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행사가 있어 사람들이 좀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뻘쭘하게 서 있는것도 어색해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친구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가는 듯 해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갔는데 그때쯤 몰려드는 사람들중에 아는 분들이 많아서 대놓고 어색하게 인사를 드리며 서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뵙는 신부님이 뒤통수를 치신다. 내가 이젠 뒤통수를 맞을 나이는 아닌 듯 한데....
잠시 또 아는 친구를 만나 정신없이 얘기 하는데 누가 또 뒤통수를 치고 지나간다. 아이고, 신부님! 
친구와 밥 먹으면서 내가 뒤통수 치기 딱 좋은 머리통과 안성맞춤인 높이를 가졌을까? 라며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피렌체 성당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얼결에 혼자 입구에서 어리버리 서 있다가 어머니와 언니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고 살짝 당황해서 뭘 어떻게 볼까..하다가 사람들이 몰려있고, 저쪽 팻말에 뭔가 씌여있는 것 같아 쳐다보고 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윽, 폴리찌아다!라고 생각한 순간 평소 습성대로 괜히 경찰의 동향을 파악하며 힐끔거리는데 그 경찰 역시 자꾸만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만 같은거다. 어라, 혹시 나를 소매치기로 생각하는거면 어쩌지? 라는 소심한 불안감에 잠시 얼어있다가 경찰따위!라고 속으로 외치며 다시 관광객 모드로 돌아가 벽과 천정을 두리번거리며 혼자 싸돌며 구경을 하고 사진도 찍고 있었다. 그렇게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둘러보고 이제 나가볼까 하는데 앗, 아까 그 폴리찌아가 저쪽으로 가다말고 이젠 내 앞으로 대놓고 걸어오고 있는것이 보이는거다. 어떻게 하지? 하고 있는 사이 벌써 내 앞에 와서는 대뜸 '차오'하며 인사를 하신다. 어어...이건 또 뭐지? 예상치못한 그냥 인삿말에 나도 모르게 썩소를 날리며 훗!하는 표정과 달리 엉거주춤 또 우리나라식으로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혼자 속으로 바보같이!를 외치며 지나가려고 하는데 나를 미행하듯 따라붙었던 그 폴리찌아가 그냥 보내주지 않는다. 오호통재라~ 

내가 피렌체 성당안으로 들어설때부터 어리버리하게 구경하는 걸 지켜보던 그 피렌체성당의 경찰은 혼자 관광하고 있는 듯한 동양인이 똘망지지 못하게 정신줄 놓고 구경하고 사진찍는게 불안해보여서 결국은 참지 못하고 다가와 인사를 하고 나의 반응을 지켜본 것이었다. 차오,하고 인사할때만이라도 좀 똘망지게 행동했다면 좋았을텐데, 여지없이 헤~거리고 말았으니... 그때부터 그분의 일장연설(!)이 시작되었다. 피렌체에서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차오~(든 헬로든 니하오든 뭐든)하며 인사를 할 때는 일단 경계심을 갖고 인사를 하면서 갖고 있는 가방과 사진기같은 물품을 조심해야한다, 피렌체에는(물론 로마든 스페인이든 다른 유명한 관광지는 다 비슷하다) 그렇게 인사를 건네면서 자기도 모르는사이에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아이구~ 아저씨. 저도 알아요. 댁이 폴리찌아니까 경계를 안했지요. 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나는 또 바보같이 웃으면서 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꾸벅하고... 나왔다.  

친절하신 피렌체의 경찰아저씨...를 떠올리고 싶지만, 왠지 내가 그렇게도 어리버리하게 보였나 싶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뒤통수 때리기 좋은가? 라는 한탄과 피렌체에서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더라. 그냥 딱 보기에도 어리버리해 보여. 라고.   

 

 그래도 사진은 야무지게 찍고 싶었다. 하지만 피렌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모습들은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그늘에서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꼬맹이가 미치게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가족을 쳐다보던 모습, 쌍동이 유모차 안쪽에 또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있는 아기와 부모팔에 안겨있는 애기들과 손을 잡고 있는 꼬맹이까지 여섯아이들의 모습, 경건하게 세례성당 입구에서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며 성당안으로 들어가던 두 청년의 모습.....
난 사람들의 그 모습들을 담고 싶었는데 말이다. 

결국 사람들의 모습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이렇게 건물들만 떠억하니 찍고왔을 뿐이다.
피렌체 사진도 꽤 있긴 하지만, 다 올리기 귀찮아;;;;

  

  

 

  

 

 

앞쪽이 짤려 아쉽긴 하지만 그나마 남겨진 사진 한 장. 애가 다섯이다! 앞에 짤려버린 아빠 옆에 큰딸이 있었으니까. ㅎ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jy 2011-10-18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가의 사진기를 든 어리버리 관광객으로 보였을까요ㅋ 유럽에서 삼형제는 조촐한거라고 하더군요^^

chika 2011-10-18 11:34   좋아요 0 | URL
사진기는 그닥 좋은게 아니었는데요? ㅎ
조카에게 빌려간 삼성카메라. 케이스도 잃어버릴까봐 가방에 따로 두고 달랑 카메라만 메고 다녔어요.
근데 정말 애들 줄줄이 데리고 여행다니는 유럽사람들 보니 부럽긴 하더군요. ;;;

pjy 2011-10-19 10:43   좋아요 0 | URL
무려 '삼성'카메라니 당연히 좋아보였을겁니다^^ 아이욕심 많아서 국제결혼도 괜찮은데요ㅋㅋ 유럽에서 사는 망상에 젖어드는 발효숙성 싱글입니다~

chika 2011-10-19 14:10   좋아요 0 | URL
일본사람들이 많아서 삼성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일부러 삼성로고가 보이게 들고 다녔는데, 많은 이태리 사람들은 삼성도 일본 기업인 줄 알꺼라고 해서 실망했었어요 ㅡㅡ;;

그나저나 아이욕심 때문에 국제결혼...이라니. 갑자기 우리 현실은 아이가 많을수록 고달프고 사교육비 걱정에 애도 맘놓고 못낳는다는 슬픈현실이 되어버렸다는 ..ㅠ.ㅠ
그와는 상관없이 pjy님은 멋진 짝을 만나서 아이들과 농구팀도 만들고 행복하시길 기원하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