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어쩌다보니 자그마한 과수원을 관리하게 되었다. 관리한다,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귤나무가 고사해버리지 않도록 열매를 따 주는 것 정도밖에 한 일이 없다. 2년째 수확을 하고 있는데 처음 과수원에 갔을 때 농약도 뿌리지 않고 가지치기도 해주지 않고 잡초마저 그대로 뒀는데도 많은 열매를 맺어 신기하기만 하다. 자연은 그렇게 그 상태로 열매를 맺고 새들에게도 맛있는 과즙을 내어주고 또 다음해 결실을 맺을 준비를 한다. 언젠가부터 유기농 식품이 더 인기를 끌며 고가로 판매되고 유통되고 있는데, 실제로 최소한의 영양제만 뿌려주고 열매 맺는 귤나무를 보고 있으려니 지금의 유기농 열풍 역시 인간의 장수욕망을 채우기 위한 욕심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연이 그대로 베풀어주는 혜택을 받는 것인데 인간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돈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러니까 나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겠지만 귤밭에도 엄청난 농약과 제초제가 뿌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관리하는 과수원에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는데, 여름에 무성했던 풀들은 겨울이 되면서 말라 죽어버린다. 그래서 귤을 딸때쯤이면 잡초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다른 과수원의 귤에 비해 모양도 못나고 조금 시들해보이기는 하지만 맛과 영양에 있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이익을 내려고 욕심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자연 상태 그대로 충분히 많은 것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자연을 존중하는 것이고 성프란치스코의 태양의 찬가를 같은 마음으로 노래하는 것이고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실천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오래전에 `허브`를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잡초`라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때부터 허브에 대한 인식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잡초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내가 모르는 풀을 통칭으로 그저 잡초라고 불렀었는데 그 모든 들풀 하나하나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 녹색고전에도 독일의 생태 시인 한스 위르겐 하이제의 약속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며 잡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인디언들에게는 잡초라는 말 자체가 없으며 존재 이유가 없는 풀은 없으며 모든 풀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지구상의 생명체 모두가 소중하다는 이야기이다.
잡초여
모든 사람이
장미만을 사랑스러워 하는
이 시대에
나는 너를 돌보는 산지기가 되리라
나도 한때 성경공부를 좀 해서, 이 책에서 창세기를 인용하며 이야기하고 있는 세상만물의 주인이 되어 다스리라는 관점과 세상만물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일뿐이지 지배자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눴던 기억이 난다. 동식물과 비교하며 인간이 그 우위에 서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식물에게도 그 고유의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녹색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러한 생각을 더 깊게 해 준다.
녹색고전 서양편은 길가메시의 인용으로 시작해서 성서의 인용,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글, 생태시인들의 시, 이미 유명해진 소로의 월든,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등 다양하고 깊이있는 글들을 인용하며 그에 대한 해설을 하듯이 생태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고 있다.
동양편에 이어 서양편까지 저자의 해박함에 대해 감탄을 하게 되는데, 그 이상으로 정말 쉽게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음에 더 큰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 인용하며 언급하고 있는 책들은 모두 읽어보고 싶어지는데,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녹색고전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생태주의적 사유를 접하게 되고 한걸음 더 생태환경을 위한 실천에 다가서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