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 - 평범한 소신맘의 두근두근 산교육 여행기
류한경 지음 / 조선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내 어린시절을 기억하면 언제나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거나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부모님은 항상 일하러 나가셨는데다 아버지는 낮엔 밭일을 하고 저녁엔 야간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느라 집에는 항상 저녁 늦은 시간에야 들어오셔서 나중에 집에 같이 있게 되면 오히려 어색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내게도 어린 시절 온 가족이 다 함께 음식을 싸들고 아흔아홉골 구비의 풀밭에 앉아 놀았던 기억이나 모충사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던 기억들이 있다. 가끔 친구들이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여행다니기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나는 오히려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기억할꺼라며 여행을 권하는 이유는 나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내가 데리고 다녔던 어린 조카 역시 어린 시절의 여행을 추억의 한켠에 담아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는 사실 책의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대강 짐작이 되는 이야기이다. 사교육에 찌들어 있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교육시키고 여행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는 지극히 이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것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조카들이 더이상 어리지도 않은 내게 굳이 이 이야기가 필요할까 싶었지만 나는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간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험에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보물을 생각하면 두렵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떠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하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아시아, 서유럽이 아니라 베네룩스 3국이라니.

 

아이들의 성적에 열을 올리고 과정보다는 결과에 연연해하며 어떻게 해서든 돈을 아껴 엄청난 사교육비를 충당하려고 하는 노력을 과감히 버리고 조금 더디가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고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가 더욱 굳센 마음과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저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숨기지 않고 털어놓고 있다. 사실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운다고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그것을 느끼면서 여행준비를 하게 되지는 않는데, 실제로 잘 알지도 못하는 베네룩스 3국에 대한 여행 준비를 하면서 아들 준이는 여행가기 싫다는 말까지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은 준비하면서, 실제 여행을 하면서, 여행이 끝나고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직간접체험으로 세번의 여행을 한다고 하는데, 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은 흥미도 갖지 못하고 있는데 엄마만 동분서주한다면 그것은 반쪽 여행일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를 놓고 여행준비를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나도 어린 조카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봐서 깨달은 것이 있는데, 더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게 해주고 싶은 어른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모나리자의 미소에 감탄하고 비너스와 나이키 조각상의 아름다움에 반하는 것은 어른의 몫일뿐 열살도 되지 않은 조카에게는 오히려 루브르 박물관을 빠져나오는 길에 마주친 모조품 조각상을 어루만지고 똥침을 넣는 재미를 느끼며 예술품과 친근함을 갖는 것이 더 좋은 경험이었으리라. 그림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는 마음을 접고 아이가 기뻐하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 더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좀 더 흥미롭게 아이들과 엄마의 베네룩스 3국 여행기를 읽을 수 있었다.

여행지를 둘러보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서관 탐방 정도로만 여행일정을 떠올릴 수 있는 내게 좀 더 범위를 확대하여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일정을 찾는 것도 하나의 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느꼈고, 결코 여행은 충분하다고 생각할만큼 여행경비를 모아놓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비나 쓰지 않아도 될 비용을 아껴서 모은 돈으로 결단력있게 떠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함께 떠날 아이들은 없지만 나 자신의 경험과 배움을 위해, 나 역시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자연을 만나고 더 단단해지기 위해 또 하나의 여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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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3-2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리뷰 내용에는 백배 공감합니다.
여행의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이 좋긴 하지만 그 효과와 감동까지 부모가 계획한대로 이끌려고 하면 안된다는 것이요.
그리고 제 생각에도 여행은 나이들어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생길때 하는 것도 좋지만 어릴 때 많이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chika 2014-03-23 12:01   좋아요 0 | URL
^^
비싼 경비 들이고 외국가서 겨우 놀이터에서 놀다 오는게 말이 돼? 라고 묻는다면 과감히 '된다'라고 할거예요. 나와 생김새가 좀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얼마나 큰 경험인데요.. 그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