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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당의 표정
정민 엮고 지음 / 열림원 / 2017년 1월
평점 :
내 고향에서는 기와집을 많이 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넓디넓은 마당을 끼고 있는 한옥을 보면 꽤 멋스럽게 보인다. 처마끝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것도, 맑은 하늘 아래 울리는 풍경소리도 모두 멋스럽게만 떠올리게 된다. 기와 지붕의 모습은 너무 낭만적으로만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눈이 쌓여도 이쁘고 아무것이 없어도, 심지어 낡아서 이끼가 자라고 있어도 멋스러울것만 같다. 그런 기와의 끝을 장식하는 것이 와당이라고 한다. 처음엔 떠올리지 못했는데 와당을 우리말로 하면 '수막새'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수막새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것. 신라의 미소,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 미소띈 얼굴이 떠오른다. 어떤 멋진 모습들이 담겨있을까 기대하며 책을 펼쳤는데 사실 와당의 표정에는 뜻밖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어서 놀라웠고 책장의 마지막을 덮을때는 조금 아쉬운 것이 있었다.
와당의 표정은 전체적으로 4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시기나 지역, 국가별 구분이 아니라 와당의 '표정'이라는 제목답게 와당의 문양에 따라 반원형, 동물과 인간, 구름 꽃무늬, 길상문의 4종류로 구분하여 비슷한 문양끼리 모아놓고 저자의 감상을 짧게 덧붙여놓고 있다. 처음 책을 볼때는 와당의 모양만 보고 그 다음은 저자의 설명과 감상을 곁들여 읽었는데 굳이 저자의 설명이 필요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와당도 있지만 솔직히 와당을 많이 보지 못했던 내게는 저자의 설명이 와당의 표정을 더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이 책에 대해서는 글로 설명하기 보다는 실제 와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니 긴 글이 필요없겠지만 와당에 대한 저자의 글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꾸밈과 장식이 들어가고 좀 더 세심하고 풍부함을 보여주려고 한 와당을 다시 한번 더 살펴보게 된다.
"와당의 문양에는 그 시대를 살고 간 사람들의 꿈과 현실이 담겨있다. 그들이 꿈꾸었던 삶, 그들의 삶을 지배했던 약호들이 그 속에 살아 숨쉰다. 집은 허물어져 자취 없이 되었어도, 와당은 흙 속에 묻혀 두 번의 천년을 넘겼다. 그 긴 세월을 잠만 자다 다시 햇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 그 시대를 증언하고, 빛바랜 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의 서문에 저자가 '이 책은 중국 고대의 와당들을 모양과 문양에 따라 모은 것'이라고 이미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막새에 대한 소개가 없어 아쉽다. 우리의 수막새는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지만 또한 저자의 말대로 '같은 종류의 와당도 그 미묘한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면 아주 흥미롭다. 수없이 많은 와당들이 비슷한 원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지만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더 우리의 수막새에 대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