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이를 통해서라도 너의 소식을 건네받지 못한 지 벌써 2년은 된 거 같구나.
이렇게 갑작스레 네 인사를 받으니(설령 나에게 한 인사만은 아닐지라도) 그저 반갑다.
잘 지내고 있는 거지? 현중에게도 안부 전해다오.
아! 내가 누군지 현중이나 네가 짐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민망해할 필요는 없다.
날 못 본지도 오래고, 너야 내 소식을 들을 일도 없었을테니까.
나야 남봉걸을 통해 너나 펭귄의 소식을 궁금해했던 거니까.
그리고 나로선 너가 여전한 듯 하여 좋은 거니까.

어쨌든 네 덕분에 참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구나.
특히 '세상의 모든 양치기들'을 읽고 그 따스함에 감동을 받아 왈칵 울 뻔 하였다.
정말 대단한 작가야.
난 재구성된 게르트림의 그림은 물론 전구로 표현된 예수의 광채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음악까지 들리더구나.
클래식에 무지해서 제목도 모르겠고, 미뉴엣인지 왈츠인지도 구별이 안 가지만,
어렴풋한 조명에 먼지가 춤추는 공구실(참, 공구실이 아니라 기구실 아니니?)을 감싸주는
부드럽게 흐르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주는 무곡을 들었단다.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알았다면 그 음악을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니, 모르는걸)

홀딩에서 받은 감동도 참 잔잔하구나.
아빠의 애인의 죽음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아이, 윌 같은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무럭 들더라.
그런데 말이지, 다음 순간 내게 이미 아이가 있고, 그 아이는 아무런 편견이 없으며,
문제는 나와 옆지기가 '어쩌다 우리는'의 할머니처럼,
혹은 '학부모의 밤'의 엄마 아빠처럼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야.
어쩜 나는 이리도 한 박자가 늦는 건지.
참 어리석지?

잠깐 책 이야기로 빠지긴 했는데, 내가 지금 할 말은 고맙다는 거야.
너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고,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너의 소식을 들을 수 있으면 더 고맙겠고,
앞으로도 차이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타인 되기를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해주면 또 고맙겠다.

아하하, 조금 쑥스럽군.
에, 또,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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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ya 2006-06-1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