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부 시리즈. 민망하다,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중에 내가 갖고있는 책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책을 갖고 있기만 하고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을 읽었다면 당연히 어느 책 한 권이 빠졌는지 알 수 있을텐데. 게다가 이제는 이렇게 헷갈리는 책들이 많아져가고 있다는 것이고, 시리즈를 구입만 하고 있어서 나중에 책을 사려고 하면 그 빠진 책을 찾아내기 위해 방을 뒤져봐야 한다는 것. 실제로 그렇게 뒤적거리다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책을 구매했더니 어느 순간 두 권의 책이 나타나기도....
그러니까 말이다. 도무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도 벌써 해를 넘기고 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대청소 하기 딱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귀차니즘의 당당한 승리로 인해 그저 빈둥거리다가 주말을 다 보내고. 그렇게 또 다시 한 주간이 지나가고 한주가 시작되고. ㅠㅠㅠㅠㅠㅠ
근데 이 박스세트는 왜?
사실 전집 완결인 만화책은 박스세트로 구입하면 정리하기도 쉽고, 책장 위에 올려놓기도 편하고 좋긴 한데 연작으로 나오는 것은 박스가 조금은 걸리적거리기도 하고. 낱권으로 꼬박꼬박 구입하던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이벤트이기도 하고. 나는 굳이 이 작은 박스가 필요없으니 아직 구매하지 않은 책...이 아니라 아직 읽지 않은 책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는다고 했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집에도 아직 읽지 않은 장르소설책이 수십권이다. 지금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책만 해도... 해를 넘기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 미미여사의 책조차도!
민망함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하는걸까?
4월이 가기 전에 책정리를 하겠다는 굳은 결심은 여전히 유효한데 책이 더 늘어가기만 하고 줄어들지는 않으니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나도 작업실을 갖고 싶다, 라는 것보다도 온전한 나의 책 공간을 갖고 싶다는 것이 맞겠지. 넘쳐나는 책을 어쩌지 못하고 있을 때 어머니가 한 대응책으로 집 옥상에 조립식 컨테이너 박스를 하나 올려 그곳에 책을 보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집 위에 뭔가를 올리려면 하중을 고려해야 하고, 책만 두면 책이 상할수도 있다고 해서 또 다른 뭔가를 더 고민해야 하고..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그냥 박스 하나 올려놓는게 아니라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나도 좀 모냥새있게 책장을 정리하고 그 공간에서 모냥새나게 책을 읽어보고 그랬으면 좋겠다만서도.
일단 현실적으로 그런 사치스러움을 가지려 하지말고 일단은 지금 갖고 있는 책 정리를 먼저 해야할 것 같은데, 하이고. 어쩌나. 정말 쉽지가 않다. 어떻게 보면 책 읽을 시간이 더 많아져야 하는데 집에 가서 저녁 식사하고 정리하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버리니. 그나마 요즘은 해가 길어져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 삼십여분에서 한시간 정도 책을 읽을 수 있으니 그나마 책을 좀 읽는다고 할 수 있는데. 겨우 그 속도로는 어림도 없다. 오늘도 벌써 세 권의 책이 도착했고. 4일동안 가방속에 들고다니면서 읽어야지, 하고 있는 책 한 권은 진도가 하나도 나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책 펴놓고 읽는 것도 이제는 쉬운 일이 아닌게 되어버려서... 근데 왜 내가 자꾸 눈치를 보게 된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