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어가면 그동안 무심했던 이들에게 책 한권을 선물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어 그동안 읽은 책 중에 어떤 책이 좋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읽은 책이 그리 많지 않아서 - 이건 단순히 읽은 책의 권수를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다양하게 책읽기를 하지 못한 입장에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책이란 각자의 취향과 호불호가 강하기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억지로 떠넘겨도 되는 좋은 선물은 아니기에 더욱 망설이며 고르고 또 고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 또 저 먼곳에 사는 누군가에게 책선물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할 즈음, 선물하기에 딱 좋은 내 맘에 쏙 드는 책을 읽어 마음이 넉넉해지고 있다. 

강우근의 들꽃이야기는 우리의 들꽃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을뿐 아니라 짧은 산문 형식으로 되어 있어 오랜 시간을 두고 한꼭지씩 찬찬히 그 뜻을 새겨가며 읽기에도 좋다. 더구나 지천으로 널려있는 들꽃의 존재는 그 흔함과 끈질긴 생명력으로 무시해도 좋을 존재가 아니라 보통의 존재로서 자신의 역할이 이 땅을 사막이 아닌 살아있는 대지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민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몇년 전 누가 잘 가꾸지도 않는 빈터같은 화단에 철마다 알아서 꽃이 피어 출퇴근할때마다 오늘은 어떤 꽃이 새로이 피었나 살펴보는 눈이 즐거웠었다. 오랜시간을 그렇게 바라보며 걷다보니 문득 내 어릴적 가꾸지 않고 방치해두던 집 앞의 공터에 피던 그 들꽃들과는 뭔가 좀 다른 느낌이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들꽃의 크기와 색채가 예전과는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살펴보면 비가 내린 후 이슬을 머금은 선인장과의 풀잎사귀는 그 자체로 한송이 꽃과 같았었는데, 어릴적 지천에 널려있던 그 풀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큼지막한 외래종 풀들과 색감이 화려한 외래종 들꽃이 지천에 널려있다. 새끼손톱만한 꽃을 피우던 민들레도 발가락보다 더 큰 꽃을 피우고 있고 앙증맞던 강아지풀도 부푼 애벌레가 생각나는 크기로 커져버렸고 가녀린 꽃으로 기억하는 채송화도 그 줄기가 땅을 집어삼킬듯이 통통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예전의 그 앙증맞고 자그마한 꽃들이 그립기는 하지만 지금 내가 보는 그 풀꽃들이 외래종이라고 심각한 자연생태를 걱정해보지는 않았다. 한때 외래종이 너무 많이 들어와 우리 고유의 자연생태가 파괴되어 걱정이라고 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이주노동자의 이야기와 맞물려 자분자분 설명해주고 있어 편협한 세계관을 버리고 좀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들꽃 이야기는 단순히 자연생태의 풀에 대한 이야기일뿐인것이 아니라 그 들꽃의 존재를 통해, 생존 방식을 통해 우리의 삶과 세상의 조화로운 삶에 대해 성찰하고 사유하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함께 읽어도 좋을 책. 

강우근의 들꽃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보고 싶은 풍경들이 떠올랐다. 아침 이슬방울을 머금어 반짝이는 물꽃방울을 담아 활짝 핀 한송이 꽃처럼 보이던 선인장(예전엔 발에 채이게 있었는데 이젠 귀한 화초처럼 키워져 화원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너른 초록들판에 수놓인 듯 하얗게 피어나 반짝거리던 들꽃들. 

 

그리고 더불어 생각나 읽어보고 싶은 책. 

어릴적에 빨강머리앤 만큼이나 좋아했던 책은 비밀의 화원이다. 내 꿈이 장미넝쿨 가득한 마당과 온갖 들꽃이 피어나는 커다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이 될만큼 비밀의 화원을 좋아했고 그때부터 영국의 들꽃이라 할 수 있는 히이드가 만발한 언덕을 꼭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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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11-25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꽃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잊고 삽니다. 마음에 여유가 그만큼 없는 거겠죠.
비밀의 화원 저도 좋아하는 책중 하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