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책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또 주문하고 주문할까... 하다가 정말 사고 싶었던 책이나 시일이 걸리더라고 분명 읽게 될 책들을 엄선해서(정말? 정말 엄선한 것이 맞을까? ㅡㅡ) 책 주문을 했다. 그러면서 찬찬히 둘러보고 있으려니 사고 싶은 책들이 엄청 많은 거다. 이미 산 것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아니. 그러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산다'라고 표현했지만 실상은 정말 읽고 싶은 책들이다. 문동도 그렇지만 창비나 열린책들, 민음사의 세계문학은 골고루 갖고 있으면서 띄엄띄엄이 아니라 세트로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 책들이고. 레미제라블은 이미 진즉에 질렀으니 아쉬움이 없지만 다른 책들은 조금 아쉽다. 도스또옙스끼의 작품도 찾아야겠는데... 그건 나중에 제값 주고라도 사면 되니까 라는 배짱으로 버티고 있는 중. 돈끼호테도 물론 그런.
잊고 있다가 도서정가제때문에 둘러보면서 확 질러버린 책은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이건 진즉에 읽고 싶었으나 구입을 해서 소장해야하는가,라는 의구심에 자꾸 구입을 미뤘었는데 쌓여있는 적립금도 있겠다.. 그냥 확 구입해버렸다. 이 기회에.
오늘 출근길에 앞에서 느긋이 가방메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는 애를 무심코 지나치려하는데 저 앞쪽에 있던 녀석이 갑자기 그 애에게 말을 붙인다. '야, 십분에 벌써 수업시작했다'
'알고 있어'... 음.. 그러니까 앞서 걷던 녀석은 중학생 꼬맹이였고, 학교 근처에서 차마 혼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녀석은 친구가 오니 반겼던 것이었네.
운동장에는 몇몇 아이들의 모습과 선생님 같은 어른의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는데 지금 수업을 시작했다는거네. 그리고 이녀석은 알면서도 여유롭게 길을 걷고 있었던것이고.
그래도 녀석들은 더 길게 수업을 째지않고 - 그러니까 언젠가는 몇몇 녀석들이 학교 정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걸 길 건너편에서 지켜보기도 했었는데, 그녀석들과는 달리 수업을 받으러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학교 교문을 들어서는 것을 보고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저 아이들에게 학교는 무엇일까.
사실 지금 그녀석들에게 가장 보호되는 공간 중 하나가 학교일텐데. 그곳이 지옥과 같은 느낌을 갖는다면.
이 기회에 컬러링북을 확 구입해버렸다. 크리스마스는 뜯어내어서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까 싶어 샀는데 저 소녀들 모습도 그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아, 근데 빈티지는 구입 안한 것 같다. 어제 한밤중부터 오늘까지 마구 구입을 해대느라 확실히 구분이 가질않는데... 색칠보다는 드로잉을 해야하는데... 하면서 구입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미적감각이 둔해서 색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뭐.
도서정가제가 책값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멤버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고보니. 난 알라딘 십주년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플래티넘 회원 유지를 줄창 하게 될 터인데, 그 효과도 사라지는것이었다. 솔직히 그때 그 플래티넘 회원 혜택이라는 것도 알라딘의 십주년 이벤트 당첨 선물치고는 참 생색내는 것도 안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미 플래티넘 상태였고 몇년가 계속 플래티넘이었고 향후에도 그럴 예정이었고 지금은 이벤트 당첨과 상관없이 구매금액만으로도 계속 플래티넘 유지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고.
그런 것이었는데 이제 하루가 지나면 플래티넘도 사라지고 만다. 아이구야. 회원 멤버십도 사라지고. 뭐. 지금 상태라면 앞으로 몇년간은 집에 있는 책들만 줄창 읽어도 읽을책이 넘쳐나겠다 싶기는 하지만.
난 분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도 있ㄷ 생각했는데 어제 급히 책장을 두리번거리다가 책이 보이지 않는거다. 이거 괜히 충동구매 아닐까 싶은데 두 권이면 한 권은 선물하지 뭐, 라는 심정으로. 구매하려고 했던 건 '이민자들'과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인데 어쩌다보니 책이 막 불어나 있다. 이 외에도 더 있지만 다 늘어놓는 건 쫌!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실 도서정가제법이 바뀌면서 다들 엄청 사들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구입할만한 책은 다 구입을 했었던 상태이고. 지금 구입하는 책들은 살까말까의 경계에 있던 책들. 아, 이거 구입하고 읽지않고 쌓아두기 몇년이 되어버리는 거 아닐까?
그리 생각하니 또 살짝 심란해진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