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극과극>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진의 극과 극 - 카피라이터 최현주의 상상충전 사진 읽기
최현주 지음 / 학고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이게 왜 사진이야 그림이지, 라고 되묻는 자들이 있다면 그것 역시 사진가의 성취다. 사진이 꼭 사진 같으라는 법이 있나?"(211)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마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진이 사진 같지 않은데, 사진이 꼭 사진 같아야 하는 것인가. 사진이 사진같다면 그건 무슨 의미일까? 

책을 읽으며 점점 더 알듯말듯 어려워지는 사진에 대한 생각은 여러갈래로 뻗쳐가고 있다. 그리고 보이는 현상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것이 사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진은 과연 사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에 빠져들게된다. '디지털 시대가 되고 사람들은 사진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만 남겨둔다. 있는 그대로 찍히는 것이 아니라 찍히는 자에 의해서 사진이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예쁜 척, 멋진 척, 친한 척. 시간이 길어지면 어떨까? 시간이 길어지면 '~하는 척'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만큼 진실에 가까워지는 거다.'(38) 물론 순간의 포착으로 미처 숨기지 못하는 더 강력한 진실을 담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보여지는 모든 사진이 다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모델이라든가 슈팅이라는 말이 싫어요. 사람이 아니라 마치 오브제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사진으로 현재를 재현한다고 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요. 그때 받은 느낌이나 경험이 중요하죠. 시간이 길어지면 사진 속에 그와 나와의 '관계'가 드러나요. 사진은 영혼과 관련이 있는 매체니까요"(천경우,38) 

사진의 극과 극은 사진에 대해 대조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립과 비교의 이분법이 아니라 연속된 선상에 있는 두개의 지점이라 할 수 있으며, 저자는 사진 예술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사진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있도록 새로운 관점의 사진 읽기를 제안하기 위해 쓴 글이다.
"나는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종종 이상한 점을 발견하곤 한다. 추상적인, 무의식적인, 난해한, 혹은 모호한 사진에 대해 사람들은 일종의 반감을 가지고 있다. 회화를 보는 태도와는 다르다. 사진은 즉각적이고 곧바로 해석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의 결과다.
타자와 세상에 대한 새로운 독법을 터득하고 있는 시인이나 소설가, 십수 년 동안 창의력과 상상력을 재산처럼 키워온 카피라이터, 온갖 종류의 시각 이미지에 민감한 디자이너 지인들도 사진 앞에서는 본인들의 무기인 자의적 해석을 망설인다. 사진이 늘 스스로 정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사진의 다양한 해석을 방해한다."(137) 
그러고보니 이야기가 담겨있는 사진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진에 대해서는 그 느낌을 이야기하기 싫어했던 것 같다. 그건 어쩌면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떠한 해설이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책을 읽고 난 후 내 느낌을 정리해보는데 저자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많은 독자들이 정반대되는 관점의 서평을 주로 남겨 당혹스러웠다는 저자의 글을 읽게 되었었다.
사진의 의미는 어떨까?
지금까지는 '순간의 역사, 역사의 순간'이라는 의미가 더 크게 담겨있는 기록사진을 더 많이 봤고 또 그런 사진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었기때문에 내가 사진을 보면서 그 의미에 대해, 내가 받은 느낌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봐야한다는 의식이 없었다.
그런데 사진의 극과극은 내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사진가들의 신선하고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상상화를 감상하게 해 준다.  

그렇다고 사진이 상상력인 것만은 아니다. "현실이 너무나 강력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진의 위치를 정하고 편집해 버렸다"(245, 강홍구)라는 말처럼 그 모습 그대로 담은 사진안에서 피해갈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프레임 안에서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펼치며 유쾌한 사진놀이를 하고 있지만, 사진은 우리의 삶의 현실 또한 오롯이 담아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