어 알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의 잃어버린 '신'이라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재미있고 흥겨운 도깨비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책을 집어들었다. 사실 도깨비는 신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친근한 친구같은 느낌이지 않은가. '낮도깨비마냥'이라는 비유를 자주 쓰고 들으며 지내서 그런지 도깨비는 낮에도 나오는 무섭지 않고 때로는 어리숙한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전래동화에 갇힌 전래의 신에 대한 17가지 짧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러니까 전래동화속의 설화로 이어져오는 도깨비가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섬겨왔던 신으로서의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아니, 신으로서 섬겼다기보다는 인간을 도와주는 조력자같은 존재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도깨비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다. 솔직히 기대했던 수많은 도깨비 설화가 감겨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의 혹부리 영감처럼 권선징악의 교훈적인 도깨비보다 인간을 돕고 훗날 큰 인물이 될 사람을 미리 알아보고 그를 위해 충성하는 도깨비의 이야기가 좀 더 인간적이고 살아있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오래전 대학생때였던가?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기는 했었지만 일부러 찾아다닐만큼 적극적으로 옛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없었던 내가 어떤 연유로 따라다니게 된 것인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에 없지만 - 사실 함께 갔던 사람들도 다 낯선 사람들이었고 난 친구도 없이 혼자 낯선 사람들 틈에 끼어 성황당과 굿터를 보기도 했고 시골의 가정집에서 신주를 모시듯  가신(家神)집을 바깥채 창고에 만들어놓은 곳을 보기도 했고 영등굿을 하는 것도 봤었지만 이 책에 실려있는 영감놀이는 본적이 없다. 다른 지역의 도깨비굿 분장모습도 그렇지만 제주의 영감놀이에 등장하는 가면은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인간과 구분짓는 형상을 보여주고 있어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책을 읽고나니 도깨비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도깨비굿을 한번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어 더 그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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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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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사카 코타로의 연애소설이라는 문구를 보고 정말 연애소설을 기대한 사람은 없지않을까, 싶기는 했지만 그래도 솔직히 나는 그가 어떤 연애소설을 썼을까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평소 읽었던 그의 소설들과 그리 다른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따져보자면 조금 더 말랑말랑한 느낌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연애소설이라는 말에 생겨난 선입견으로 인해 더 그리 생각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 책은 이사카 단편집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쓰는 특유의 뫼비우스띠같은 연결고리를 가진 단편의 모음이기에 이 책 역시 단순히 단편집이라고하기보다는 한 권의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단편 아이네 클라이네는 노랫말을 의뢰받았는데 가사대신 쓴 소설이라고 한다. 사랑은 서서히 스며드는 것과 같은 것일수도 있다,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조금은 밋밋해보이는 이야기의 전개지만 역시 무심코 넘겼던 '결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즐겨달라는 이사카 코타로의 말을 다시 되새겨보게 된다.

 

"결국 만남이란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때는 뭔지 몰라서, 그냥 바람 소리인가 생각했지만, 나중에 깨닫게 되는 거. 아, 그러고 보니 그게 계기였구나, 하고. 이거다, 이게 만남이다, 딱 그 순간에 느끼는 게 아니라, 나중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거" (35)

 

운명같은 만남이라거나 불꽃같은 사랑이야기가 담겨있지는 않지만, 아니 오히려 서로 만나 연애를 하다가 결국 헤어지기도 하고 사랑하여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지만 성격의 차이로 이별을 겪게 되기도 하는 이야기에서 그래도 결국 '이런것이 사랑인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사카 코타로만의 연애이야기가 담겨있는 6편의 단편은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등장인물들의 관계도를 그려보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집중해서 읽었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까...? 단편 하나를 읽고 한참 있다 새로운 단편을 읽기 시작하니 뭔가 기시감은 드는데 확실히 연결고리가 되는 부분의 내용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내심 두번째 단편인 라이트헤비에 등장하는 사이토의 이야기가 뒷부분에 하나의 에피소드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는 그저 스쳐가는 조연으로 노래를 들려주는 의문의 음악가로서만 남아있는것이 조금 아쉽다. 혹시 나중에라도 음악가 사이토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연작소설이 나오지는 않을까, 기대해보게 되는 건 나혼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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