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면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무심하게 집어들었던 이 책을 삼일째 되는 오늘 서둘러 다 읽었다. 그럴 수 없겠지만 '소설'이기에 가져본 그들의 만남을 기대해보면서.
간결한 문체로 아무런 감정없이 툭 묘사된 전쟁의 이야기는 패배해야 할 적군도 승리해야 할 아군도 없는 이야기이다.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는 '사람의 역사'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책을 다 읽은 내 느낌을 좀 더 선명하게 해 주는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구분되지 않는다. 가족을 잃고, 미래를 잃고, 일상을 잃은 그들 모두가 동일인물이다, 라는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그 느낌이 확연해진다.
  
  이미 배부른 것들이 부푼 배를 더 불리기 위해 일으킨 전쟁에,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괭이를 잡던 정직한 농부의 손은 사람을 죽이는 칼을 잡아야만 했다. 그것은 침략을 하는 나라도, 침략을 당하는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국익을 위해 파병을 한다, 는 것들의 거짓말을 듣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국익을 위해 쌀을 수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적은 우리를 침략한 나라가 아니다. 적은 땅을 일구고 생명을 키우던 손에 돌을 쥐게 하고, 칼을 쥐게 하는 그들이다.

  정유재란을 일본군 무사의 눈으로 서술한 이야기, 라는 말로는 이 소설을 설명해낼 수 없다. 나는 그저 땅을 일구며 생명을 키우던 괭이를 잡아야 하는 손을 가진 농부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칼을 잡아야 했고 전쟁터로 떠나야만 했다는 것만 마음에 남을 뿐이다. 그것은 일본인이든 우리 조선인이든 비극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일본과 조선의 구분없이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의 대립이 있을뿐이라는 것이다.

  소설은 간결하게 끝을 맺었지만 책을 덮은 나는 이 이야기를 간결하게 끝맺을수가 없다. 사백여년전의 이야기는 그 교훈을 되살리고 있지만 현실은 되풀이 되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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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1-1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그 무엇이든지간에, 자기 뱃속을 채우기 위해 침략을 일삼는 자, 그에 동조하는 자. 지금 분명 시체썩는 냄새를 풍기며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배가 터져버리길.

국경을넘어 2005-11-17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모유키, 동행? 최근 '민족' 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 임진왜란 이야기도 나왔었죠. 사가야(일본군이었으나 조선으로 귀화)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는데 아마 그런 것이 소설로 되었나 봅니다. 근데 그 농부가 조선 농부인가요 아니면 일본 농부인가요?

chika 2005-11-1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나온 도모유키는 온전히 일본인입니다. 그리고 그 도모유키가 원래 무사계급출신이 아니라 농부였던 것으로 설정되었지요. 조금 더 이야기하면 소설의 흥이 깨질것 같아 여기서 이만,,,,(요즘의 사태를 보면서 적군과 아군의 개념, 저자가 얘기한 '사람의 역사'라는 부분이 맞물려지더군요.)

국경을넘어 2005-11-1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착각을 했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제국주의 전쟁에 내몰았던 세계대전을 연상케 하는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언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재료다 싶으면 임진왜란 가르칠 때 가져다 써야겠슴다 ^^*

chika 2005-11-1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저도 아이들이 이런 역사관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말하며 타인을 적으로 내몰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이주노동자문제도 그렇고요. (흑~ 전 곁가지 생각이 너무 많아요. ㅠ.ㅠ)

짱구아빠 2005-11-1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규항 님의 신간 [나는 왜 불온한가?]에서도 "국익"은 가진 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포장하는 용어로 심심치 않게 써먹는다는 글을 보았습니다."국익"을 위해 파병을 한다는데, 그 이익이 결국은 누구한테 돌아갈지를 따져보면 쉽게 답이 나오네요

chika 2005-11-1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딴 얘기지만 요즘 집에서 읽는 책이 '나는 왜 불온한가?'예요. 그 책도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