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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 ㅣ 네버랜드 클래식 14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 지음, 메리 쉐퍼드 그림, 우순교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 항상 메어리 포핀스라고 읽었는데...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은 동화책 100권 전집을 사 주시고 그 이후로 책을 사주신적이 없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 백권이 내가 어린 시절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책이었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크기도 크고 겉표지도 이쁘장하게 생겨먹고, 그뿐인가 책 안에는 색색으로 칠해진 이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일명 '그림 동화책'이라는 것을 지겹다는 듯이 들고 다니며 읽을 때 나는 어른들이나 읽음직한 그림 하나 없는 두툼한 책을 읽었다. 그것도 수십번씩을.
그렇다고 내가 쪼금 불쌍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학생이 되어 내 용돈으로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기전까지, 그러니까 고등학생때까지 집에는 여전히 어린이책 전질 100권뿐이었지만 친구들 중에 가장 많은 책을 읽은건 나였고, 그것으로 충분히 뿌듯했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 떠오르는 건 바로 '메어리 포핀스'다. 이 웃긴 아줌마 - 아줌마라 부르면 메어리가 신경질낼지 몰라. 그러니 유모라 해야지. 이 멋진 유모 메어리를 아는 친구들이 없었다. (내 주위 친구들만 그랬던 거였나?)
바람이 불어와 어디선가 문이 꽝! 닫히면 '메어리가 찾아왔는지 몰라' 하는 나의 농담에 반응하는 친구가 없었다는 것이 무척 난감했었다. 어렸을 때 나는 이런식의 소외감을 많이 느꼈었지. 쩝~
가끔씩 생각나는 건 춤추는 소와 생강빵에 딸려 나온 별을 모아 사다리 타고 올라가 하늘에 그 금색별을 붙여놓는다는 거였다. 이건 지금 다시 읽어도 재미있네. 아니, 춤추는 소에 대한 이야기는 어릴적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미친듯이 춤을 추는 것이 멈춰졌을 때 순간 좋아했지만 뭔가 잃은듯한 허전함에 다시 별을 찾아 떠나는 소의 그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서.
어렸을땐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이 책은 어렸을때의 그 큰 감흥을 느끼게 해 주지는 않았다.
'이건 이런 말이겠지. 그래 이건 이런 상상이야... 이건 이런 뜻이겠지? .... ' 상상이 아닌 짐작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나는 이미 메어리를 만날 수 있는 어린시절의 마음을 조금 잃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슬퍼졌다.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을 타고 어디선가 메어리가 우산을 쓰고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별을 보게 되면 오늘밤은 메어리가 사다리를 타고 생강빵의 금색별을 붙이고 있지는 않은가...한번 더 쳐다보게 되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