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의 미술관 - 명화를 처음 보는 어린이를 위한 국민서관 그림동화 60
국민서관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책과 함께 온 부록이 더 마음에 든다.
책이 더 재미있어지는 책 속 명화이야기의 경우 딱딱하게 화풍이 어떻고 저떻고 늘어놓는 게 아니라,
딱 아이들 수준에 맞게 감칠 맛 나는 설명을 달아놨다.

루벤스와 그의 아내 엘레나 푸르망 그리고 아들 피터 폴 - 피터 폴 루벤스
밝게 타오르는 듯한 색을 잘 썼던 루벤스는 화가로서도 매우 유명했지만 인간성도 좋았다고 해요. 그래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림도 그리고 지금의 외교관처럼 국가끼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첫 번째 아내가 죽은 뒤, 새로 맞이한 아내 '엘레나'와 아들 '피터'를 그린 그림입니다. 그때는 아직 사진기가 발명되지 않아서 갖곧르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보관하곤 했지요.

루벤스가 외교관과 같은 역할도 했었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다.
하긴 미술 쪽으로는 거의 문외한이니. 쩝.

미카엘 대천사와 용 - 산치오 라파엘로
라파엘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어요. 하지만 천재들을 부러워하거나 질투만 하지 않고 열심히 보고 배워서 결국은 그들만큼 유명한 화가가 되었어요. 이 작품은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를 그린 그림이에요. 미카엘 천사는 주로 악을 상징하는 용을 칼로 물리치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1452~1519)
미켈란젤로 (1475~1564)
라파엘로 (1483~1520)
천재와 거의 동시대에 태어난 라파엘로는 스스로를 불행하게 여겼을까?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살리에르처럼?
아니면 천재와 한 시대를 풍미한 자신을 영광스럽게 생각했을까?
내가 이렇게 새삼 궁금증을 느끼는 문제를 딸아이는 아직 몰랐으면 좋겠다.
범인에게 천재는 애증의 대상임을 굳이 일찍 알아 무엇하리.

<그외 그림들>
궁정의 시녀들 - 디에고 벨라스케스
마누엘 오소리오 말리케 데 수니가 - 프란시스코 드 고야
수확하는 사람들 - 피터 브뢰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 외젠 들라크루아
호머의 흉상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 아리스토텔레스 - 렘브란트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 조르쥬 피에르 쇠라
아담의 창조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절규 - 에드바르크 뭉크
아비뇽의 처녀들 - 파블로 피카소
피에르 고트로 부인 - 존 싱어 사전트
엄마와 아이 - 메리 카샛
회색과 검쟁색 : 화가의 어머니 -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풀밭 위의 점심 식가 - 에두아르 마네
하나 : 31번 - 잭슨 폴록
빨간 모자를 쓴 소녀 - 얀 베르메르
발코니에서 - 에두아르 마네
모나리자 - 레오나르도 다빈치
찰스 1세와 헨리에타 마리아 왕비, 웨일즈의 왕자 찰스와 공주 메리 - 안토니 반다이크
주신 축제 - 베첼리오 티치아노
인간의 조건 - 르네 마그리트
어린 무용수 - 에드가 드가
발자크 상 - 오귀스트 로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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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105cm이며, 몸무게는 16.3kg입니다. 1년 사이 7cm가 자랐고, 몸무게는 약 1.5kg 늘었습니다. 한국 소아발육 표준치에 따르면 4살 평균 키 102.1cm, 몸무게 16.43kg이니, 약간 마른 편에 속해 어른들로부터 조금 걱정을 듣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딱 1번, 이사 직후 열감기에 걸린 거 외에는 병원에 간 적 없으니 건강한 편이라 자부합니다. 엄마로서 딸에게 가장 고마운 일입니다.

1년 사이 마로의 가장 큰 변화는 읽고 쓸 줄 알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5월 마로가 처음으로 혼자 책을 읽던 날의 감격은 잊혀지기 힘듭니다. 어린이집에서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소문이 나 생일선물로 친구에게 책을 선물받기도 했지요. 글자쓰기의 경우 ㄷ을 뒤집어 쓰기도 하고, 이중모음 쓰는 걸 어려워하며, 필순도 엉망이고, 글자 크기도 제각각이고, 여러 모로 엉망이지만,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딸이 써줄 때마다 그저 기특할 따름입니다.

성격도 많이 변했습니다. 겁이 많아 연극 보러가면 울고, 플레이짐에 가도 볼풀에서만 잠시 조심스레 놀았는데, 이제는 말띠의 본색이 드러나 아주 거침이 없습니다. 한 술 더 떠 층계를 3칸이나 한꺼번에 뛰어내리거나, 가파른 언덕을 구르듯이 달리거나, 철봉에 매달렸다가 갑자기 툭 손을 놓는 등 위험천만하게 노는 것도 즐깁니다. 놀이방에서도 더 이상 맞고 다니지 않습니다. 친구들에게 맥 없이 장난감을 뺐기거나 한 대 맞으면 털썩 쓰러져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흑흑 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억울한 일이 있으면 말로 따지며 훈계를 늘어놓는다고 합니다. 따따부따대는 것이 우습다고 선생님들이 자질러집니다. -.-;; 낯가림도 거의 없어져 오히려 이제는 아무나 따라갈까봐 걱정이니 엄마란 새로운 걱정거리 찾아내는 선수인가 봅니다.

아직도 변하지 않은 건 밤에 소변을 못 가린다는 거. 실수를 안 하는 건 한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입니다. 제 생각에는 원인이 2가지. 워낙 물을 많이 마신다는 것과 한 번 잠들면 시체라는 것. 억지로 깨워 쉬를 누게 시킨 적도 있지만, 그러면 다음날 확연히 피곤해 하는 터라, 지금은 거의 포기하고 있습니다. 야뇨증의 정의가 '5세 이상이 되어도' 한 달에 두 번 이상, 자다가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누게 되는 것이라 하니, 좀 더 지켜볼 작정입니다. 다만 요새 딸아이가 밤에 기저귀하는 걸 무척이나 부끄럽게 여기는 터라 그것이 마음에 좀 걸릴 따름입니다.

요새 가장 좋아하는 책은 워크북입니다. 처음엔 엄마랑 함께 문제푸는 시간을 즐기는 거 같더니, 이제는 저 혼자서도 줄기차게 합니다. 혼자서 하면 틀리는 게 많지만, 틀린 거만 함께 해주면 되니 저로선 무지 편합니다.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아영엄마님이 물려준 룩앤씽크 전집. 아영언니와 혜영언니가 보던 거라 그럴까요? 그림이 귀엽고 굉장히 교훈적이긴 하지만, 딸아이가 왜 그리 좋아하는지 잘 가늠이 가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겐 아이들만의 기준이 따로 있나봐요. 보리아기 그림책, 프뢰벨뽀삐시리즈, 국민서관 작은거인 시리즈는 여전히 스테디셀러지만, 새로 떠오르는 애독서의 특징은 운율이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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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6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2-0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서 문제 푸는 걸 즐긴다니 신통방통하군요.^^
그리고, 주하 네 살 때 비하면 무지 발육이 좋은 편입니다.

urblue 2006-02-06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어떻게 따따부따대는지 보고 싶어요. ^^

수민엄마 2006-02-0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도 요즘엔 아이 혼자 또는 대화하며 할 수 있는 워크북성 책들이 좋은 거 같아요. <똑똑한 아이로 만들어 주는 그리기 100선> <그리기로 배우는 초등1학년 교과서> <창의력 뛰어난 아이만들기> 등 재밌고 유익한 책들이 많아 좋습니다. 혹 마로가 이 중 안 본 책이 있으면 한번 보시는 것도 좋을 거에요.

라주미힌 2006-02-0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귀여워라.

프레이야 2006-02-0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마로~~ 많이 컸네요. 그리고 지금도 무럭무럭 크고 있구요.^^ 근데 놀라워요. 벌써 국어 수학 문제집을 다 풀고..

sandcat 2006-02-0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의 네 돌, 늦게나마 축하합니다.
마로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저는 궁금하군요.
(딴 얘기지만 둘째 이름은 뭐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 '마로'란 이름이 너무 예쁘고 좋아서요)


산사춘 2006-02-0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엄마와 함께니 걱정없시유. 마로 생일 축하축하~

날개 2006-02-0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저도 마로 생일 축하해요..^^
이쁘고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잘 자라주길.......

2006-02-06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2-07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막의 표범님, 오랜만이에요. 많이 바쁘신가봐요.
속삭이신 분, 고맙습니다. 그런데 물을 못 먹게 할 수는 없잖아요. 님 말씀대로 두고 보려구요. *^^*
로드무비님, 발육이 좋은 편일까요? 고맙습니다.
유아블루님, 말도 말아요, 요샌 혼내잖아요? 그러면 '아우, 엄마, 시끄러. 그만 말해' 이러고 개깁니다.
수민엄마님, 고맙습니다. 검색해 보겠습니다.
라주미힌님, 헤헤, 제 눈엔 확실히 귀엽습니다. ㅎㅎㅎ 도치맘.
새벽별님, 가끔 이젠 다 큰 거 같다고 뿌듯해지기도 해요.
배혜경님, 그게 말이죠. 어린이집 오빠들이 기탄 수학을 푸는데 그게 멋져 보였나 봐요. 어찌나 조르던지. -.-;;
샌드캣님, 고민이에요. 마로는 진작에 지어놓은 이름인데, 동생은 뭐라고 할지.
산사춘님, 언제나 후하신 산사춘님, 고맙습니다.
날개님, 히끅. 아하하하 고맙습니다. ^^;;

책읽는나무 2006-02-0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벌써 다섯 살이 되었군요!
정말 아이들 금방 크는 것같아요^^

마로 생일 축하해!^^

조선인 2006-02-0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이가 나이 먹는 것처럼 마로도 큰다구요. 히히히 고맙습니다.

보물창고 2006-02-09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3칸 한꺼번에..
성현이 1년 후.. 그리 되겠지요?
저두.. 마로야~~ 생일 축하해~~
뿌듯하시죠?

조선인 2006-02-1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깡지님, 고마워요. 그런데 성현이는 지금도 책장 위에 올라갈 정도로 담이 크니 마로보다 더하지 않을까요? 히히.

sooninara 2006-02-1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아들은 7살까지 잠자면 시체라서 매일밤 이불에 쉬를 했다오..
그래도 7살 여름부턴 안하더구만..아이들마다 차이가 있으니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기다려 주는 자세가 필요한듯...
마로야..생일 축하한다...동생 태어나면 왕의 자리를 박탈 당하는 기분이라는데...
그때까지는 마음껏 왕 노릇을 하기를..ㅋㅋ

조선인 2006-02-10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와우 똘똘한 재진이마저 그랬다면 더더구나 걱정할 일 없겠네요. 고마워요. 수니나라님. *^^*

ceylontea 2006-02-11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따부따.. 엄마 닮은 것 아니우? ^^

조선인 2006-02-1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고고곡 실론티님, 그렇게 정곡을 찌르시면 챙피하잖아요. 히히
 
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이를 통해서라도 너의 소식을 건네받지 못한 지 벌써 2년은 된 거 같구나.
이렇게 갑작스레 네 인사를 받으니(설령 나에게 한 인사만은 아닐지라도) 그저 반갑다.
잘 지내고 있는 거지? 현중에게도 안부 전해다오.
아! 내가 누군지 현중이나 네가 짐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민망해할 필요는 없다.
날 못 본지도 오래고, 너야 내 소식을 들을 일도 없었을테니까.
나야 남봉걸을 통해 너나 펭귄의 소식을 궁금해했던 거니까.
그리고 나로선 너가 여전한 듯 하여 좋은 거니까.

어쨌든 네 덕분에 참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구나.
특히 '세상의 모든 양치기들'을 읽고 그 따스함에 감동을 받아 왈칵 울 뻔 하였다.
정말 대단한 작가야.
난 재구성된 게르트림의 그림은 물론 전구로 표현된 예수의 광채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음악까지 들리더구나.
클래식에 무지해서 제목도 모르겠고, 미뉴엣인지 왈츠인지도 구별이 안 가지만,
어렴풋한 조명에 먼지가 춤추는 공구실(참, 공구실이 아니라 기구실 아니니?)을 감싸주는
부드럽게 흐르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주는 무곡을 들었단다.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알았다면 그 음악을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니, 모르는걸)

홀딩에서 받은 감동도 참 잔잔하구나.
아빠의 애인의 죽음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아이, 윌 같은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무럭 들더라.
그런데 말이지, 다음 순간 내게 이미 아이가 있고, 그 아이는 아무런 편견이 없으며,
문제는 나와 옆지기가 '어쩌다 우리는'의 할머니처럼,
혹은 '학부모의 밤'의 엄마 아빠처럼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야.
어쩜 나는 이리도 한 박자가 늦는 건지.
참 어리석지?

잠깐 책 이야기로 빠지긴 했는데, 내가 지금 할 말은 고맙다는 거야.
너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고,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너의 소식을 들을 수 있으면 더 고맙겠고,
앞으로도 차이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타인 되기를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해주면 또 고맙겠다.

아하하, 조금 쑥스럽군.
에, 또,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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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ya 2006-06-1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신지 궁금하네요?!?
 
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요일에 오는 전화치고 이른 시간에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도 낯설다.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더니 흐느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리고 정많은 막내 외삼촌이 밤새 술 드시고 누나 목소리 그립다고 내게 전화한 것일까.
그러나 힘겹게 말문을 연 삼촌이 토한 것은 외할머니의 부고.
아, 그렇구나. 당신이 드디어 가셨구나.

외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던가.
대학교 졸업하던 해 설날이 마지막이던가.
내게 외할머니는 마냥 낯선 존재라는 게 서글프다.

3대 독자였던 외할아버지는 손 많은 집안의 처자를 골라 혼례를 올리셨다 한다.
외할머니와 낳은 자식 중 비록 둘을 잃었으나 9의 자식을 낳았으니 당신의 소원은 푼 셈인데,
제사올릴 아들 대를 이은 거로 자신의 의무를 다한 거로 생각하신 건지,
할아버지는 자식을 양육하는 것에 등한하였고, 딸은 자식으로 치지 않았다.
하기에 여자는 언문과 더하기 빼기만 알면 된다는 할아버지 지론에 따라
맏딸인 울어머니는 초등학교 1학년이 학력의 끝이요,
10살부터 공장을 다니며 오빠와 동생의 학업 뒷바라지를 했다.
당시 기준으로는 26 노처녀가 되도록 고생만 하다가 할아버지의 강권에 아버지와 혼인하였는데,
외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친정을 찾을 때마다 남의 집 귀신이 드나드는 불효를 한다며 박하게 굴었더랬다.
십여 년 전 당신 면전에서 어머니와 작은 외삼촌이 말다툼을 했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출입금지령을 내려,
그 후 몇 차례 찾을 때마다 어찌나 봉변을 주시는지 결국 발길을 끊게 하였다.

나에게도 외할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은 없는데,
아무리 어린 손녀라도 남자형제와 겸상 하는 꼴을 못 보고 마루나 부엌으로 내몰곤 하셨다.
언젠가는 무릎이 나오는 짧은 치마를 입었다는 이유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사촌여동생을 지팡이로 어찌나 모질게 내리쳤는지 다리가 부러졌다는 말에
외가에 가는 날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살피며 마음을 쓰곤 했다.

내게 그릇된 가부장의 극치의 기억을 심어준 외할아버지에 비해
외할머니는 그저 그림자같은 존재일 뿐인데, 딱 하나 섬찟한 이야기가 있다.
시집가서 일주일 만에 어머니가 못 살겠다고 친정으로 도망친 적이 있다 한다.
하지만 외할아버지의 불호령에 대문 안에 들어가지도 못 하고 집 밖에서 서성이는데,
외할머니가 살그머니 불러들여 뒷뜰 우물가로 데려가셨단다.
어머니는 한숨놓나 싶었는데, 외할머니가 치마섶에서 꺼낸 건 식칼 하나.
김가에서 못 살겠다면 김가 귀신이라도 되라며,
혼자 보낼 수는 없어 내 먼저 갈테니 얼른 따라오라며 외할머니는 당신의 목을 찌르셨단다.
다행히도 어머니의 황급한 만류로 큰 변이야 없었다지만,
어린 나조차도 할머니의 주름진 목에 남은 흉터를 볼 때마다 오싹 소름이 돋곤 하였다.
가문이란 무엇인지, 그 대를 잇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시집의 귀신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인지,
평생 할아버지의 그늘 속에 목숨을 걸고 말 없이 살았던 외할머니의 인생을 생각하면 숨이 막혀온다.

하기에 다시 들춰본 '달의 제단'의 여인 중 내게 새삼스러운 연민을 불러일으킨 여인은
해월당 유씨도 아니요, 정실도 아니요, 달시룻댁도 아니요, 포항댁 김유식일 따름이다.
순박한 촌부요, 명가의 종부다운 품격도 갖추지 못했고,
손이 귀한 집에 아들 하나 간신히 안겨 체면치레만 했을 뿐 평생 남편의 굄을 받지 못한 그미는
작가의 굄조차 못 받아 자신의 한많은 사연 중 그 어느 것도 남긴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의 외가에서 여자란 삼부종사의 존재로 제사이을 대를 잇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면,
효계당 종부의 으뜸은 아름다운 제사를 올리는 거로 보여진다.
자손을 낳지 못해도 서안 조씨 특유의 아름다운 상차림을 이룩한 것만으로도
으뜸가는 며느리 대접을 받은 해월당 유씨의 존재가 내 눈엔 이채롭고,
마냥 업신여김을 받으며 상룡에겐 그저 욕정의 대상인 양 치부되던 정실이,
육포의 꽃무늬며 육적의 기린 형상을 만들 줄 아는 것만으로 종부의 자질이 논해진다.
비록 상룡의 할아버지는 솜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신이 중요한 거다 역정냈지만,
누리에 종가의 명성을 쌓은 건 역시 제사상이지 않은가.

상룡 친모의 초콜릿 갤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 역시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걸 보면,
아름다운 음식 솜씨에 대한 집착은 작가 자신의 강박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작가의 전작 '아름다운 정원'에서도
영주 생일상을 차리는 어머니의 바쁜 손길이 얼마나 정성들여 묘사되었던가.

각설하고 대잇기에 매이든, 부엌에 매이든,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들 사연은 하나같이 구구절절하기만 하고,
외할머니 원망하는 신세타령을 하다 어느날 문득 먼 길을 재촉해버린 어머니의 사연이 기구한지,
변변하게 사연 하나 남기지 못한 외할머니 삶이 더 기구할런지,
혹은 남편의 역정에도 불구하고 손주에게 효계당 씁은탕 흉보는 낙으로 살았던
포항댁 김유식의 숨겨진 사연이 더 많을런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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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춘 2006-02-06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훕... 할 말이 없십니다. 외할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조선인 2006-02-07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경상북도 산골짝에는 아직도 비일비재한 일이랍니다.
산사춘님, 고맙습니다. 92까지 장수하시고, 주무시다 돌아가셨으니 그만하면 외할머니가 죽음에 있어서는 복을 받은 것이지요. 그리 생각할랍니다.
 

지난 밤.

"엄마, 오늘밤에도 달님이 침대같애." (어제부터 상현달을 보고 침대란다)

"그럼, 달님 침대에는 누가 잘까?"

"음, 천사가 잘 거 같아."

비록 달님 침대가 아니고, 엄마 아빠 침대 밑에 이불 깔고 자는 모습이긴 했지만,
늘어져라 자다가 엄마의 깨우는 손을 모른 채하고,
대신 엄마를 끌어당겨 꼭끼하고 도로 자는 채하다가
어느 순간 뭐가 웃긴지 까르르 깔깔 웃으며 발딱 일어나는 딸아이 모습이 제눈엔 천사 같더이다.

오늘은 마로의 네 돌 생일입니다.
축하해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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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2-0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나~ 축하해요. 이쁜 마로 생일이군요.
마로야, 건강하게 잘 자라렴. 나중에 동생도 예뻐해주고. ^^
(케잌 그림이라도 찾아와야 하는데, 참...)

2006-02-04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6-02-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한다 마로야,,,,,
언제나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렴,,,,

2006-02-04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6-02-0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이쁜 마로 생일 축하해요~~~~

돌바람 2006-02-0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천사님도 천사님을 낳으신 조선인님도 또 천사님을 낳으실 예정인 조조선인님도 모두 축하해요. 그러고 보니 천사네 가족이네요.^^

paviana 2006-02-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건 미리미리 공지해주세요.

우린 예쁜 마로야 생일 축하하고 , 올해 태어나는 동생도 많이 예뻐해주렴...

반딧불,, 2006-02-0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마로야,건강하렴)

물만두 2006-02-0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야, 생일 축하해


sweetmagic 2006-02-0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마로 생일 축하해~~^^
^_______________________^

비로그인 2006-02-0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사 마로야 생일 축하해! ^.*

바람돌이 2006-02-0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야 생일 축하해!!!!
오늘밤 꿈에는 이쁜 마로가 달님 침대에서 자고 있지 않을까? ^^

조선인 2006-02-0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블루님, 울보님, 고맙습니다. 아하하하하
세실님, 이쁜가요? 히히
돌바람님, 조조선인은 누구일까요? 헤헤
파비아나님, 지금 공지했잖아요. *^^*
반딧불님, 작년처럼 올해도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제일 큰 바람이죠.
물만두님, 이쁜 케익이에요. 고맙습니다. 마로가 좋아할 듯.
스윗매직님, ㅎㅎㅎ 공사다망하신 와중에도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따개비님, 천사라뇨. 헤헤
바람돌이님, 달님 침대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

비로그인 2006-02-0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마로, 앞으로도 계속 예쁘고 곱게 자라기를 바래요.^^

2006-02-04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2-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고마워요.
속삭이신 울보님, 너무 동작이 빠르시잖아요. ㅠ.ㅠ 고맙습니다.

瑚璉 2006-02-0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마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세요.

난티나무 2006-02-0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야, 생일 축하해~~~

2006-02-04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사 2006-02-04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로 생일 축하해요
제가 아는 분 키우는 애견도 마로인데 반가워요^^*

조선인 2006-02-04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리건곤님, 난티나무님, 고맙습니다.
운영님, 수첩에는 왜? 절 불안에 떨게 하지 마세요. 깜짝 선물은 이제 그만. 히히
속삭이신 분, 님의 서재에 댓글 남겼습니다. 흑흑
소사님, 애견!!! 아하하하 예, 반갑습니다.

코코죠 2006-02-0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어버렸... 그래도 마로야 생일 축하해 :)

ceylontea 2006-02-05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났지만.. 마로야 생일 축하해~~!! ^^

아영엄마 2006-02-05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오늘 이제서야 들어왔더니만... 늦었지만 마로 생일 축하해요!!!

비로그인 2006-02-05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하루 늦었지만... 그래도 축하.. 받아주실거죠? ^^

2006-02-05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박사 2006-02-0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맨날 늦습니다. 마로생일 축하합니다. ^^

느티나무 2006-02-0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공간에서 마로를 보면서 어쩜 저리 예쁜 생각을 하며 살까? 하는 생각을 늘 하면서 지냅니다. 조선인님도 행복하시겠습니다. 마로의 네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숨은아이 2006-02-05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늦었네요. 축하합니다.

조선인 2006-02-06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 반가와요, 와락. 부비부비. 왜 이제야 온 거야. ㅠ.ㅠ
실론티님, 아영엄마님, 여대생님, 늦은 축하가 어딨나요. 고맙습니다.
속삭이신 핑크님, 이쪽 지역에 그런 문제가 있나요? 몰랐어요. @.@
설박사님, 느티나무님, 숨은아이님, 모두 모두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