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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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 하나 만들 줄 모르지만 파괴할 줄은 아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라고 한다. 눈 앞에 보이는 잎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것으로 우리는 모두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호프 자런은 한 과학자로서 다른 과학자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그 이야기가 바로 랩걸인 것이다.

 

랩걸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런 글을 읽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식물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이든 좋아서 -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자세히 알지못하면서도 무조건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한데 - 과학자가 쓴 식물 이야기는 좀 딱딱하고 지루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으니 감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게 왠 횡재인가. 과학자라 불리는 호프 자런의 이 책은 과학자로서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지만 자신의 자서전을 쓴 듯한 에세이는 문학으로서도 아주 훌륭한 이야기라고 느껴지는데 그것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은 식물을 이루는 뿌리와 이파리, 나무와 옹이, 꽃과 열매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것은 그 자체로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되지만 또 하나의 비유로서 호프 자런 자신의 삶과 과학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린시절 문학을 공부하는 어머니와 함께 문학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학을 전공으로 공부하지만 또 과학자였던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과학자로서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그녀에게 운명적인 만남이라 느껴지는 빌과의 만남과 연구 프로젝트 비용을 받기 위한 노력, 한눈에 반해 결혼하고 임신하여 아들을 낳고... 이런 삶의 이야기와 과학자로서 식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식물의 특성에 대한 이야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식물의 성장과 인간의 삶의 모습이 닮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호프 자런은 식물들은 우리와 같지 않다고 말한다. 중대하고 기초적인 면에서 우리와 다르며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다. 식물과 우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우리 자신을 식물에게 투영하는 것을 그만둘 수 있으며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인식할 수 있다(399)

그녀의 말처럼 세상은 조용히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인간의 욕심과 필요에 의해 식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파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나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수많은 질문을 던지도록 하자.

우리는 이미 과학자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막 시작하는 과학자로서의 삶을 나무를 심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진다.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 사막에 사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사막에서 가지고 나오면 더 잘 자란다....부활초들은 대부분 작아서 우리 주먹보다 크지 않다. 보기 싫은 외모에 작고 쓸모없고, 그리고 특별하다. 비가 오면 부활초의 이파리는 다시 부풀어 오르지만 48시간 동안 초록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극적인 인생도 결국은 계속 갈 수 없어서 장기적으로는 부활초마저도 시들고 완전히 죽는 때가 온다. 그러나 잠시 스쳐지나가듯 누리는 영광스러운 그 순간 부활초는 다른 식물은 전혀 모르는 비밀스러운 지식을 누린다. 바로 초록이 아니면서도 성장을 하는 비밀 말이다. (20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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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명의 집: Beams At Home 2 - 훔치고 싶은 감각, 엿보고 싶은 스타일
빔스 지음, 김현영 옮김 / 라의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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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군가의 집, 개성이 강한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는 건 괜한 설레임을 갖게 한다.  사실 빔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템을 갖고 운영되는 회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책의 빔스의 직원들의 개성넘치는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보다는 책 제목 그대로 136명의 집, 그들 각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생활환경에 맞게 꾸며놓은 멋스러운 생활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올뿐이다. 물로 이 전에 출판된 '당신의 집을 편집해드립니다'를 보고 빔스의 분위기를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 책은 뭔가 따라하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공간을 보면서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인테리어는 어떤 것일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도움이나 길잡이의 느낌으로 펼쳐보게 된다.

빔스 직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 처음부터 사진만 열심히 들여다봤다. 집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파악하기는 힘들어보이지만 부분적인 공간의 꾸밈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확연히 느껴진다. 작은 소품들을 그저 툭 진열해놓은 것 같아보이는데도 왜 멋있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쌓아놓은 것도 내 방은 창고처럼 느껴질 뿐인데 이들은 그마저도 감각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의 부제에 '훔치고 싶은 감각'이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몇몇의 집에서 훔치고 싶은 소품들이 있을뿐이라는 것도.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구경하는 재미에 사진만 열심히 들여다보다가 비로소 그들에게 던진 질문과 대답을 읽기 시작하게 된다. 아니, 처음에는 그냥 흘리듯이 쓰윽 읽으려고 했는데 처음 펼쳐들고 읽은 질문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는데, 소파에서 볕을 쬐는 것이라는 대답에 홀려 조곤조곤 읽어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집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 해 주는 조언,에 단적으로 '버려라!'라고 답한 것을 보면서 그들과 나의 차이점을 느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대로 실행하고 있었고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 도움이 되고 자극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나는 그저 딴 세상 이야기로만 여기고 있다는 것.

개성있고 창의적인 것은 학습되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그들이 보여주는 감각적인 모습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나 자신의 것을 찾는 것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책 뒤에는 부록처럼 빔스 직원들의 '자신의 편애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각각의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른것은 당연한데, 그것처럼 또 당연하게 '좋으면 좋아한다. 그뿐이다'라는 아주 당연한 말이 마음을 툭 치고 간다. 왠지 나도 조금은 자신있게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남기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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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두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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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7-03-1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 해결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해결책이 관습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이 아이의 어머니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대신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것은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고 있는 일이고, 내가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생각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은 채 그를 사랑할 것이고, 그도 나를 사랑할 것이며, 모든 게 괜찮을 것이다.
어쩌면 이건 내가 어떻게 해도 망칠 수 없는 100만 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실험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아기가 나를 나보다 더 큰 또 하나의 무언가에 닻을 내릴 수 있도록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자라는 것을 보고,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내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내 인생의가장 큰 특권 중의 하나가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게는 도와줄 사람이 있고, 충분한 돈이 있고, 사랑이 있고, 직업이 있고, 필요하면 먹을 수 있는 약이 있다. 어쩌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가 정말로 기쁨으로 거두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나도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326
 



나는 식물의 성장을 연구하고 싶었지. 하지만 돈은 늘 지식을 위한 과학이 아닌 전쟁을 위한 과학에 몰렸다. 40






생각했던것과는 조금 다른 전개이긴 하지만.
재미있게 읽힌다.
어린시절 엄마와 문학공부를 하고 대학진학도 문학을 전공으로 했지만 결국 과학자의 길을 걷고있다는 저자의 글은.

그나저나 연구자의 길은 어디서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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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뭐라고 -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
사노 요코 지음, 김영란 옮김 / 늘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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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읽어보고 싶은 에세이는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도 일본 작가들의 에세이는 호불호의 느낌이라기보다는 너무 비슷한 문화적 환경에서 너무나 일본스럽다 라는 느낌때문에 괜한 거부감이 생길때가 있다. 이 모순적인 느낌을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어쨌거나 나와 감성코드가 맞는지 먼저 간을 보듯 한 권을 읽어보는 것이 아니라, 사노 요코의 에세이는 모두 읽어보겠다는 욕심에 한꺼번에 너댓권을 구입했다. 이미 베스트 셀러가 된 책도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검증된 글보다는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이 담겨있는 추억이 뭐라고, 가 가장 먼저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유년기는 악마의 시절이다"(32)

 

어린날의 '소중한' 일상이라고 되어 있지만 그녀의 유년시절 이야기 속에서 나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나의 유년 시절을 너무 많이 떠올렸다. 잘난 것도 없고 오히려 극단적으로 내성적이고 소심한데다 못생겨먹은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그닥 잘하지 못했다. 청소당번날이 달라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한참을 기다리던 나를 못본척하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집으로 가버렸을 때의 기억은 왜 잊혀지지도 않는 것인지. 나는 아직까지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채 그저 어린 시절에 왕따였을까,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또 기억을 떠올려보면 반에서 인기있었던 친구들 - 초등학생 시절에는 남자애들까지 포함해서 그런 친구들과 내가 꽤 친하게 지냈다는 느낌의 기억도 있다.

담임선생님이 특별히 이뻐하는 아이들 틈바구니에 내가 같이 있었다는 기억은 나를 불편하게 하고있다. 물론 그보다 더 불편한 것은 수업시간에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화가난 선생님의 지목에 놀라 일어섰다가 수업내용의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해서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기억이다.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해버리는 내게 벌은 못주고 그저 더 화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선생님의 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당황스럽기만 하다. 사노 요코가 기억하는 에피소드의 선생님이 수학선생님이었든 내 기억속의 선생님도 수학선생님이셨는데. "따지고 보면 소학교 때는 언제고 이유도 없이 얻어맞았던 아이가 있었다. 그것은 편애의 반대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좋고 싫음이 있는 법이다"(150)

 

애교가 없어서, 인사성도 없어서, 사회성도 없어서 유년 시절 친구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유년시절의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 성격으로 인해 그 많은 친구들과 스스로 멀어져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를 왕따 시킨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해 스스로 떨어져 나온 탓이 있기도 하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하다. 사노 요코의 에피소드는 나의 유년과 닮아있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한데 그 무엇이든 나만의 추억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하아. 어찌해야하나. 자꾸만 마음이 기억하는 어린 날의 소중한 일상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사노 요코의 에세이를 다 읽고 싶은 마음과 잠시 멈추고 싶은 마음이 뒤섞이고만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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