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아주기 - 소확혐, 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
최연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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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이라는 말이 일상어처럼 쓰이고 있어서인지 소확혐,이라고 했을 때 정말 그런 말이 쓰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기 보다는 소소하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의 느낌들이 우리 일상에 많이 퍼져 있다는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기억 안아주기,라는 이 책은 그런 우리의 소확혐인 기억들을 잊지 못한 채 애써 잊은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것이 좋은 기억으로 바뀔 수 있게 치유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그를 위한 방법을 말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과 교수인 저자의 임상 사례를 통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렸던 나의 나쁜 기억은 직장 내 왕따였다. "인간이 사회적 배제, 즉 왕따를 당하면 그 심리적 고통이 신체적 고통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156)가 있다는데 도대체 내가 뭘 어쨌길래, 라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패배감과 소외감의 고통은 힘들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직장 내 구성원의 변화가 생기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직원이 생겨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전히 나를 따돌리는 사람들은 있지만 나를 일부러 따돌리는 누군가에 의해 나에 대한 선입견으로 그런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그 아픈 기억은 조금씩 달라져갔다. 일부러 못된 말을 하고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아 내게 불이익을 당하게 하는 그 몇몇의 인성이 못된 것이지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라며 나 자신을 다독여본다. 아니, 사실 이렇게 말할때마다 여전히 누군가는 '니가 한 것이 있으니 그렇겠지'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치밀기는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요즘 그 몇몇을 나말고도 주위의 모두가 일도 못하고 못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어서 안심을 하고 있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일이지만.

성인이 되어서의 나쁜 기억도 힘이 드는데 정말 어린시절의 나쁜 기억에 대해서는 얼마나 더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일지 새삼 더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외적으로 드러나는 병과 통증들은 육체적인 것일수도 있지만 내면의 심리적인 이유때문일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데 새삼 스트레스가 얼마나 우리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기억 안아주기'를 읽고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나쁜 기억을 그대로 남겨두지 말자'라는 것이다. 나쁜 기억을 끄집어내는 이유는 그 나쁜 기억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이며 또 내 기억에는 좋은 기억이 더 많다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이다. 나에게는 '자기 결정권'이 있으며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존중으로 당당히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서 일기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피곤함이 몰려올 때 건너뛰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침이나 저녁에 한번쯤은 하루의 일과를 떠올리며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있다. 실수와 실패의 기억만이 아니라 더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과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명상 시간도 가져봐야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기억 안아주기는 또 다른 말로 나 자신 안아주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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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13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린 아이들의 왕따도 정말 이해하기 힘들고 못됐다 싶은데, 어른들의 왕따라뇨? 진짜 이해 안가요. 도대체 그 맘은 뭘지.... 어른이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그래도 잘 이겨내오신 치카님 화이팅입니다. ^^

chika 2021-02-13 12:33   좋아요 0 | URL
ㅎ 자신의 안위를 위해 거짓말도 서슴치않는. 평소 제 도움을 많이 받던 직원도 본인이 불리해지니 나를 곤경에 빠트리는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다행히 국장님이 일주일후 진실을 알아채시고 저에게 미안하다고 해 주셨던 기억도...
진실이 이기리라는 믿음으로 견디어보고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