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글쎄... 오늘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틀동안 아파서 드러누워 있느라 입맛도 없고 하루쯤 굶는다고 죽을것도 아니기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누워 잠만 자고 있으려니 어머니가 걱정이 되었는지 ....

하아. 여기까지 작성하고 어지럽고 힘들어 임시저장을 하고 드러누워있다가 부르투스 자판기를 꺼내어 반쯤 드러누운 자세로 한시간 이상 글을 썼는데, 잠시 또 어지러워 누워있다가 폰 화면을 열었더니 그 많은 글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아니 왜?
이건 정말 화가 나는 일인데, 궁극적으로는 그 대상이 나 자신이겠기에 더 화가나면서 또 어쩔 수 없이 이 글을 되풀이해야한다는 것에 또 짜증섞인 화가 치밀어오른다.
아니, 그런데 마스다 미리의 책은 이런 화나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데.

울컥 치밀어오르는 화, 때려주고 싶을 정도의 화, 폭발직전의 화. 이따금 화가 나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도 진정이 안 될 때가 있다.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걸, 저렇게 반론했으면 좋아쓸걸. 머릿속으로 분노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면, 화가 하늘까지 닿을 듯한 꽈배기엿처럼 길어져서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그것은 그나마 속 편한 화다. 화뿐인 화는 구원받을 수 있다. 가장 괴로운 화는 `슬픔`이 들어 있는 화다. 나는 잠 못 이룰 정도로 화가 나 있는 자신에게 언제나 질문한다. ˝그 화에 슬픔은 있니?˝ 슬픔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그렇게 대단한 화가 아니다.

좀 길게 인용을 했지만 왠지 이 글을 이렇게 옮기고 나니 내가 느낀 감정은 그저 짜증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에 슬픔이 있다`는 건 다시 생각해볼수록 정말 마음이 짠해지는 것. 부당함에 대해 화를 낼 수 있는 정당함이지만 왠지 그 안에 담겨있는 슬픔이라는 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거대 권력에 대한 분노 같은 느낌이 들고 있다.

아니, 뭔가 거창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가기에는 지금 내 몸상태가 별로여서 머릿속도 엉망이라 힘들다고 해 두자. 이 책에 실려있는 마스다 미리의 에피소드가 가볍다고는 하지만 왠지 자꾸만 부당함에 대해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생각해보게 한다. 언제나 화를 내지 않고, 그저 좋은게 좋은거라고 넘기는 것이 과연 좋은 사람인 것일까.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이야기는 `그렇죠?`라는 네컷만화였다. 요리 같은 거 해요? 라는 물음에 별로, 라고 대답했더니 `그렇죠?`라는 답이 되돌아온다. 왠지 질문하기 전부터 답을 알고 있었다는 반응, 거기에다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없는 질문과 대답, 때로는 무례함까지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솔직함이라는 포장에 묻혀버릴때가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없는 솔직함을 좋은 것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나의 이런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 마스다 미리 여사의 네컷만화는 가감없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너 뭐냐?`에서.
어쩌면 많은 일들에 대해 화가 나는 건 나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 - 그러니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 어이가 없어서 대응을 못하거나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내가 참아야하는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그런 상황에 대해 화가 나고, 또 그러는 나 자신에 대해 화가 나는 것이리라.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그 상황과 나 자신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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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9-21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어디 편찮으신가봐요. 주말에 푹 쉬시고 좀 나으셨으면 좋으련만, 어떠신가요.
잘 다스려서 처리하지 않은 화는 꼭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다가 나중에 다시 불뚝 튀어나오기 일쑤더라고요.
우울도 잘 들여다보면 `화`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책에서 읽었는데, 가장 괴로운 화도 역시 슬픔이 들어있는 화군요.

chika 2015-09-21 15:56   좋아요 0 | URL
한의원에 갔다 왔어요. 귀가 얇아서... 어지럼증인데, 한의원 간호사들이 이비인후과에도 꼭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아, 왠지 한의원에 가서 바로 약을 지어먹겠다고 한 것이 잘못인가..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