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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중 세번째 권이지만 이전에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를 읽어본적은 없다. 시리즈이지만 전작과 이어지는 부분없이 개별적으로 읽을 수 있다지만 그래도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이유가 있겠기에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다. 그런 망설임을 끝내고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든 것은 '거지왕'이라는 제목 때문이다. 중세 유럽의 역사뿐 아니라 생활이나 풍습에 대한 상세한 부분들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고 당시의 문화와 시대상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이 책의 평가 역시 한몫을 했다. 사실 내가 중세 유럽에 대해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알아챌 안목이 있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역사의 기술이 아니라 소설의 기술로 그러한 부분을 바라보면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제목은 '거지왕'이라고 했지만 왜 이 책의 제목이 거지왕,인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 빼고는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로 읽을 수 있었다.
숀가우의 사형집행인 퀴슬은 레겐스부르크에 사는 여동생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레겐스부르크에 가는 동안 자신을 쫓는 듯한 낌새를 느끼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하지만 그가 찾아간 여동생의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피를 흘리며 살해된 여동생 부부의 모습이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들이닥친 경비대에 의해 감옥에 갇히게 된다. 영문을 모른채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게 된 퀴슬의 상태를 모르고 그의 딸 막달레나는 숀가우에 사는 의사의 아들 지몬과 신분의 차이를 넘어 서로의 행복을 위해 숀가우를 떠나 레겐스부르크로 몰래 떠나온다. 그곳에서 막달레나는 아버지가 살인자로 몰려 사형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을 알게 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진범을 찾기 위해 지몬과 행동에 나서는데...
중세유럽의 용병들의 모습과 그들이 평화로운 마을을 파괴하는 만행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세부적인 묘사들도 흥미롭지만 가장 큰 줄거리인 사형집행인 퀴슬과 그의 딸 막달레나와 연인 지몬이 사건을 파헤치고 사건의 배후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한번 책을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이 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버리는 것은 어쩌면 이 소설의 줄거리와 결말을 이야기해버리는 것 같아서 뭔가 더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데 중세 유럽의 역사와 시대상뿐 아니라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분명 이 책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상 진짜 범인과 배후는 이 사람이겠구나,라는 것을 이야기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좀 더 쉽게 드러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아쉬움에 한가지 덧붙이자면 한편의 소설로 읽어도 무관하지만 이 책에 담겨있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