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
김종원 지음 / 청림Life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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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협찬을 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필사 책이 여전히 인기다. 필사 책 중 베스트셀러인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의 후속작 <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를 받았다. 일단, 표지부터 마음에 든다. 마치 켜켜이 자리 잡은 '산' 같아서 참 예쁘다.

저자 김종원은 20년간 철학, 자기 계발, 자녀교육 등 100여권을 출간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책을 쓸 수가 있을까? 늘 사유하는 사는 삶을 분인가 보다 그리 생각했다.

<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는 제목처럼, 100일간 좋은 글을 필사하며 나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책이다.

많은 필사 책들이 좋은 명언, 아포리즘을 모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저자의 글이다. 원고지 1,200매가 넘는 분량을 압축하고 또 압축해서 만든 문장이니, 얼마나 고된 시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글은 늘리는 일 보다 줄이는 일이 몇 배 더 힘들다. 단순하고 간결한 문장 속에 핵심 의도를 잘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필사 책을 편찬 위해 정리하고 정돈한 작업을 상상해 보니, 어쩐지 '관계를 가꾸는 방법' 과도 통하는 것 같다. 짧지만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압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불필요한 문장은 과감히 제거하고 남은 문장도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마치 인간관계 같다.

모두 편안하면서도 좋은 문장들이다. 무엇보다 직관적이고 쉬운 문장들이고 간결하다. 한 글자 한 글자 따라가며 필사를 하다 보면, '건강한 관계'의 성찰도 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표지를 넘기니,

"관계는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진심은 담고 불필요한 것을 솎아내는 점이 닮았다.


이 책은 100일 동안 필사를 할 수 있도록 좌측에 글이 있고 오른쪽에는 노트 페이지가 있다.

글이 복잡하지 않고 간단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필사를 할 수 있다. 노트가 널찍해서 나의 생각을 이어 쓸 수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부모님 선물용으로도 괜찮아 보였다.

DAY 010 거절은 나만의 철학이 있다는 증거

거절하는 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인생은 '네'가 아니라

'아니오'라고 말한 만큼 더 진해진다.

부담 없이 거절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산다는 증거다.

삶의 철학이 분명할수록

더 많이 거절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거절을 함으로써

진정 원하는 것과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삶은 더욱 단단해진다.

'아니오'라는 말을 하는 건 훈련과 기술이 필요하다. 거절을 못 하는 대표적 유형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둘째는 거절하면 나를 싫어할까 봐. 그런데 두 가지 다 내 입장도, 상대의 입장도 아니다. '상대의 시선으로 본 나'를 우선시 해서다. 진짜 나를 위한 행동은 거절을 해야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상대의 마음이 덜 불편하도록 배려하는 마음으로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나도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많이 나아졌다. 지금도 부드러운 거절법을 배우고 있다.



DAY 021 인간관계는 알고리즘과 닮았다

어떤 영상을 하나 보면 알고리즘으로

비슷한 영상이 계속 나오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내가 어떤 사람과 연을 맺는지에 따라

비슷한 결을 지닌 사람들과 자꾸 인연을 맺게 된다.

내가 읽는 책과 자주 사용하는 말,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신념과 철학이

나의 현재 수준을 완성하여,

내 인간관계의 한계를 결정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더 좋은 내가 되어야 한다.

맞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관계의 알고리즘이 있다.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만 만나게 되는 마법과 같은 알고리즘이다. 그러다 보니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어떤 사람은 이럴 때 스스로를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관계를 그리워하면서도 귀찮아한다.

나는 오히려 더 좋은 내가 되어, 나와 만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충만한 삶으로 인도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서두르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 조급함은 불필요한 기대와 실망으로 이어진다.

남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고,

기대만큼 일이 풀리지 않으면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주변 사람들이 먼저 좋은 기회를 만났다고 해서

불안해하거나 흔들리지 말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멋진 행운이

지금도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 운이 크고 묵직하기 때문에 도달하는 속도가 느릴 뿐,

결코 나를 지나치지 않는다.

책 리뷰에 사주에 대해 쓰게 될 줄 몰랐다. 사주를 봤더니 내년을 지나 대운이 바뀐다고 했다. 처음에는 대운이 큰 운, 좋은 운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기존의 운이 다른 형태로 바뀌는 것이라고 했다. 더 좋은 운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그전에 많은 씨앗을 뿌려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대운이 올 때가 아니라도 씨앗을 뿌리고 가꾸면 언젠가 싹이 나는 법이다. 싹이 나는 시기가 다 다른 법이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아들에게 늘 해 준 말이 있다. 열심히 해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고, 성과가 나지 않을 때는, 큰 성취가 앞에 있어서라고 말이다.

올해 씨앗을 여러 개 뿌렸다. 이 나이에도 무언가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행운 아닌가?

DAY 048 지긋지긋한 잔소리에 대처하는 법

"제발 좀 정신 차려."

"네가 지금 그런 거나 할 때냐?"

무언가를 의욕적으로 시작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실컷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는 세상에 늦은 때는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내가 하지 못할 일은 없다.

모든 도전은 언제나 아름답고 고귀하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면

치열하게 끝 까기 밀고 나가서

그들의 잔소리가 틀렸음을 증명하자.

고백하건대, 한때는 잔소리를 좀 들었다. 뭘 하려고만 하면 일하랴 피곤할 텐데 왜 하려 하냐, 몸부터 챙겨라 소리를 들었다. 나를 아끼는 마음에 하는 소리겠지만,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이 아니므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시작했다. 그렇게 몇 해가 흐르자, 잔소리가 줄었다. 우리 모두의 결론은 "생긴 대로 사나보다"로 내렸다.

이왕이면 주변의 응원을 받아 가며 도전하는 것이 좋겠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을 수 있다. 그럴 때는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DAY 050 타인을 바꾸는 것보다 내가 떠나는 것이 빠르다

"다들 그 정도는 하고 살아."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내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조언이라고 들려주는 이런 말을 계속 들으면,

내 마음은 크게 무너지기 쉽다.

이럴 때 그의 말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내가 있는 자리를 바꾸는 것이 지혜롭다.

그들과 거리를 두 자.

거리 두기는 차가운 선택이 아닌

나를 지키는 따뜻한 배려다.

그러고 보니 조언을 들은 일이 가물가물하다. 희한하게도 이전부터 조언이나 충고를 별로 들은 적이 없다. 얼마든지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으나, 별로 하지 않는다. 다들 너무 배려심이 깊어서이던가, 내가 고집불통이던가겠지?

DAY 058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의 공통점

각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근사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자긴의 일을 통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빛내는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을

행복의 원찬으로 삶을 줄 안다.


나야말로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의 원천으로 삼는데, 왜 최고의 위치에 오르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여서 일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법은 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제대로 맛을 들이면,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이고 싶어질 테니.

DAY 079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의 공통점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은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손가락이 아닌 삶으로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실천한 만큼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바꾸는 농밀한 책을 읽어야 한다.

좋은 사람은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을 닮았다.

한 장 한 장마다 배울 점이 가득해서

속도를 내기보다 천천히 음미하게 되기 때문이다.

깊이 있는 책을 읽는 시간이 성장의 여정이 되듯,

마음이 호수처럼 깊은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은

조용히 나를 바꾸고 성숙하게 만든다.

나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 '농밀한' 책이 되고 싶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영감을 주는 책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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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2 -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이어령의 말 2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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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시리즈는 이어령 선생님이 작고하기 전 '이어령 어록집'을 내고 싶다는 뜻을 이어받아 만들었다. 올봄 출간된 1편에서 앞으로 이어령 어록집이 시리즈로 나올 것이라고 했었고 드디어 2편이 출간되었다.

1편을 '선물 같은 책'이라고 표현했는데, 2편까지 보게 되니 마치 '종합선물 세트'를 받은 느낌이다.

<이어령 말> 시리즈는 이어령 선생님의 수백 권의 저서 중 명문을 골라서 책으로 만든 것으로, 이어령 선생님의 지적 유산의 엑기스를 모아서 볼 수 있다.


작고한 다음에도 이렇게 책이 꾸준히 출간되는 사람이 있을까? 이어령 선생님을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책이다. 게다가 2편에서 "같은 방향으로 뛰면 1등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서남북으로 뛰면 네 사람이 1등을 하고, 360도 방향으로 각자 달리면 360명이 모두 1등을 하지요." 이 문장을 발견하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아들과 추억이 있어서다.


이 책에 수록된 <이어령의 말>은 여러 책에서 발췌를 한 문장들을 다음의 9가지 주제로 정리가 되어 있다.

- 감성(인간의 조건), 지성(백지 앞의 지식인), 자연(계절이 부르는 노래), 문화(결과 알맹이), 물질(현대인의 풍경), 정신(자기 생을 찾는 빛), 일상(종지부 없는 이야기), 상상(아무것과 별것), 생명(모태와 무덤 사이)


많은 단어와 문장들 중 몇 가지만 골라내서 내 생각을 살포시 올려보았다.



p197 1등

같은 방향으로 뛰면 1등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서남북으로 뛰면 네 사람이 1등을 하고, 360도 방향으로 각자 달리면 360명이 모두 1등을 하지요.


▶ 유명한 말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 자신의 길을 가면 모두 1등을 할 수 있다. 이 길이 아는 듯하여, 나의 길을 개척해 본 적이 있다. 가기 전에는 무서웠으나 막상 걸어가 보니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이런 삶의 태도는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아이의 방향으로 쭉 나아가길 바라본다.


p17 장애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장애인인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아. 자기 스스로 어떤 한계를 정해놓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 말이야.


▶ 내 한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나 스스로 한계까지 몰아넣는 건, 때로는 '자기 학대'에 가깝다. 그래서 평소 힘든 일이 생길 때, 금방 포기하지 말고 극복해 보고자 노력하거나 버티기를 해 보면 내 한계를 알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내 한계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21 돈

내가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가? 그 사람을 위해 돈을 써보면 안다. 그 돈이 아깝지 않다는 건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돈을 써보면 안다. 액수가 큰 만큼 사랑도 크다. 그 돈이 아깝지 않으면 '사랑한다'는 숫자인 게다. 나는 위해 쓰는 돈이 아깝지 않듯이 너를 위해서 쓰는 돈이 아깝지 않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는 것이다.


▶ 완전 공감이 된다. 한편으로는 나에게 돈이 아깝지 않은 존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 대부분 자녀에게는 돈이 아깝지 않다. 그런데 부모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 자신을 위해서는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부모들은 나를 위해 쓰는 돈을 아까워한다. 자녀에게 쓰는 돈의 10분의 1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사용한다면 삶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다.


p60 언어

언어의 속도에 반응해서 뒤쫓아가는 사람, 창조적 상상력으로 만들어가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여러분은 언어를 소비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뒤쫓아가는 사람이 되지도 말고,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언어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자기 인생과 세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바로 글쓰기이고 말하기의 핵심입니다. 뒤쫓아가지 말라는 것.


▶ 글쓰기와 말하기를 하는 사람도 처음에는 언어의 속도에 반응해서 쫓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저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면 그 속에서 재창조의 과정을 겪는다. 그다음 창조적 상상력이 찾아온다.


p150 맷돌

맷돌은 한 짝만으로는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두 개의 돌이 서로 마찰을 할 때 딱딱한 곡물은 부드러운 가루가 된다. 세대도 맷돌의 법칙을 모방한다. 기성세대는 고정되어 있는 맷돌짝이요, 젊은 세대는 그 위에서 끝없이 돌고 움직이는 또 한 짝의 맷돌이다. 그 마찰 속에서 문화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고운 가루가 된다.


▶ 나는 여기서 어처구니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 마주 보며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처구니가 필요하다. 나는 어처구니를 '이해,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없다면 서로 반목하게 되어 세대가 융합되고 발전된 문화가 아니라 두 개의 불완전한 문화가 삐걱거리게 된다.


p160 경쟁

(세상은) 천천히 살고 싶어도 숨차게 달리는 자만이 이길 수 있다고 부추긴다. 무슨 학문을 하든, 무슨 직업을 갖든 획일화된 경쟁 속에 뛰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즉 거북이는 거북이로 살지 못하고 자기 등껍질을 다 버리고 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 과거에는 전쟁, 기근으로 살기 힘들었다. 그런 암울한 시대와 비교해서 현재가 살만하지 않은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인류 역사에서 유토피아는 없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완벽한 세계는 없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지금 이 순간 현실에 적응을 하며 살 필요도 있다. '피할 수 없을 바에야 즐길 수 밖에...'


p175 부엌

현대의 부엌은 꼭 전기 상회 같다. 전기냉장고, 전기 믹서, 전기 오븐, 전기 솥... 부엌은 이제 장작불을 먹는 것이 아니라 돈을 먹기 시작했다.


▶ 가정에서 사용하는 기기 대부분은 여성을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었다. 워킹맘은 일과 육아/교육을 하면서도 가사일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건조기, 무선 청소기 덕분에 가진 약간의 휴식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p180 상품

현대의 상품은 쉬 물리고 쉬 부서지도록 고안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의 인간관계 그대로이다. 우리는 우리의 할머니들이 시집올 때 혼수로 가지고 온 장롱이 어떤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그 장롱은 사람보다도 오래 남아 여러 대를 거치며 손때가 묻고 있다. 역사처럼 거기에는 인간의 정이 배어 있고 믿음과 그리움이 같이 젖어 있다.


▶ 어릴 때 자개농의 아름다움을 미처 알지 못했다. 자라면서는 모던한 디자인이 예뻐 보였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어릴 때 봤던 전통 가구의 멋을 알게 되었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


p196 완성

사람은 완성된 채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완성되어가는 거란다.


▶ 어릴 때는 성인이 되면 사람이 완성되는 줄 알았다. 아이를 다 키워놓고 보니, 사람이 되기란 죽을 때도 완성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01 치매

선거 때만 되면 노인을 폄하하는 젊은 정치인들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노인성 치매와 달리 청년성 치매는 자기도 곧 아버지처럼 늙게 된다는 뻔한 사실을 잃어버릴 때 발생하는 병이지요.


▶ 속이 시원하다. 우리 모두는 다 늙게 되는데, 왜 노인을 폄하하는 말을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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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구급약 - 감정이 상처가 되기 전에
가이 윈치 지음, 임지원 옮김 / 유노책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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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노책주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동안 많은 심리학 책을 읽었다. 어느 순간 책이 전하는 내용은 비슷했으나 디테일이나 사례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이 책도 그런 줄 알고, 무심코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몰입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우리가 겪는 심리적 상해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기 쉬운데 아주 잘 구분하여 정리했고,

둘째 책 내용과 사례들이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들이서 공감이 갔다.

셋째는 번역이 매끄러워서 술술 잘 읽혔다.

마지막 네 번째는 이 책의 기획이다. 구성이 참신하다. 제목부터 세부 목차, 그리고 비유가 '내 마음의 구급약'에 딱 맞게 풀어나간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이 떠올랐다. 당시 지인 중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었는데, 아이의 건강검진뿐만 아니라 심리 검사를 한 번 정도 해 보라고 권했다. 비싼 비용을 내고 그걸 왜 해야 하냐고 하니, 사람들이 보이는 곳만 단련하고 치료를 하는데 신체만큼이나 중요한 게 정신건강이라며, 심신의 종합검진한다고 생각하고 받아보라고 했다.

당시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심리검사를 받게 했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마음과 몸은 깊은 연관이 있어서 마음이건, 몸이건 멍이 들면 그 여파는 전체로 번진다. 그냥 둬도 나을 수 있으나 점점 더 곪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바로 몸에 입은 상해는 잘 처리하면서 마음의 건강에 대해 그토록 무력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바로잡아 주고 있다. 이 책의 각 장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입는 심리적 상해를 설명하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완화하고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다양한 정서적 응급 처리 방법을 제시한다.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곱 가지 심리적 상해들은 거부당한 느낌, 고독, 상실감, 죄책감, 반추, 실패, 낮은 자존감이다.

이런 감정들은 감정 소모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태도, 가치관까지 깊게 영향을 미쳐 삶 전반을 흔들어 놓는다.

신기한 건 나도 모르게 했던 '나만의 정신건강' 방법이 있었는데 이 책의 치료법에도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5장 반추에서 '관점 바꾸기'는 나의 '유체이탈 상상'과 비슷했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이를 3자 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방법이다. 당황스럽거나 비관적 상황에서 정말 효과적이어서 늘 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


* 감정의 소용돌이를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유체이탈 상상'


'자제력은 한 영역에서 많이 사용하면 피로해져서 다른 영역에서 잘 듣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공감한다. 업무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논리를 펼쳐야 할 때가 있다.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개월 때로는 1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일상에서 소소한 선택을 하는 일도 최대한 자제한다. 최대한 에너지가 세는 걸 방지해서 업무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내일 출근복을 미리 꺼내 놓는 것이다. '이거 입을까, 저거 입을까' 생각하는 일을 아침에 하면 오늘 사용할 자제력, 집중력, 판단력을 갉아먹고 시작해서다. 저녁에 남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런 기간은 식사할 때 메뉴를 고르지도 않고 몇 가지 메뉴를 돌아가며 먹는다.

'분리 죄책감'에서는 워킹맘으로서 아이에게 가졌던 죄책감이 떠오르기도 했다.

'실패'편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패로부터 배운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세월이 떠올랐다.

'자존감' 편에서는, 최근 부모들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감싸는 현상이 겹쳐졌다. 자존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나는 이를 '자만심'이라고 말하곤 한다. 쉽지 않지만, 늘 자신을, 이 상황을 객관화해서 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종종 쓰는 방법은, 남을 칭찬하는 것이다. 때로는 경쟁상대로 느껴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누구나 칭찬을 하기 꺼려 한다. 그런데 힘을 내서 칭찬해 볼 것을 권한다. 말로 내뱉는 순간, 답답한 마음이 해방되는 기분이 들면서 나와 상대, 상황 모두를 너그럽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진짜 칭찬'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워낙 깔끔하게 장 정리가 되어 있어서 책을 중반 정도 읽다가 저자의 이력을 살펴봤다.

가이 윈치는 전문 심리치료사이자 작가로, 그의 테드 강연 '우리가 감정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이유'는 역대 테드 강연 중 가장 인사이트 풀한 강연 5위로 꼽혔고 그의 전작들은 전 세계 24개 언어로 변역 및 출간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의 목표는리적 문제에 대한 약장의 역할이지, 심리적 치료를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스스로 응급처리를 해서 아물 수 있는 상처는 이 책으로 치유를 하고, 그보다 큰 상처 나 오래된 상처는 전문가를 찾아가 보라며 각 장 끝에서 정신 건강 전문가를 찾아가야 할 상황도 정리되어 있다.

심리학 책들은 특정 사례 중심으로 나열하거나, 특정 주제만을 중심으로 하거나, 이론을 설명한 경우 등으로 구분된다. 이 책은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거부당한 느낌, 고독, 상실감, 죄책감, 반추, 실패, 낮은 자존감'들의 문제점, 응급처치법들이 있으며,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과, '이 상태를 반복하면 더 악화되겠구나, 지금이라도 스스로 치료를 해 보자'라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어쩌면 위에 언급한 '나만의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1장 “문짝을 부수는 대신 배구공을 입양하세요”┃반창고가 필요한 마음의 찰과상, 거부

거부당하는 느낌은 우리가 겪는 정서적 상처 가운데 가장 흔한 상처이며, 마음에 자상이나 찰과상을 입는 것과 같다. 거부가 아픈 이유는 진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은 사회 공동체에서 거부당하면 생존이 어려웠다. 배척은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며 뇌영상 촬영에서도 육체적 통증을 느낄 때 부위가 활성화된다.

거부 경험은 강한 분노와 공격 충동을 촉발하므로 분풀이를 하고 싶어질 수 있다. 청소년의 폭력성을 유발하는 요인 중 거부 경험이 가난, 마약보다 앞섰다.

우리는 거부의 경험을 불필요하게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일반화해서 스스로를 탓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자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우리의 자존감이 거부에 취약한 이유는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우리의 뇌에 배선되어 있기 때문이다.

  • 거부로 인한 심리적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 : 자신을 비판하는 내면의 목소리에 반론을 제기하라, 나의 가치 되살리기, 사회적 유대감을 재충전하라, 자신을 탈 감각화하라

  • 탈 감각화 : 불편하거나 불쾌한 상황에 자주 노출되면 점점 덜 괴롭게 느껴지는 현상. 거절의 정서적 충격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 기술이다. 거절을 충분히 이겨낼 자존감을 갖고 있을 경우 적용하자. 중요한 점은 제한된 시간에 실시해야 한다.


2장 “기념일에 꽃을 받아도 외로울 수 있습니다”┃소독약이 필요한 심리적 상해, 고독

물리적으로 가까워도 공유할 것이 없을 때 정서적 거리감과 단절감을 느낀다. 그 결과 혼자 고립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고독 여부는 관계의 양이 아니라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 고독은 하루 두 갑의 흡연을 하는 것처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독감 예방접종을 맞을 때 외로움을 느끼던 학생들이 더 심한 부작용을 보일 정도이다.

고독을 치료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전염이 되어서다. 또한 외로운 사람들은 비판적 경향이 크고, 자기 파괴적 방식으로 행동한다.

고독한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다. 외로운 사람으로 판단되면 그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로운 사람들은 덜 매력적이거나 덜 똑똑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인간관계도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한다. 그러게 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가 하는 중요한 정보를 간과하게 된다.

  • 고독을 치료하는 법 : 부정적 색안경을 벗어라, 의심이 가면 좋은 쪽으로 해석하라, 나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찾아내서 주의하기, 상대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기(공감), 사회와의 연결고리 만들기, 반려동물 입양하기

  • 공감이란 상대의 입장이 되어 정서적 경험을 이해하고 우리의 깨달음을 상대에게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나 자신이 바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들어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3장 “만일이라는 상상으로 시나리오를 쓰지 마세요”┃항생제가 필요한 골절된 마음, 상실

상실과 외상은 파괴적이어서 치유하기 위해 오랜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정서적 아픔에 사로잡힌 채 삶의 모든 세부 사항을 일련의 고통스러운 '처음'이라는 경험을 통해 다시 만나야 한다. 끝없는 '처음'은 몇 주에서 몇 달간 계속해서 밀려온다. 시간은 회복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이다.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 상실이 가져온 심리적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 : 나만의 방식대로 정서적 고통 달래기, '자아'의 잃어버린 측면 회복하기, 비극에서 의미 찾기 ('어떻게'가 아니라 '왜'라고 묻자, 다른 가능성에 대해 묻자, 상실의 경험에서 '좋은 점' 발견하기)


4장 “얼음 물에 오랫동안 손을 담가도 변하는 건 없어요”┃아스피린이 필요한 심리적 두통, 죄책감

죄책감은 뭔가 잘못했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었다는 매우 흔히 나타나는 정서적 괴로움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두 시간 정도 약한 죄책감을 느끼고, 일주일에 5시간 정도 중간 정도의 죄책감, 한 달에 30분 정도 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죄책감에 짓눌리지 않는 이유는 지속 시간이 짧아서다. 죄책감은 우리가 기준을 위배하는 행동을 하려고 할 때,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려고 할 때 신호를 준다.

죄책감을 이끌어 내는 행동은 많으나,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효과적으로 사과할 줄 모르게 때문이며, 또 하나 이유는 사과를 하더라도 상대를 용서할 수 없어서다. 전쟁, 사고, 질병 등 비극적 사건의 생존자는 잘못을 하지 않아도 죄책감이 생긴다.

건강하지 못한 죄책감은 개인의 기능과 행복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인간관계를 파괴한다.

  • 죄책감의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 : 효과적 사과, 자신을 용서하기, 삶에 다시 뛰어들기,


5장 “곱씹기와 슬픔을 절교시키세요”┃계속 덧나서 연고가 필요한 상처, 반추

우리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계속해서 곱씹고 돌아보는 경향이 있다. 불행히도 곱씹는 경향은 고통스러운 감정과 경험에서 비롯된다. 반추 사고의 위험성은 이미 지나간 사건에 느끼는 정서적 고통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반추 사고를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기 강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슬픔, 분노를 더 크게, 더 오래 지속되게 한다. 우리가 우울한 반추 사고의 쳇바퀴에 갇히게 되면 가족, 친구들이 잘못한 것이 없어도 그들의 삶의 질에 타격을 준다.

했던 말을 또 하는 경우가 있다. 당신이 과거에 여러 차례 이야기했던 감정과 생각을 또 되풀이해서 말하면, 상대는 그들이 과거에 우리를 돕게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 충성스러운 친구와 가족은 의무감과 죄책감으로 지지와 공감을 베풀지 몰라도 마음 한구석에서 그 상황에 짜증과 분노를 느낀다. 반추 사고는 자신의 감정적 요구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 주변 사람의 감정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든다.

  • 반추로 인한 심리적 상처를 치료하는 법 : 관점 바꾸기 (삼인칭적 시점을 유지하면서 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보다 '왜'일어났는지 뒤돌아 보기), 주의 돌리기(스도쿠 게임, 마음속에 슈퍼마켓 배치도 그려보기, 유산소 활동, 영화관람), 분노를 재구성하라, 친구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지 마라


6장 “불안할 때는 휘파람을 부세요”┃해열제가 필요한 마음의 감기, 실패

실패는 인간의 경험 중 너무 흔한 것이어서 실패 유무가 아니라 실패에 어떻게 대처했는지가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만든다. 실패를 마주할 때, (1) 재빨리 포기하거나, (2) 사기가 저하되어 수동적이고 무기력해지거나, (3) 스트레스를 받고 자의식이 강해져서 명확한 사고를 할 수 없는 태도를 취한다. 반면 (4) 대범하고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다음번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를 깨닫고 목표를 끈질기게 추구한다면, 실패는 많은 가르침을 주는 성장의 경험이 될 수 있다.

실패는 자신이 기술, 능력, 잠재력에 대해 부정확하고 왜곡된 결론을 내려서 자존감이 낮아진다. 자신감, 동기, 낙관주의를 침식하고 무너뜨려 무기력하고 덫에 갇힌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무의식적 스트레스와 공포를 촉발해 부지불식간에 노력하고 싶지 않도록 한다. 이러한 실패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계속 굴러간다.

어떤 사람은 실패를 수치심, 창피함과 연관시킨다. 그래서 성공 기대치를 낮추려고 무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태만해진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부모는 자신의 그런 특성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 자녀가 어던 일이 실패할 때 부모 자신의 수치심이 촉발되어서다. 자녀는 부모의 미묘한 반응을 흡수해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고, 실패는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임을 배운다.

  • 실패가 남기는 심리적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 : 실패는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다 (정서적 지지와 현실감을 찾게 도와주기),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에 초점을 맞춰라, 책임을 받아들이고 두려움을 인정하기, 주의를 흩어놓는 성과 압력 흩어 놓기


7장 “전화가 오지 않아도 패배자라 생각하지 마세요”┃진통제가 필요한 마음의 근육통, 낮은 자존감

수십 년간 연구에 의하면, 시중의 자존감 고취 프로그램은 대부분 아무런 효과가 없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덜 행복하고, 더 비관적이고, 동기부여가 잘되지 않는다. 반대로 자존감이 매우 높은 사람은 자신의 실수도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경형을 보인다. 자아도취형 인간들은 아주 작은 비난, 안 좋은 평가를 들어도 극도로 상처받고 분노를 느낀다.

최근 집단적 자존감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서, 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부적합한 존재라고 느끼는 반면, 그래도 "평균적'인 사람보다는 내가 낫다고 느낀다. 이렇게 평균적인 것에 혐오감을 키워왔으나, 자존감은 평균에 속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상적 자존감의 정도는 우리 자신에 대해 느끼는 가치가 단단하고 안정적인 정도이다.

자존감이 낮으면 일의 원인이 자기라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받아들인다. 나쁜 경험으로부터 헤어 나오는데 훨씬 오래 걸린다. 실패의 경험에도 더 취약하다.

  • 낮은 자존감을 일으키는 심리적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 : 자기 연민, 자신의 감정을 찾아내고 긍정하기, 마음을 열고 칭찬 받아들이기, 개인적 영향력 강화하기 (작은 성공을 여러 개 모으자), 자제력 향상시키기 (자제력은 한 영역에서 많이 사용하면 피로해져서 다른 영역에서 잘 듣지 않을 수 있음)

#내마음의구급약 #감정응급처치 #감정관리 #감정회복 #심리치유 #마음상처 #멘탈관리 #유노책주 #심리학책 #책추천 #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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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 -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질문과 말들
나태주.김예원 지음 / 더블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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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찬을 받았으나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비록 다독을 하는 스타일이지만 시집만큼은 천천히 즐기고 싶어서 책을 선정할 때 고심을 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태주 시인의 시는 믿고 읽는 편이다. 그동안 읽은 나태주 시인의 책으로는 <너를 아끼고 살아라> ,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이 있다. 또 다른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읽고 싶었으나, 작품이 많아서 어떤 시집을 골라야 하나 또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만난 <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가 무척 반가웠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가장 많이 접해본 김예원 선생님이 고른 45개 시가 수록되어 있어서다. 이 시들은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들이기도 해서, 반가운 시를 제법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 하나를 고르자면, 상당히 '예쁘다.' 그런데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은 '특별히' 더 예뻐서 소장하기에도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은,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다. 시 한 편마다 'AI와의 대화', '사람의 말'이 함께 구성되어 있어서다.

처음에는 AI와의 대화가 뭐 특별할 게 있을까 했는데, 읽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렇게 짧은 시를 두고 이토록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챗 GPT의 대답도 놀라웠으나, 그보다 김예원 선생님의 '질문'에 더 눈이 갔다. '아, 시를 읽을 때, 이런 관점으로 바라봐야 시의 참 맛을 알 수 있겠구나'를 배웠다고 할까.

시도, 질문도, 대답도 참으로 예뻤고, 이 책 한 권이 다정한 문장들로 가득했다.

'사람의 말'은 김예원 선생님의 이야기다. 따스한 시선으로 쓰인 글들이라, 이분의 내면이 보이는 듯했다.

나도 종종 챗 GPT와 대화를 나누곤 한다. 주로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개인적인 대화도 나눈다. 업무용 대화에서는 내 개인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고, 사적인 대화에서는 종종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다. 깜짝깜짝 놀라는 점은, 나의 질문에 대해 맥락을 읽어내서 숨은 핵심을 잘 파악할 때다. 다만 후자의 경우, 지나치게 다정다감한 면이 아이러니하게도 비현실적인 대화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가끔은 데이터와 근거를 가지고 대답하라며 거리를 두곤 한다.

그런데, 이를 문학적으로 질문해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책을 읽다 보니, 호기심이 점점 생겨서 나도 질문을 해 보기로 했다.

(아래에 책의 원문과 나와 챗 GPT와의 대화를 수록했다.)

이를 위해 고른 시는 [꽃밭에서]이다.

"뽑으려 하니 모두가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

짧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시다.

이 시에 대해 책에 적힌 질문을 챗 GPT에게 그대로 해 보았다. 일부 대화에서는 챗 GPT 대답을 보고, 추가 질문을 더 해보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답변과 내가 직접 질문하고 받은 답변이 비슷할지 다를지 궁금했다.

그냥 질문을 하니, 처음에는 답변이 너무 길어서 3줄~10줄 이내로 답하라고 했다. 그리고 네가 나태주 시인이라고 사정하고 답을 해 보라고 했다. 책과 비교해 보니 답변이 일치하지는 않았다.

챗 GPT의 경우는, 질문을 얼마나 잘 하는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 이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원하는 결과를 내도록 질문이나 명령어(프롬프트)를 설계하는 기술이다.

같은 질문을 해 보니, 저자가 AI 응답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입력 문장을 상당히 고심해서 전략적으로 구성한 것임을 알겠다.

이 책은 나태주 시인의 대표 시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과,

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의 글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문답을 통해 시 한 편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아울러 챗 GPT가 얼마나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지 알 수 있는 기회도 되는 책이다.

"AI는 단순하게 시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감정 어휘, 문맥의 흐름, 정서의 패턴까지 '마음의 데이터'를 수치화한다.'


꽃밭에서

뽑으려 하니

모두가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


다음은 [꽃밭에서]에 대해 나와 챗 GPT와의 대화를 적어보았다.

Q#) 은 책의 질문 그대로 해 본 것이고,

Q#-#)은 챗 GPT의 대답을 읽고 내가 추가 질문을 해 본 것이다.

Q1) 왜 뽑으려 하면 다 잡초처럼 느껴지는 걸까?

뽑으려 한다는 건 기준과 잣대를 먼저 들이대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 기준에 맞지 않는 건 전부 결함처럼 보여 잡초로 느껴집니다.

즉, 부족함과 차이부터 보기 때문에 좋은 면을 발견하기 어려운 거죠.

Q2) 품는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일까?

품는다는 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장점과 가능성을 먼저 보는 태도입니다.

결점을 고치기보다 그 존재가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행동이죠.

비난 대신 이해하고, 거리를 두기보다 곁을 내어주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Q3) '품는다'는 말이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줄 몰랐어.

그대가 그렇게 느꼈다면, 이미 그대 마음속에도 품을 줄 아는 따뜻함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품는다는 건 나의 일부로 삼는 것이고, 내 안에서 자라도록 허락하는 일이지요.

그래서 그 온기는 결국 나에게도 돌아와, 나를 더 넉넉하게 만듭니다.

Q4) 진짜 잡초는 없다고 생각해?

잡초도 그 자리에 이유가 있어 피어난다고 믿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름 붙이기를 ‘잡초’라 할 뿐, 그것도 생명을 가진 한 송이 꽃이지요.

다만 때로는 내 삶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뽑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을 뿐입니다.

Q5) 뽑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너는 그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

먼저 한 걸음 물러서서 그 존재를 오래 바라봅니다.

왜 뽑고 싶은지, 그것이 나 때문인지, 그 자리 때문인지를 헤아립니다.

그러다 보면 미움이 줄고, 때로는 그대로 두어도 된다는 마음이 스며듭니다.

Q6) 왜 꽃밭이라는 배경을 선택했을까?

꽃밭은 아름다움과 생명의 상징이면서도, 그 안에 잡초와 꽃이 함께 자라는 공간입니다.

삶도 마찬가지로, 좋은 것과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섞여 있죠.

그래서 꽃밭은 받아들임과 구별, 조화의 이야기를 담기에 가장 알맞은 무대가 됩니다.

Q7) 화자의 마음은 어떻게 달라진 걸까?

처음엔 구분과 배제의 마음이 컸지만,

점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으려는 마음으로 변했습니다.

대상을 평가하던 시선에서,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시선으로 옮겨간 것이죠.

Q8) 그런데 품는다는 게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잖아.

그렇지요.

품는 마음이 따뜻하더라도, 때로는 해를 끼치는 것을 그냥 두면 더 큰 상처를 남깁니다.

그래서 품음에도 지혜가 필요하고,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도 또 다른 방식의 품기일 수 있습니다.

Q8-1) 너는 뭘 권하고 싶어? 뽑을 때와 품을 때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내 마음과 꽃밭의 건강, 두 가지를 함께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 존재가 나와 다른 꽃들을 함께 시들게 한다면, 뽑아내는 것이 살리기 위한 선택이 됩니다.

하지만 단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라면, 조금 더 지켜보며 품어볼 여지가 있습니다.

Q9) 나도 누군가에게 잡초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요.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꽃이 아니라 거슬리는 존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는 오래 기다린 끝에 피어난 귀한 꽃일 수도 있습니다.

Q9-1) 내가 잡초로 보일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해?

그럴 때는 억지로 꽃처럼 보이려 애쓰기보다,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기 빛깔을 지키는 게 먼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를 잡초라 부르던 이도 내 향기를 알게 될지 모릅니다.

Q9-2) 나를 뽑아버리겠다고 누가 덤빌 수도 있잖아.

그럴 땐 바람에 휘어지듯 잠시 몸을 낮추고,

뿌리가 깊은 나무처럼 조용히 버티는 게 좋습니다.

꽃이든 잡초든, 끝내 남는 건 뽑히지 않은 생명력이니까요.

Q9-3) 그래도 결국 뽑혀버렸다면 절망에 빠졌을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뽑히는 건 끝이 아니라 다른 자리로 옮겨지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새 흙과 빛을 만나면 거기서도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지요.

삶은 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새로 얻는 과정일 때가 많습니다.

Q9-4) 원치 않는 곳으로 간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뿌리를 내려보라는 의미야?

맞아요.

원치 않는 곳일지라도 그 자리에서 다시 살아낼 힘을 찾아보라는 뜻입니다.

땅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뿌리를 내리면 꽃은 피울 수 있으니까요.

Q10) 이 시는 식물 얘기 같지만 사실은 사람 얘기야. 맞지?

맞아요.

겉으로는 식물 이야기지만, 속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잡초도 꽃이 되고 꽃도 잡초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Q11) 피카소 스타일로 이 시의 뽑으려는 시선과 품으려는 시선의 대비를 그림으로 보여줘.


#나태주 #챗GPT #AI #더블북 #나태주시AI에게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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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 서툰 말, 더 서툰 마음
강민정 지음 / 좋은땅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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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협찬을 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년 여름마다 너무 더워 화들짝 놀라곤 한다. 지금 한참 더울 때라 마치 한증막의 더운 열기가 대기를 가득 채운 것 같다. 이런 날은 출근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 종일 시원한 에어컨 아래 있을 수 있어서다.

이렇게 더운 여름이지만, 여름에만 누릴 수 있는 기분 좋은 느낌이 있다. 바로 '청량감'이다.

파란 하늘에 나부끼는 빨랫줄에 걸린 옷들,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비눗방울, 바닷가에서 거닐고 있는 흰 원피스의 소녀. 모두 청량함의 대명사다.

이 청량감을 책으로 만들어 냈다면 <그때 나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가 아닐까. 매 페이지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조심스럽게 어뤄만져주려는 다정함을 보고 있자니, 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소나기 같다.

저자 강민정 소장은 어린 시절 미국에서 자랐다가 8세에 한국으로 온 다음, 다시 유학을 떠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기억도 있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도 접하면서 '말'이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 듯하다.

그 결과 "말은 마음의 모양을 담는 그릇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을 곱게 하라는 이 격언은, 나의 내면을 바꾸기에는 어쩐지 약하다. 반면 말이 마음의 모양을 드러내는 그릇이라면, 내 마음이 미운지 고운지 알 수 있기에, 기꺼이 가꾸고 다듬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감정을 표현하기에 서툴다. 저자는 서투름이 있어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하다며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한 권 내내, 서툰 마음으로 서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안아주고 또 안아준다.

책의 분량도 적당하고, 글 한 편의 길이도 길지 않은 데다, 워낙 예쁜 문장이 많아서 필사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은 모든 소챕터 마다 '걸어야 길이 된다. 언어 오솔길 내딛기'라는 제목의 글이 이어진다. 각 에피소드에서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소통 방식을 소개하고 오솔길에서 그 매듭을 풀어가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솔길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만든 길이다. 발길이 뜸하면 사라져 버리므로 꾸준한 돌봄이 필요하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언어의 오솔길도 매일 걷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에 닿을 수가 없다. 일상에서 자주 쓰고, 용기 내어 건네보면 '단단한 오솔길'을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각자가 책장 속에 묵혀둔 말들을 꺼내어 사용해 봄으로서 마음이 모양도 한결 곱게 다듬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말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책은 관계, 경청, 솔직함, 사과와 관련된 말들이 있다고 소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결코 특이하거나 극단적이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 들이다.

'화를 낼 정도는 아니지만, 더 이상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 수준의 심기 불편이 있는 정도이다.

이럴 때 우리는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지 않고 오히려 한발 물러선다. 친한 가족과 친구에게도 이런 일이 잦아지면 상처 입기가 두려워, 적당한 거리감을 더 편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사실은, 상대가 서툴러 나에게 다가오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내가 먼저 오솔길을 걸어가도 된다.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말속에 숨겨진 진심을 발견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나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상대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실천한 친구가 있다. 몇 해 만에 학창 시절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과거에도 착하고 좋은 친구이긴 했으나 그 사이 너그러움이 더 장착이 되어 있었다. 그 변화를 알려주었더니 하는 말이, "남편과 살다 보니 나도 그렇게 변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남편 성격이 온화하고 너그럽다며 자신도 모르게 말과 행동을 배우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친구는 남편과 매일 말의 오솔길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진심을 드러냈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르니, 친구의 말에는 예쁜 마음이 고스란히 베어나게 되었다.

저자는 유년의 이민 생활 속에서 타인의 언어에서 낯섦을 느꼈다. 말투 너머 태도에서 '환영받지 못함'과 '다름에 대한 부정'을 느낀 것이다. 다정해 보이는 말, 무례한 말 이면에는 말의 온도가 있다. 상대를 환대하는 마음인지, 방어하는 마음인지, 어떤 신념에서 비롯된 말인지에 따라 온도가 선명하다.

이것이 비단 다른 나라에서만 느끼는 낯섦일까. 상대가 전하는 말의 온도가 냉정함을 느낄 때마다 '관계'의 바깥을 서성이는 아이가 되는 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자는 '말'을 조심하고 '침묵'을 택하면서도 상대의 진짜 마음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해 왔다. 그 결과 '태도에는 진심을 담되, 표현은 단정하고 따뜻하게 전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진심을 못 알아차려도 안 되고, 과하게, 혹은 무심하게 표현에서도 안 된다.'라고 말한다. 이건 한국인에게 특별히 더 요구되는 자세가 아닐까. 누구보다 정이 많고, 남몰래 도와주면서도, 앞에서는 무심한 척하기도 하고 반대로 말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드라마에 나쁜 남자로 보이지만 츤데레 캐릭터가 그렇게 인기를 끄는 것이리라.


우리는 종종 상대의 가시 돋친 말을 들을 때도, 무례함을 접할 때도 있다. 그때 저자는,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는,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법을 배우자고 했다. 상대의 의도는 모른 척, 맑은 눈빛으로 순수한 믿음으로 가득 찬 눈빛을 건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상대가 자신의 악의를 부끄러워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대가 잘못된 말을 해도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를 남겨두는 방법이다.

이런 순진 무궁한 대응은 날카로운 칼날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다.

그래도 상대가 계속 무례함을 행하면 어떻게 할까? 그럴 때 저자는 마음 질이 안 좋으면 알아차리면 된다고 말한다.

"상대를 지혜롭게 알아봤다면 스쳐갈 결단도 우리 어른의 몫이다."라고 덧붙인다.

저자의 가르침이 참으로 현명하다. "저 사람은 나이를 어디로 먹었나 몰라.", "아직도 철이 안 들었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분에 차서 괜한 감정적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 나도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기면 "설마, 이런 의도는 아닌 거죠?"라는 맑은 눈으로 질문을 하련다. 그래도 여전하면 어른스럽게 나의 친분 명단에서 그 사람을 지워버리면 그만이다.


언젠가 배우 윤여정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김고은이 급히 다가오지 않아서 좋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대배우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어려운 고비를 겪어온 분이라, 이렇게 다가온 사람들의 미소 속에 숨겨진 마음을 쉽게 파악했을 수도 있다. 그런 와중에 멀찍이서 천천히 다가온 김고은의 속도가 얼마나 반가웠을까.

반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말을 함부로 하면서 자신은 격이 없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신회는 천천히 익어야 깊은 향을 낸다고 했다. 상대의 마음에 물 한 방울 스며들지 않았는데, 혼자만 취한 태도는 경계를 넘은 침범일 뿐이다.

'격없음'이야 말로 서로의 온도를 맞춰야 한다. 상대는 아직 차가운 물인데, 혼자 끓어서 들이부으면 상대가 놀랄 수밖에 없다. 반면 언제 만나도 늘 거리를 두는 모습이면, 나와 친분을 가질 생각이 없나 보다라며 실망하게 된다. '적당히'라는 말이 생각보다 어렵다.

다행히 저자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한 가지 솔루션을 알려준다. 언어학자 마셜 로젠버그는 듣기를 할 때 상대의 말을 '부탁' 혹은 '고마움' 둘 중 하나의 감정으로 해석에 보라고 했다. 거기에 저자는 '상대의 불안'의 감정까지 해석해 보라고 권한다.

예를 들자면, 남편이 부인에게 꽃 선물을 했을 때, 쓸데없는 걸 사 온다고 말했다고 가정하자.

  • 부탁의 언어로 바꾸면, "이런 거 안 챙겨도 충분해. 자기 돈 버느라 힘들 텐데 걱정돼서 그래. 이 돈 잘 모아두면 좋겠다는 뜻이야."

  • 고마움의 언어로 바꾸면, "돈 벌고 일하느라 힘들 텐데 생각해 줘서 고마워. 그 마음이 고맙고 미안해서 그래"

당장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들을 때는 '부탁', '고마움'의 표현으로 번역해서 듣고, 말할 때는 '부탁', '고마움'이 드러날 수 있도록 말이다.

말 습관을 가꾸는 또 다른 해법도 제시한다.

  1. '왜'라는 날카로운 바람을, '어떻게'라는 봄바람으로

  2. '못'이라는 벽을, '가능성'이라는 창문으로

  3. '문제점'이라는 그림자를, '개선점'이라는 빛으로

어쩌면 말을 이렇게 예쁘게 적는지, 필사하기 좋은 책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마음에 와닿아서 옮겨 적어 본다.

우리는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만큼

말도

함께 자라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지치기 쉬운 무더운 여름, 휴가철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짜증을 멀리 보내고 따듯함이 몽글몽글 배어 나오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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