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통사고 환자.

거의 다 나아가는 상태인지, 목발을 짚고 다니긴 하지만 내가 볼 때 그건 지팡이만큼의 효과도없는 듯 그냥 걸어다닌다. 가끔 택시타고 - 환자복을 입은 상태로 - 외출까지 하는 아저씨. 보호자도 없고, 혼자서 병원 순찰을 도맡아 하신다.

2. 의식불명환자

아직 정확한 파악이 되지는 않았지만 뇌를 다친 듯 하다. 하품도 하고 코도 골고 가래도 끓지만 그 외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듯. 40대로 보이는데, 부인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열심히 간호를 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맞춰 침대에 올라가 운동도 시켜주고 - 운동이라고 해봐야 뒤에서 깍지끼고 슬쩍 들어올리는 정도뿐이지만. - 옆에서 말도 자주 걸어준다. 상태로 봐서는 장기입원환자인듯.

3. 허리디스크 환자

할아버지인데 수술 후유증인 듯 하다. 수술 후 경과가 안좋아 입원중. 깔끔하시다. 머잖아 퇴원하실 것 같은 분위기.

4. 의식불명환자 2

환자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지만, 보호자인 할머니. 등치도 좋은데다가 목청까지 좋아서 한번 입을 열기 시작하면 시끄러워서 집중할수가 없다. 잠자던 사람들도 모두 깨어나버린다. 혼잣말조차 옆사람에게 말하듯 커다랗게 말을하는 무대뽀.
거기에다 어느곳에나 있는 수다쟁이 성향. 거기에다(!!) 말 한마디도 이쁘게 하지 않는 전형적인 인물.
- 어머니가 식사하시려고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주섬주섬 꺼내드는 걸 보고 '반찬을 그리 담아놓으니 냉장고가 꽉 차버리지'했다나? 냉장고에 넣을 것도 없는 사람이 꼭 얄밉게 그런 말을 내뱉는다.
말할때마다 자기 본위의 말을 내뱉어서 맘에 들지 않더니.. 역시다!

5. 치매환자

병실에 들어서는데 말짱한 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보는 할아버지가 이상하다..싶더니, 의사가 와서 이름을 묻는다. 그리고 올해가 몇년도인지 간호해주는 사람이 누군지 등등등.
그런데 간병인이 둘이다. 한사람은 진짜 간병인. 할아버지는 무연고의 양로원에서 오셨는데 병원비와 간병인 비용 모두 국가보조란다. 그리고 항상 옆에 있는 할머니. - 부인이 아니라 '애인'이랜다. 양로원에서 만났다나?
참으로 복받으신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보러 날마다 버스타고 병원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애인 할머니가 옆에 있으니.

 

병실의 풍경이 하나의 소품처럼 느껴진다. 살을 좀 더 붙이면 영락없는 드라마 아닌가.

 

점심때쯤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병원에 '3층 CPR' 이라는 소리가 딱 두번 울린다.
그리고 기계 챙기고 서두르는 간호사, 계단으로 뛰어올라온 의사가 사라지면서 그 반대쪽 통로에서 걸어 지나간 의사 뒤로 후다닥 뛰어오는 의사들. 순식간에 병원내 당직하는 의사들이 모두 뛰어온 것 같았는데, 그만큼의 구.경.꾼이 병실 앞을 가로막고 있다.
뛰어가는 의사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벽에 딱 붙어 있다가 응급환자가 있는 쪽으로 가봤더니 뒤늦게 기계장치 들고 뛰어온 간호사가 '비켜주세요!'를 외치며 다급하게 뛰어가는데도 병실입구를 막아선 구경꾼은 두 귀를 막고 서있더라.
어쨌거나 그걸 '구경'한다는 것이 좀 그랬는데, 처음 얘기한 교통사고환자 아저씨. 통신병으로 나섰다. 중간중간 경과보고를 해주는데, 임신한 간호사가 심장마사지중. 발바닥이 하얗대드라. 가망이 없어보여. 응급실 간호사까지 다 몰려오고. 가래를 뽑으려다 숨이 멎은 듯. 간호사 실수 같아보인다는 주위사람들의이야기. 얼굴이 갑자기 순식간에 까매지더라는 이야기. 이젠 숨을 몰아쉬는 것 같더라, 응급실로 옮겼다 라는 이야기까지 서너번에 나눠 전해줬다. - 그런데 중간에 '간호사 잘못'이라는 부분은 함부로 얘기하면 안될 얘기 같은데......

아무튼 병원에서의 심폐소생은 당사자와 그의 가족, 의사, 간호사 이외의사람들에게는 구경거리가 된다는 것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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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10-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환자 저런 환자 많은 병원, 어쨌든 안가는게 젤로 좋은겁니다..;;
어여 치카님도 병원을 벗어나시길..

chika 2008-10-14 13:5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병원이 낯설지 않고 익숙해지고 있어서..참, 좋다고 해야할지... ;;;;;

바람돌이 2008-10-1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이 빨리 좋아지셔야 할텐데 말입니다. 힘내서 어여 어여 낳으시길 빌게요.
몇년전에 저희 어머님도 수술 후 입원중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했던 때가 있었어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는데... 그저 아픈 사람이 없는게 최고입니다.

chika 2008-10-14 14:01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방송 멘트로만 듣는 저도 맘이 순간 철렁했는데 가족들은 어쩌겠어요....

병원가면 세상 모두가 아픈사람들 같아서... 우리 모두 건강해야돼요(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