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를 나누고 나면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새겨보기 시작하면 왠지 내가 누군가에 대한 나의 감정들을 풀어놓았는데 마치 그것이 뭐가 어때서? 라는 반대의 감정을 이야기하거나 지금 그런 감정풀이를 하는 것 보다는 직접 상대방에게 그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을 털어놓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의 경우는 그게 어느쪽이든 상관없이 그닥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다는 것.
게다가. 지금 괜히 불쾌함이 느껴지는 건, 아침마다 볼일을 봐야하는데 배속에 그냥 담고 온데다 점심까지 꾸역꾸역 담아넣었기때문이 아닐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도대체 지금 뭔 말을 하고 있는겐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책 주문. 솔직한 심정으로는 책 주문까지만 딱, 하고. 책읽기는 귀찮으니 안했으면 좋겠다. 점점 더 귀찮아지는 것이 많아지고 있어. 당연히 해야하는 일도 미루기 시작하고, 철저히 일을 끝내기보다는 그때그때 임기웅변으로 넘겨버리려고 하고. 오늘도 해야하는 일을 잔뜩 적어놨는데 해놓은 것은 십분의 일도 안되는. 이십여분만 집중해서 읽으면 끝낼 소설책 한 권과 에세이 한 권도 겨우 삼사십여쪽만 남겨놓고 팽겨쳐두고 있으니.
나의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어쩌면 같은 맥락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읽는 기분이 별로인 것도 그런저런 이유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적 감성이라기보다는 심리적감성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가고 있으려니 집중하기보다 딴 생각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는것같기도하고.
'크게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일을 입 밖으로 내보면 생각보다 잘못이 작거나 내 잘못이라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라는 작중화자의 이야기와는 달리 상대방의 큰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 또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을 내가 몰랐을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이 행했던 단 한가지의 일때문이 아니라 그동안의 행태에 대한 선입견과 판단으로 인해 이번에도 역시 그랬을 것이라는 나의 판에 박힌 생각을 바꿔봐야 한다는 뭐 그런.
뭔가 복잡한가? 설명하려고 하는 건 아니기때문에 굳이 다시 풀어놓을 이유는 없으니 그냥 통과.
이제 내가 살아 온 세월이 조금 더 길어지고 있구나, 라는 걸 느끼는 것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슬금슬금 개정재판되어 나오고 있다는 거. 그래서 어쩌면 소설의 경우 굳이 기를 쓰면서 소장해야하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네. 언젠가는 조만간 -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만. 내가 갖고 있는 책들을 활용할 수 있는 작업을 하게 되면 반드시 이 모든 것이 다 필요할거야 라는 생각으로 싸안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생각에 자꾸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 누구의 잘모도 아니었던 것이다. 나의 잘못도 아니고 백사자의 잘못도 아닌 것이다. 잘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불행한 일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리자 묵은 피가 새어 나와 관자놀이를 타고 내리는 느낌이었다"(234)
온다 리쿠의 신작이 나왔는데... 네크로폴리스가 바로 연상되는 느낌. 아직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지 않아서 같이 비교를 한다는 것은 우습고. 암튼. 네크로폴리스는 재미있게 읽은데다 온다 리쿠의 작품들을 갠적으로 다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책 역시 별 부담없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