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내내 집에 계시는 어머니를 위해 휠체어 끌고 슬금슬금 동네 마실을 다녀왔다. 집에 반찬 해 먹을 것이 없다는 걸 핑계로 시장까지 가기는 힘들고, 동네 마트에 가서 야채를 사기는 싫고... 버스 정류장에 좌판을 벌이고 집 텃밭에서 따 온 비상품들을 늘어놓고 파는 할머니가 있어서 동네 골목 앞쪽의 버스 정류장까지 갔었던 것이다.
가지 한무더기에 이천원. 거기에다가 담아주면서 두어개를 더 넣어주신다. 무 처럼 커다란 늙은 호박은 천원. 어머니가 가끔 물건을 사곤 해서 안면이 있는 할머니는 주섬주섬 팔려고 다듬어놓은 호박잎도 싸서 그냥 넣어주신다.
그냥 오기 섭섭했던 어머니는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부추를 한뭉치 바구니에 넣어 둔 것을 보고 부침개나 해 먹을까? 하시길래, 에에에~ 했지만 - 흙이 묻어있고 너무 잘고 시들어보여서 부침개 해 먹기 귀찮다고 사지 말자는 듯이 말을 하다가 문득.
내가 이걸 안사면 오늘 할머니 수입은 0원일지도 모르고, 천원이면 할머니도 좋고 우리 어머니도 좋고 나는 덤으로 살은 찌겠지만 한끼니 부침개로 떼울 수 있는데...라는 생각에 바구니에 있던 부추를 몽땅 천원에 사들고 왔다. - 물론 나는 천원이 적은 돈이라 생각하지 않는, 그러니까 조금 무거운 짐이 있어도 버스타지 않고 버스비 천이백원을 아끼며 걸어서 집으로 가는 그런 사람이니만큼 천원 한 장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라서 할머니에게 적선하듯이 천원어치 부추를 산 것은 절대 아니다.
집에 와서 부침개를 하려고 부추를 살펴보다가 할머니에게 내심 미안해져서 이런다.
씻어놓고보니 여린 부추는 싱싱하고 상한 것 없이 그대로 모두 잘 쓸 수 있는 상태였던것이다. 마트에 가면 그런 부추는 살 수도 없는데다 크고 질기기만 한 것이나 파는데. 아, 그러니까 역시 좌판의 야채를 얕잡아보면 안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