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숲속의 올빼미
고이케 마리코 지음, 정영희 옮김 / 시공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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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숲속의 올빼미'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느낌과는 달리 이 책은 폐암으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작가가 쓴 애도 에세이이다. 평소의 마음이었다면 그리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 터이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특별한 날이 아닌 평범한 일상의 나날이 지속된다는 것이 날마다의 기적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고 그런 마음은 "거대한 상실은 극복되지 않는다. 매일의 삶과 함께하는 것이다"라는 글을 읽는 순간 바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백개의 죽음이 있다면 백가지의 슬픔이 있고 백가지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는 글을 읽으며, 타인의 고통과 슬픔은 똑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은 이상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글을 읽으며 오히려 더 강한 공감을 느끼게 된다. 


남편이 아프게 되면서 남편 대신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다 오열을 하게 되거나 며칠이나 살 수 있을까,라는 남편의 말을 들으면서도 컵라면을 먹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세상에는 죽은 척 숨어있으면서 집안에서만 몰래 살아가면 어떨까 라는 농담을 하던 남편을 떠올리며 죽은척이 아니라 진짜 죽음을 맞이해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거나......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왠지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무심히 읽어내려가다 순간 울컥하게 되기도 한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그의 유품 정리를 못하고 있다가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의 발톱에 걸린 옷걸이가 넘어지면서 남편의 옷들이 무너져내리자 쉴틈도 없이 옷들을 정리해버렸다는 이야기 끝에 늘 옷들 위를 넘나들던 고양이가 사라져버린 옷들과 비어버린 옷걸이 위를 잠시 쳐다보는 그 모습을 보며 그것이 고양이 나름의 애도의 표현,이라는 이야기도 떠오른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마음이 느껴지면서 새삼스럽게 "거대한 상실은 극복되지 않는다. 매일의 삶과 함게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경험했던 죽음으로 인한 이별, 상실감에 대한 공감을 느끼는 것이 더 크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앞으로 다가올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슬픔이나 상실감에 대해 조금이라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어느새 책을 읽으며 그 마음은 잊어버리고 온전히 작가 고이케 마리코의 글에만 집중을 하게 되었다. 딱히 꼬집어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이 책에 실려있는 소소한 글들이 애도의 마음으로 다가오고 왠지 모를 위로가 되기도 했다. 

암에 걸려 시한부를 통보받았을 때, 오히려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어 좋다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 역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지만 또 부인할 수도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미 경험한 사람들만이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말하지만 또 그렇지 않더라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시시각각 숲은 달라진다. 계절은 흐른다. 그냥 그 순간의 풍경과 내 마음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으로 붙잡고 싶었다.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어떻게 다시 살아 내는지 그 방법을 나는 모른다.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모르는 채로, '모른다는 것' 그 자체를 쓰고자 했고, 그렇게 써 왔다"(214)는 연재를 묶은 이 책은 고이케 마리코가 받은 위로 이상으로 내게도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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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13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마음이 뭉클해지는.....
거대한 상실은 극복되지 않는다. 매일의 삶과 함께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콕 와닿네요.

chika 2023-01-14 15:01   좋아요 0 | URL
백 명의 사람에게 백가지의 슬픔이 있지만 정말 묘하게도 그 슬픔이 또한 나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고 있어요. 전 이 책이 맘에(?)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