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린트
샤를로테 케르너 지음, 이수영 옮김 / 다른우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자연성과 인간의 존엄성, 혹은 생물학적 법칙에 대해 지극히 일반적인 견해를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무기력하게만 할 뿐이다..... 인간복제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개인적, 사회적 윤리문제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또한 이 책을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책'이라고 끝을 맺고 있다. 사실,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뭔가 좀 약한 느낌이긴 하지만, 적어도 인간복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묘사로 '복제'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복제라는 것을 단지 과학의 발전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단성생식이 가능하다는 생물학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사고에 대비한 장기이식의 기능,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연구,  불의의 사고에 의한 죽음을 대신할 인공배아의 양성....
아직까지는 많은 국가에서 '인간배아'연구를 윤리적인 측면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 최초의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승승장구하는 우리의 황우석 박사는 사실.. 윤리적인 부분을 도외시 한 것으로 보이며 화려한 언론플레이로 자신의 연구성과에 대한 홍보를 잘 해낸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이미 복제인간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들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처럼 인간복제가 단순한 문제일 수 있을까? '치료'를 목적으로 하여 연구한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현재의 단계로서는 과장되었을뿐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과 동물의 배아 교접 연구는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인간배아 세포는 바로 하나의 생명체가 될 수 있는것인데 단지 연구를 위해 수많은 배아를 생식시키고 폐기하고....

흔히 농담처럼 하나뿐인 아이가 죽으면 배아세포로 똑같은 아이를 복제하여....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야기를 한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언제부터 장난감처럼 파괴되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기 훨씬 전에 영화 A.I를 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있을 수 없는 공상과학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현실화 될 가능성을 갖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나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나의 존재를 위해 내 추억속의 생명체를 대신 할 대용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문제는, 하나뿐인 생명체의 고유한 존엄성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되는가, 라는 것이다.

내게 끝까지 남아있는 의문은 단 하나이다.
내가 살기 위해 나를 복제한 생명체를 '사육'한다는 것이 과연 정당화 될 수 있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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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08-3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제된 '시리'의 심리 묘사를 통해 '사랑이 없이 태어난 인간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된다. '자기애의 전형인 나르시스조차 자기의 뜻대로 또 하나의 자신을 복제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렇게까지 자신을 숭배하고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이다!'[본문인용].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이거였을까...?

숨은아이 2004-08-3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설령 인간을 복제한다 해도, 성체가 통째로 복제되진 않죠. 이를테면 내가 나를 복제했다 할 때, 나만한 인간이 또 한 명 생기는 게 아니고, 나와 유전자가 같은 아이가 하나 태어날 뿐. 이 아이가 나만하게 성장하려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필요하죠. 10년 지나면 열 살이 되고, 20년 지나면 스무 살이 되고. 그 동안 이 아이는 나와 영 다른 환경과 교육을 거치게 되죠. 결국, 또 다른 인격체일 뿐. 부모가 낳은 아이라도 부모 소유가 아니듯, 내 유전자로 만들었다 해도 이 아인 내 소유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