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셀프 포트레이트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사진, 존 말루프 외 글,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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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젠가 자동차를 타고 길을 가고 있을 때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백미러에 비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똑같은 모습이지만 똑같지만은 않은 나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을 찍는 것은 재미있어하기 시작했다. 그림자를 찍는 것은 단순히 나를 온전히 드러내기 싫어서였지만, 현실 그대로가 아닌 거울이나 유리창에 비춰지는 나의 모습은 내가 아닌 타자의 시선으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내 모습인 듯 하여 조금은 재미있게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반세기도 더 전에 살다 간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진작가의 시선과 눈빛을 보는 순간, 나의 장난같은 사진은 완전히 잊혀져버렸다. 그녀의 셀프포트레이트 -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처음 보게 되었을 때는 그리 놀랍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흔해져버린 구도와 사진 촬영기법이라는 생각에 별다른 느낌없이 사진을 넘기게 되는데 쉽사리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된다. 사진기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단순한 셀피사진 한 장을 넘어선 그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뭔가 관음증, 혹은 관찰자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고 자기 자신의 형형한 눈빛을 담아 무표정과 무감정의 얼굴에서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받기도 하는 듯 하다.

 

그녀의 그림자가 찍혀있는 사진은,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게만 느껴지다가도 여러장을 넘겨보다가 문득, 뭔가 이게 아니야 라는 생각으로 다시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까맣기만 한 그녀의 그림자에서 그녀의 시선이 느껴지고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되고 만다.

그녀의 시크한듯 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이 보이는 사진도 좋고, 낙엽을 가슴에 품고 있는 그림자 사진도 좋은데 잔디위의 노란 꽃을 품고 있는 그림자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신비롭기만한 그녀의 삶이 궁금해지는만큼 그 꽃을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에 담긴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비비안 마이어의 셀프포트레이트는 뭔가 아쉬움이 남지만 그 이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그래서 또 다른, 그녀가 찍어두고 고이 간직해오기만한 그녀의 수많은 다른 사진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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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8-10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시회 함 가야하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