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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육 - 예일대 출신 김기영 교수의 교육 담론
김기영 지음 / 지음미디어 / 2025년 2월
평점 :
돌이켜보면 나의 직장 생활은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모두가 과도한 업무 강도와 심한 압박에서 일했던 시절인데다, 일 욕심까지 많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감당하기 힘든 것인지조차 모르고 살았었다. 어쩌면 학창 시절, 책상에 오래 앉아있던 생활의 연속성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행했느냐? 아니었다. 힘든 만큼 눈물바람인 날도 많았으나,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나'가 있었다. 특출난 재능, 탁월한 마케팅 감각, 뛰어난 세상을 읽는 센스는 없었으나, 그저 엉덩이 무겁게 앉아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수많은 소시민 중 하나로 살면서 그래도 늘 행복했다.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참 열심히 부모 노릇을 하려 했다. 현재 청년들의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아이를 키울 조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위 세대가 한 것처럼 '당연한 일'로 여기고 아이를 낳아 키웠다.
일과 육아가 한 개인에게, 그것도 여자에게 한꺼번에 주어졌을 때 해 내야 할 일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둘 다 선택할 것 같다. 그리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또다시 그 힘든 가시밭길을 기꺼이 헤쳐나갈 것이다.
사회인으로서 30년 가까이 살면서 그저 노동의 대가로 돈만 번 것이 아니다. 어쩌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일지 몰라도 그 속에서 내가 느끼고 얻은 수많은 경험들이 있었다. 그 경험을 나만 가지고 있었다면, 내 인생은 죽음과 더불어 사장되었을 것이다. 아이를 키웠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얻은 나의 경험과 인사이트들이 나의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전달될 수 있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할 때는, 한국 그 너머가 궁금했다.
내가 방법론을 따르며 일을 할 때, 누가 이 방법론을 만들었는지가 궁금했다. 학창 시절 영어는 그저 대학을 가기 위한 주요 과목 중 하나였으나, 실무에서 영어란,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사회, 국민을 이해하는 창문이었다.
해외에서 공부한 덕에 주입식 교육을 받지 않고 자란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보고 있자니, 나와 결이 많이 비슷했다.
지금은 국내/해외 10대 기업이니 해도, 10년만 지나도 새로운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며 국내 경쟁이 치열하다 해도 글로벌 경쟁에 비할 바 못 되는구나를 젊은 나이에 저절로 깨달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는 동안 좋은 직장, 더 나은 직급과 직책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며 대부분 꿈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부모들이 지금 당장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과, 내가 사회에서 일하며 바라본 인재상은 차이가 상당히 큰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고등학생 때까지 배우는 것들은 대학에서 수학하기 위한 기초이기 때문에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공부'를 해 두어야 더 큰 공부를 할 때 도움이 되겠구나 여겼고, 진짜 학문은 석박사에 가서 나 할 수 있겠구나를 세월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현재 인기 대학, 인기학과도 크게 의미가 없었다. 이 아이들이 졸업하고 사회에서 토대를 다진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떨치기 시작할 무렵이면 또 세상이 달라져 있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사회적 인기를 따라가기보다는 아이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육아에 하나씩 접목되었다. 거기에 큰 도움을 준 것이 독서이다. 책에서는 내가 미쳐 깨닫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내가 가진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역사, 인문학, 예술, 그 어떤 책을 읽어도 세상을 읽게 되는 힘을 길러 주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 조금 다르게 키웠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정직하게 키웠다. 더 쉬운 길이 있어도 정면돌파 방식으로 키운 것이다. 그 사이에서 하는 모든 시행착오는 아이가 단단하게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어떤 미래가 올지는 몰라도 '한계'를 넘은 '어떤 곳'으로 향해갔다.
너무도 다르게 키웠기 때문에, 단 한 명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다만 과정이 행복했기에 불안해도 괜찮았다. 명문대, 좋은 학과 입학을 종착점으로 여기지 않았고, 그저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거기서 전문성을 키우며 살면 행복한 삶이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다행히도 결과가 좋아서 아이가 미국에서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명문대에 입학해서 꿈을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길게 나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 책은 여느 육아/교육책이라고 보기 어려워서다.
대부분 육아/교육책은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 한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 한둘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때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 선배 부모들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된다.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 해도 나의 태도에 좀 더 다양성을 부여한다. 다만, 내가 가지려 했던 '미래를 바라보는 눈'은 거기에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 내가 사회생활한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생각과 많이 일치했다. 아마 저자가 나의 지인이었다면, 큰 위로와 용기를 받아 가며 아이를 키웠을 것이다.
이 책대로 키운 아이가 어쩌면 나의 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얼마 전 낸 내 책의 경우가, 저자가 좀 더 넓게 보고 아이를 키우라는 방법대로 나 자신을 변화시켜가며 아이를 키운 실천 책 같다.

<자기주도로 스탠퍼드가는 아이 키우기> : 네이버블로그
저자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뉴욕대 금융학 학사, 컬럼비아 응용통계학 석사, 예일대 MBA을 거쳐 글로벌 컨설팅 회사 및 국내 대기업 자문 심사, 벤처 투자자 그리고 국대 겸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저자의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세상을 보는 눈도 넓을 것이다. 그런 저자의 눈에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부모들에게, 지금 당장 성적에서 벗어나 숨을 고른 다음 더 곳을 한번 쳐다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책에서 전하는 여러 메시지들을 살펴보자.
먼저 <6장 새로운 학교도 고민해 보자>부터 논하고 싶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한계를 언급하고 외국인학교, 국제학교, 대한학교, 홈스쿨링, 미국 유학을 언급한다. 한때 초등학생 단기 유학이 유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대치동의 유명한 어떤 초등학교는 고학년이 될수록 학생 수가 줄어드는 기현상까지 있었다. 그러다 효과가 떨어지는 분위기 때문에 그 수요가 확 줄었다. 저자는 유학도 긍정적으로 고민해 보라고 말한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게 해야겠다, 남들이 가니 보내야겠다는 거품이 빠져들고 나서 이후, 지금까지 조용히 저 길을 선택하는 엄마들은 남다른 분들이 많았다. 아이의 기질을 먼저 살피고 큰 그림을 그리며 한국의 공교육을 벗어나게 한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아이와 함께 있어도 독립심을 키울 수 있었으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아이의 의존성만 키우는 시스템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도 직장 때문에 사실상 아이와 떨어져 지냈고, 중고등학생 때 멀러 보냈기 때문에, 아이는 충분히 생각하고 실수할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시간이 주어져야 자신의 속도에 맞춰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니겠지만, 자라면서 부모와 자식이 물리적으로 떨어져지는 것 자체가 아이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
1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운동'이다. 나도 운동을 워낙 못했고 나이가 들고 나서야 아이 덕분에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해 보니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운동을 해 보면서 알게 된 것은 그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운동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과학이 있고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운동이 나의 하루 전체에 활력과 에너지를 준다는 것도 깨달았다. 달리기 같은 운동은 머리를 비우게 할 뿐 아니라 영감까지 주었다.
아이도, 나도 운동을 하고 몇 년이 지난 후 어느 날 갑자기 신기한 경험을 했다. 길을 걸을 때 사람들 자세가 모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대부분 거북목에 구부정한 등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닐 텐데 너무 신기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한동안 생각했다. 결론은 운동을 하는 사이 점점 좋은 자세를 찾게 되었던 것이고, 그 반대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운동은 정말 중요하다. 모를 때는 그냥 해 보면 된다. 꾸준히. 그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땀을 흘려봤으면 좋겠다. 훨씬 공부 효율도 오른다.
'독서'는 말해 무엇하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해서 생략하련다.
'기술은 인문학, 예술과 결함할 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스티브 잡스-' (p21)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이 말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저자는 다독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은 이미 다독의 과정을 거친 사람이거나 좋은 책을 선별할 눈을 타고난 사람이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책을 읽어야 그 속에서 자신을 다듬어 나갈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글을 써둔 적이 있어서 링크를 해 두었다.
[썰]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없다? : 네이버블로그
저자는 역사 공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도 공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역사책도 읽게 된다. 사람의 경험은 유전이 되지 않는다. 이것만으로도 역사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아무리 우리의 조상들이 좋은 교훈을 얻었어도 그 사람의 교훈으로 끝난다. 이를 이어받으려면 역사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2장은 수학과 영어를 간단히 다룬다. AI 시대에도 수학은 중요하고 디지털 시대에도 영어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도 공감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참으로 신기하다. 사람들은 수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수학은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데 탁월한 학문으로 여기고 있다.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수학 문제를 풀 수 없고, 수학을 깊이 파고들면 철학과 만난다.
나는 아직도 대학시절, 0+1=1, 0+1=1에 대한 증명을 배웠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 '아니 저걸 증명할 수 있었던 거야? 당연한 것이 아니고?' 고등학생 때까지 배운 것들은 학문이 아니었고, 모두 기초 소양이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 어린 나이였으나 머리에 데앵 하고 종이 울렸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은 자연이,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이고 그 중 인간이 만든 것은 모두 증명이 가능할 수 있겠구나를 깨달았다. 그 말은, 모든 것들을 논리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영어, 최근 들어 번역 기능이 탁월해짐에 따라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이럴 때일수록 영어는 더욱 필요하다.
아들이 얼마 전 이런 말을 했다. '영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므로 한국어만 해서는, 번역기를 돌려서는 절대 부족할 것이다'라고. 마구 쏟아지는 양질의 논문, 기술서적을 바로바로 내 것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시차를 두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출발부터 늦다는 것이다.
정보의 사용자로서만 머무는 경우는 괜찮다. 그러나 정보의 생산자로 살고 싶은 사람은 영어는 필수다. 단순 회화 수준이 아니라, 학술 영어까지 해야 글로벌 시대에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3장은 코딩을 말하고 있다. 나는 아이가 초등학생 때 C++ (가물가물하네, C 인가)를 배우게 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메스 메디카, 파이선을 독학한 것까지는 보았고 이후는 잘 모른다. 대학에 가서 코딩 실력이 더 꽃을 피워서 AI까지 공부하고 지금은 수학, AI, 바이오, 전기공학을 접목하여 뇌공학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잠시나마 프로그래밍을 맛보게 해 준 것을 잘 한 것 같다.
나는 우리 한국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우리의 역사, 근대사를 읽다 보면,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오로지 인적자원으로 이렇게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소위 말하는 개발도상국의 국민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주입식 교육으로 충분했고 경쟁 사회가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선진국이다. 저성장 시대의 선진국의 국민으로 살기 위해서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할 때다. 그러려면, 위 세대가 한 것보다 '더 많이, 더 세게'가 필요한 게 아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극심한 강도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썰] 4세고시, 7세고시가 도대체 뭐람 : 네이버블로그
달리기를 그만 멈추고, 멀리 내다보자. 전쟁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된 나라에서 이렇게 성장했는데, 분명 슬기로운 답을 찾을 것이다.
나는 그 해답을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달리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 각자의 방향으로만 달리면 분명히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썰] 각자의 방향 (ft.이십대 아들과 대화.. : 네이버블로그
ps. 내 책에 대한 리뷰도 누가 이렇게 써주면 좋겠다. 내 책도 좋은데 (부끄)
김기영 교수님, 이 리뷰를 읽으실지 모르겠는데 제 책 읽어보시고 추천사나 평 써주시면 안될까요? 책 보내 드릴 수 있는데.. (엉뚱하기도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