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 죽음의 땅 일본원전사고 20킬로미터 이내의 기록
오오타 야스스케 지음, 하상련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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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후쿠시마에 대한 기사 하나를 읽었다. 일상에서 잊을만하면 가끔씩 기사가 나오거나 SNS를 통해 누군가가 올려놓는 원전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곤 한다. 그 위험성과 끊임없이 우리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경각심을 지속적인 관심과 경계로 갖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도 서서히 후쿠시마를 잊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어쩌면 그것은 이 모든 일들이 나의 일이 아니라 그들의 일이라 믿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원전의 위험성과 방사능에 대한 경각심은 때로 지나친 건강 염려증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 현재 드러나는 위험성뿐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지구 환경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관심을 멈춰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은 죽음의 땅이 된 일본의 원전사고 20킬로미터 이내에 남겨진 동물들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지진과 해일이 지나가고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피폭된 도시에서 사람들이 떠나가버리고 폐허가 되어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그곳에 자의든 타의든 남게 되어버린 동물들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조심스럽게 먹이에 입을 대고 있는 아기 고양이의 사진이 담겨있는 표지 사진부터 인상적인데 책의 안쪽에는 더 참혹스러운 모습들이 담겨있다. 도심 한가운데 대형 마트의 주차장에 서 있는 소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면서도 왠지 자꾸만 머지 않은 우리의 미래의 모습같기도 했다. 굶주림에 지친 돼지들에게 개사료를 주고 다음 날 어찌 되었나 찾아가봤더니 도살되었거나 축사에 갇혀 굶고 있는 가축이 불쌍해 누군가 울타리를 열어줬더니 목마른 소들이 농수로에 물을 마시려 내려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바라보기만 해야할 때, 먹이와 물을 주려고 다가서려 하지만 날카로운 경계심으로 멀리 달아나버리는 개와 고양이들...

 

삼십여년 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후유증은 지금도 진행중이고 그곳 역시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다. 그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사고에 대해서 우리는 지금 너무 무관심하고 무감각하게 지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전사고는 그들의 일인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모두에게 닥쳐 온 현실의 문제임을 알아햐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인 사진작가는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재앙이 조금씩 잊혀지고 묻혀져가면서 그곳에서 일어난 일이 전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블로그에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의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어 음식과 물을 제공하고 죽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미안하다 되내이지만 그것으로 이 재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것이 죽어가는 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그는 지금도 위험을 무릅쓰고 죽음의 땅으로 찾아가고 있을 것이다.

 

"공동체의 붕괴, 가족의 붕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과 동물들..... 이런 비극에 대해 누구에게 죄를 물을 것인가? 비참하게 죽거나 지금도 거리를 떠도는 죄없는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물을 것인가? 이 시대 원전 지역은 대도시의 식민지이다. 원전이 없으면 정말 전력 대란을 맞을까? 원전이 멈춘 일본에서 전력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그 말이 거짓임을 증명했다. 에너지에 의존해서 살던 우리 삶의 방식, 진실을 말하지 않는 자들에게 의문을 제기할 때이다"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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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4-11-0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오자마자 읽었어요.
사람들이 입은 피해만 걱정했을 뿐,
그 땅에 남겨진 동물들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 해보지 못했던 나를 반성했습니다.

chika 2014-11-19 17:2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랬습니다 ㅠㅠ
이번에 선물하려고 두 권을 구입했는데 받는 친구 역시 생각이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순오기 2014-11-1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사람만 생각했지 남겨진 동물에 대한 생각은 꿈에도 못했네요.ㅠ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인지...오직 사람만이 자연을 해친다는 말이 틀리지 않아요.ㅠ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chika 2014-11-19 17:3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깊이 되새겨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