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혁명 - 매일 젊어지는 세포 심상 훈련법
에릭 프랭클린 지음, 김지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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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는 분의 추천사로 시작하는 책은 읽기도 전에 신뢰가 간다. 그런 의미에서 <세포혁명>은 이주환교수님의 추천사로 시작하기 때문에 당연히 '믿고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추천사 덕분에 오히려 책 내용이 타당한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읽었다.


김주환 교수님의 추천사에 따르면, '이데오키네시스'라고 불리는 심상 기법은 주로 몸의 구조, 움직임과 관련해 사용해 왔으나 이 책은 심상 기법을 '세포 레벨'로 끌여내리는 시도를 한다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한 대담함, 창의력에는 찬사를 보내면서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과연 저자의 말이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주환 교수님은 마치 '내가 추천은 하지만, 독자들도 나의 추천의 글이나 저자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며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책을 제대로 읽는 법을 알려주신 듯해서 내심 뜨끔하면서도 '역시 김주환 교수님' 하며 홀로 엄지척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심상'이다. '심상'이란 과연 무엇일까?

심상은 주로 문학이나 예술에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듯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의미하며, 철학에서의 심상은 마음속에서 시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나 표상을 의미한다.

'이데오키네시스'는 20세기 초 미국의 무용가이자 교육자인 루루루 울프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척수를 길게 할 때 "머리가 하늘로 끌려 올라가는 느낌"과 같은 심상을 사용하게 했다. 정신적 이미지를 통해 불필요한 긴장을 풀어 이완시키고, 자신의 몸과 움직임을 인식하고 개선한다.

필라테스를 할 때 선생님이 "정수리를 뽑아낸다는 느낌으로", "배가 척추와 완전 달라붙는 느낌이 들 정도로" 라는 표현을 종종 하시는데 이것이 바로 심상을 이용하는 방법이었구나 싶었다.


이데오키네시스가 우리 신체의 자연스러운 정렬과 효율적 움직임을 개선했다면, 이를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는 어떨까?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에서도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을까?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세포들이 각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우리 몸 전체 역시 긍정적 변화를 보이고 있을 수 있다.

즉, <세포혁명>에서 말하는 '세포'는 마치 하나의 생명체라고 가정해 본다면 그 세포들이 모여 있는 우리의 몸은 세포들의 거대 왕국일 수 있는데, 각 세포들이 모두 건강하다면 세포 왕국도 함께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원제는 'Glow younger daily'이지만 세포 각각이 깨어난다는 의미에서 한글 책 제목이 <세포 혁명>이 되었나 보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생물학 입문서 또는 교양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설명하는 내용이 아니라 세포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덧입혀져 애정 어린 눈으로 '우리 몸'을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되고, 우리의 상상은 우리의 신체 상태를 반영한다'는 믿음으로 세포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세포를 주제로 한 심상 훈련은 몸속 싶이 들어가 신체 조직 수준에서 우리의 습관적 패턴과 변화의 가능성 사이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익숙한 패턴을 깨고 더 건강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건강에만 국한하지 않고 피부가 좋아지고, 얼굴이 훨씬 나아지고, 젊어질 수 있는 훈련들도 소개한다. 예를 들자면, 줄기세포를 위한 피부 재생법으로 원하는 부위의 피부에 손을 얼려놓고 선 아래 맞닿은 표피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가 태어나고 있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운동을 할 때 근육에 집중하듯 피부의 움직임도 느껴본다면 운동의 경험이 달라지고,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세포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세포들에 대한 심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으므로 저자가 알려주는 심상 법과 더불어 우리 몸에 대해 많은 지식과 상식을 배울 수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우리 몸에는 세포가 무수히 많고 각자 위치에 따라 하는 역할이 다르다. 저자가 알려주는 대로 상상을 해 보았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내 생각에, 건강한 사람이 심상을 이용해서 몸 구석구석 세포를 각성시키기란 쉽지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몸이 좋지 않을 때 그 부위만 집중해서 심상을 활용해 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였다. 김주환 교수님 말씀처럼 신선한 접근이었던 책이다.



#세포혁명 #세포심상훈련법 #내면소통 #마음챙김 #플랭클린메소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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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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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소설보다 인문학, 과학, 철학, 예술 등 관심사를 옮겨가며 책을 읽었다. 아주 간간이 소설을 읽기는 했으나 스스로 찾아서 읽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 책을 보내주면 읽은 정도다. 소설은 스토리만으로도 재미있지만, 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인간 내면을 이해하게 된다.

인간을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를 이해하는 데는 생물학 그중에서도 유전학, 뇌과학 분야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분명 물리적 요소이지만 인간의 무형의 요소를 해석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진화를 포함한 유전자에 대한 이해와 뇌의 작동 원리가 심리학과 결합하여 인간의 행동, 아울러 깊은 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래도 아직은 소설만큼 우리를 잘 설명해 주지 못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생체 내 화학적 결합이나 진화 때문이라고만 말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책을 펼치면 사연이 가득해 보이는 노숙자 마크,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으나 당찬 소녀 에비, 부유한 상속녀지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무해 보이는 엘리슨, 이 세 명의 이야기가 하나씩 시작된다. 이들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으나 왠지 책에 점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기욤 뮈소의 탁월한 글솜씨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흡입력이 대단해서 빨리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마크는 알고 보니 저명한 의사였고 사랑하는 아내 니콜과 딸 라일라가 있었다. 이 딸은 그의 친 자식이 아니었고 결혼했을 때 이미 임신한 아내가 낳은 딸임에도 불구하고 친자식 이상 끔찍하게 아꼈다. 그런 딸이 어느 날 사라진다.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데다 뉴욕의 쇼핑몰에서 사라지다 보니 유괴의 가능성이 컸으나 딸은 돌아오지 않았고 유괴범의 협박도 없었다. 그 후 마크는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노숙자가 되어 술에 찌든 채 5년의 시간을 보낸다.

이런 마크에게 딸을 찾았다는 연락이 오게 되고, 딸과 해후한 마크는 함께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참이다. 이 비행기에는 에비와 엘리슨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이들은 한 비행기에서 만나서 자연스레 서로의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에비는 아픈 어머니를 둔 일종의 소녀 가장이었다. 악바리 근성이 많은 꿈 많고 똘똘한 그런 소녀였는데, 어머니의 간이식 수술을 위해 애를 쓰던 중 드디어 어머니의 차례가 돌아온 순간, 누군가가 에비 엄마의 차례를 가로채고 어머니는 죽고 만다. 그 후 에비는 간을 가로챈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길에서 우연히 의사 커너의 도움을 받게 된다.

엘리슨 역시 아픈 과거가 있다. 재력가의 상속녀지만 온갖 사건사고를 일으켜서 방송에 자주 나온 트러블 메이커인 엘리슨은 알고 보니 운전을 하다가 실수로 한 아이를 치게 되고, 아버지는 그 시체를 수습한다. 아버지는 이후 방황하는 엘리슨이 저지르는 크고 작은 실수를 수습해 주다가 커너 의사를 만나 볼 것을 권한다. 불치병에 걸린 후 자실을 하게 되는데, 엘리슨의 가슴속 응어리는 더욱 크게 자리 잡는다.

모든 캐릭터의 스토리에 스쳐가듯 등장하는 의사 커너는 마크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 크게 등장한다.

마크와 커너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였고 고난도 함께 겪어내고 의사로서 성공도 함께 해 냈다. 커너의 과거만으로도 소설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고난이 많을 정도였으나 이 둘은 정신과 의사로 성공했을 뿐 아니라 최면을 통한 심리치료의 선구자로도 유명해진다.

커너와 어떤 형태로든 접점이 있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으며, 바로 그것이 이 들 세명이 한 비행기에 타고 있는 이유다.

이 책이 미스터리 물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끄는 이유는, 사랑과 용서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소설이 주는 묘미이다. 서두에 말했듯, 과학이나 심리학 등과 같은 학문에서 아무리 우리의 행동을 자세히 해석해서 설명해 주어도 소설에 미치지 못한다. 마치 우리의 거울 세상처럼 우리와 닮은 모습을 한 소설 속 캐릭터들은 울고 웃으며 우리 내면을 대신 보여준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으나 딸을 누구보다 사랑한 마크, 철부지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딸 에비, 누구보다 딸을 걱정했을 엘리슨의 아버지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졌으나 자신의 과오로 괴로워하는 엘리슨은 우리의 몇 가지 단면과 닮았다.

그런데 여기서 기욤 뮈소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들의 과거에는 분명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때로는 우리에게 가해자로써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 죗값을 받을 용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때로는 피해자로써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나라면..."

책을 읽는 내내 등장인물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현실과 과거,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마술과 같은 구성 속에서 크라이막스로 갈수록 혼란스럽지만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 넘치는 소설이다. 미스터리지만 무섭지 않고, 심리를 다루지만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 보다 밝고 희망찬 부분을 강조해 주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기윰 뮈소의 책은 처음 읽었는데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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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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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대해서는 묘한 동경이 있다. 무엇을 하든, 심지어 예술과 문학, 이과 영역에서도 그 끝은 철학과 닿아있는 것 같기도 해서 그리스 철학가부터 근대, 그리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철학가들이 한 말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졌었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철학책들을 한권씩 읽어보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글도 많긴 했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배워보자 마음으로 접하고 있다. 언젠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이해할 날을 꿈꾸며 말이다.

이 책의 저자 김필영님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전기공학 전공에 관련 직종으로 30년을 근무하면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4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5분 뚝딱 철학'을 운영하며 철학의 대중화에 힘쓰면서 강의를 하고 있다.

철학의 대중화를 꿈꾸는 만큼 철학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는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지만 철학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간질맛 나는 밀당을 해 주어서 즐겁게 읽은 책이다. 26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책, 영화, 유명 일화 등을 다루며 이를 한데 묶어서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해 주어 좋았다. 철학을 고민해본 시늉을 하거나 가볍게 접근 한게 아니라 '깊이있으면서도 재미있는 비범함'이 있는 책이다. 그동안 했던 경험들이 이 책에서 언급된 경우가 많아서 반갑기도 했고 나와의 차이, 같은점을 발견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26가지 에세이 중 몇 가지에 대해 정리하면서 나의 생각도 곁들여 보았다. 이 책은 읽는 데도, 리뷰를 쓰는데도 오래 걸렸으나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 죽고 싶지만 철학은 하고 싶어 (feat. 비트겐슈타인, 마틴 셀리그만)

'긍정 심리학'의 마틴 셀리그만은 행복한 삶의 첫번째 조건은 '즐거움', 두번째는 '몰입', 세번째는 '삶의 의미'라고 했다. 20세기 오스트리아 위대한 철학자 비트센슈타인은 비극적 삶을 산 사람 같지만 죽음을 앞두고 '멋진 사람'을 살았다고 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인생을 좀더 즐기지 못했다는 점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나 행복이 아니다. 즐거움 그 자체는 삶의 목표가 아니라 감정의 상태일 뿐이다.

저자는 수단이 목표가 될 수 없으므로 즐거움은 부수적으로, 일시적으로 따라오는 감정일 뿐이니 '즐거움'은 우리 인생에서 '후순위'로 두고 '몰입'과 '의미'에 집중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우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에 몰입하고 또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도 죽음을 앞두고 비트겐슈타인처럼 "내 삶은 멋졌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재미없고 하기 싫어 죽겠는데 '몰입'하는 경우는 없다고 본다. 즐거움과 몰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까이 붙어 있다. 그리고 몰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의미를 어느 정도 찾았다고 보여진다. 아무 가치없는 일에 몰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feat. 페스팅거, 카뮈, <이방인>)

우리가 원하는 대로, 믿는 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을 때, 우리는 자신을 기만한다. 내가 진짜로 믿었던 것을 그것이 아니라며.

이전에는 나도 종종 자기합리화를 했다. 이런 자기합리화가 내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하지만, 때때로 나 자신에 대한 객관화를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해서 '자기합리화' 중이구나에 솔직하려는 연습을 하곤한다.

  • 목숨을 건 인정투쟁 (feat. 헤겔, 호네트, <스타트렉>, <신세기 에반게리온>, <더 레슬러>)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 자기의식의 핵심 개념은 목숨을 건 인정투쟁이다. 독일의 철학자 학셀 호네트는 이를 더 발전시켜서 우리가 어떤 특정한 타자에게 인정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일반적인 다수의 타자들로 부터 인정받으려 한다고 했다. 그래서 죽어라 공부하고, 승진을 위해 애를 쓰고, 먹을 때마다 SNS에 올리는 행동을 하게 된다.

과도한 인정욕구는 불행을 부르므로 어떤 이들은 타인으로부터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라고 하는데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가 없고 '누군가'에게만 인정을 받으면 된다. 또한 동시대 사람일 필요도 없다. 이것이 바로 '삶의 기술'이다.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바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무엇'에 대한 인정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가장 쉬운 예로 인터넷 의 '숫자'이다. 블로그를 예를 들어보자면, 이웃이 늘고 '좋아요' 숫자가 늘고 댓글이 있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 숫자 중 허수가 많다.

정성스래 글을 쓰고, 그 글에 공감을 해서 증가한 숫자는 단순한 '1'이 아니다. 그 속에는 '교감'이 분명히 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대해 충분히 노력을 하고 거기서 얻는 '인정'이야 말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낯설고도 낯익은 내 안의 또 다른 나 (feat. 프로이트, 라캉, <지킬박사와 하이드>)

카프카의 책을 읽었을 때, 낯설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데 등장인물들은 당연한 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에서 카프카의 변신에 대한 해석을 해 주어서 반가웠다.

주인공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고 가족들이 떠나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에 대해 카뮈와 사르트르는 실존주의적 소설로 해석하고,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 소외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해석한다.

도기숙 교수는 카프카라 '하이퍼그라피아' 였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하이퍼그라피아란 글쓰기에 집착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조증, 우울증, 과대망상을 동반하기도 하고, 자페적 성향이 강하므로 내면의 생각의 흐름을 글로 쓴다. 따라서 상징적으로 함호같아서 해독이 어려운데, 이런 설명을 듣고 보니 카프카 책이 왜 그리도 난해한지 알겟다.

'카프카스러운'은 '수수께끼 같고, 섬뜩하고, 위협적'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프로이트의 '언캐니'는 친숙한과 낯선 두가지 뜻을 다 가지고 있다. 카프카 소설은 두 상반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프가 스러운 것이다.

카프카 소설은 분명히 이해가 어려운데 희한하게도 뇌리에 남아 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내가 느낀 것도 실존주의, 인간 소외여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프라하에 여행을 갔다가 카프카의 흔적을 쫓은 적이 있다. 두개의 카프카 동상과 프라하성에 있는 황금 소로에 갔었는데 확실히 장소가 주는 힘이 있다. 하이퍼그라피아 성향이 그의 글에 녹아 있을 수 있지만 성장배경과 그의 정체성도 크게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 무아지경에 빠져버린 미니멀리스트 (feat. 불교, 데이비드 흄, 러셀)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지만,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할까.

영국의 철학자 흄은 '자아'는 없으며 자아라고 생각되는 것은 감각과 생각의 다발일 뿐이라고 했다. 러셀은 '나'는 실체로서 존재하는 어떤 것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태를 기술하는 불환전한 기호일 뿐이라고 했다. 불교의 무아사상에 따르면 나는 실체가 아니라 생각의 무더기일 뿐이라고 설명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나'라고 하는 것은 실체가 아니다이다.

닉 체터의 <생각한다는 착각>에서는 마치 컴퓨터의 RAM 처럼 생각은 뇌의 켠에 평면적으로 머무는 것이고 정신, 마음, 나라는 실체 모두 뇌가 과거의 경험으로 '즉흥적'으로 만든 창작물로 설명한다.

나의 육체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한 것처럼 유전자 보존을 위한 생존기계이고, 나의 자아는 사실은 '생각의 다발'이라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런 주제로 접근하게 되면 우리가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부질없이 느껴진다. 재미있는 주제이기도 하니, 러셀의 철학 책을 한번 찾아 읽어봐야 겠다.

* 러셀의 책은 두권 읽은 적이 있다. 오래전 쓰였으나 의외로 재미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완독의 기쁨을 줬고 두권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세상을 놀이터로 본 보모 (feat. 발터 벤야민, 비비안 마이어)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논문은 현대 미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아우라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의 호흡, 숨결이라는 말에서 유례했다. 어떤 사람이나 물건에 영적 분위기, 신비스러운 분위기,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을 때 아우라가 있다고 한다.

벤야민은 아우라를 경험하는 세가지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물질성, 유일무이한 원본성, 공간적 일화성이다. 그런데 19세기에 사진이 등장하면서 이 세가지 모두가 파괴되었다고 말한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원본과 복제된 그림에 대한 차이를 설명해 주었다. 원작은 어떤 정보를 통해서도 느낄 수 없는 침묵과 고요함이 있는 반면, 현대 복제기술로 만들어낸 복제 예술은 무가치하고 자유로운 것이 되었고 했다.

지금은 AI까지 등장하였으니 원본의 아우라까지도 흉내를 내는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 어떤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할 까. 어쩌면 스포츠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아우라가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상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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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개 영어 동사로 프리토킹 깨부수기 - 영알못도 아는
조찬웅 지음 / 책들의정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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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영어를 사용해야 할 때(?)가 다가와서 회화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계속 미루고만 있었다.

사람 심리가 간사해서 매번 다음달 부터, 다음달 부터 라며 미루다가 올해 상반기가 다 지나가 버렸다.

이번달 시작할 때, '일단 하자' 싶어서 몇 해 전 봤던 책들 펼쳤는데, 왜 이리 졸린지.. 요즘 생체리듬이 이상하다 싶더니만 역시나 머리가 맑지 못하다.

그래도 또 미루면 올해가 훅 갈거 같아서 몇 페이지를 넘겼다. 이전에 봤던 책이라 친숙하니 영어실력도 빠르게 올라가지 않을 까 하는 의미없는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48개 영어 동사로 프리토킹 깨부수기>가 몇일전 배송 왔던 일이 기억나서 펼쳤다.

영어회화 책이야 서점에 넘쳐나고 우리 집에서 베스트셀러 몇 권은 모셔놓고 있던 터라, 그리 큰 기대 없이 펼쳤다.

이 책은 너무도 쉬운 48개 영어 동사로 144가지 활용법을 알려주며 전체 576가지 상황이 수록되어 있다.

영어회화를 하다 보면 go, come, get 과 같이 쉬운 단어의 활용이 쉽게 입에서 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읽으면 아는 데 말해 보라고 하면 갸우뚱 하게 된다.

144가지 활용법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터라 다양한 유형으로 현재 가려운 곳을 긁어줘서 좋았다.

48개 동사란 work, move, get, attract, beat 등 정말 평이한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에게서 3개의 서로 다른 뜻을 case로 도출하여 예시로 보여준다.

우리가 학창시절에는 중학교 때, 요즘 아이들 기준으로 초등학교 때 다 배우는 것들이라 전혀 어렵지 않다.

다만 능수능란하게 입에 착착 붙지 않은 단어들이다.

3개 단어에 대해 이 책에서 제공하는 오디오 파일을 들으며 소리내어 따라 읽어보았는데, 오랫만에 해서 그런가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예시가 마음에 들었는데 요즘의 상황과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실제 활용도가 높다.

이 책의 예시만 외워도 기본 회화 표현은 가능해 보인다.

책의 글이 촘촘하지 않고 행간이 넓으며 여백이 많은 점도 좋다.

책 한권 끝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게 아닌데 이 책은 큰 부담이 없어 보여서다.

나처럼 오랫만에 영어회화 하겠다고 책 펼친 사람에게는 딱이다.

오디오 파일은 출퇴근 할 때 따라말하기 하려고 핸드폰에도 옮겨두었다.

잘 활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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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존중하는 삶의 시작
원은수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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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원은수님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2022년 엑스퍼트스케이프 우울장애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로 선정된 바가 있다.

정신과 의사기 때문에 우울감, 불안감을 포함한 여러 증상들로 내원한 내담자들과 면담을 해 온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 동료, 친구들과의 갈등에서 괴로워하고 그러한 상황을 스스로의 탓으로 여기며 자신을 부족하고 나약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를 자주 봐 왔다. 이때 갈등의 원인은 내담자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있었고 이들은 자기애적 특성을 강하게 띄고 있는 나르시스트였다.

이 책에서는 '나르시시스트'가 우리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정신건강학적 이론을 언급한다. 상황과 갈등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을 탓하던 사람들에게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르시시스트는 내적으로 견고하게 통합된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 못해서 일관된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고, 다른 사람의 인정과 확인을 통해서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다. 타인의 찬사가 없으면 자존감에 큰 타격을 입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혼돈이 온다.

'나르시시스트'와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동일한 의미가 아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경계선 수준에서 정신증적 수준이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성 성격유형이 건강한 수준에서 정신증적 수준까지 다양하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 수록, 외모가 아름다울수록,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으나 정서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는 외적 조건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나 자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르시시스트에 얼마나 가깝고 먼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견고한 정체성과 안정적인 자존감을 확실히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우리 모두는 건강하지 않은 나르시시즘이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

자신의 건강하지 않는 부분을 인지하고 이를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 경우 이 책이 도움이 된다.

  •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의 특징

나르시시스트는 불안정한 자존감으로 자긴의 잘못을 지적하여 수치심을 자극하는 상대에게 엄청난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르시시트가 분노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어느 정도 용납했기 때문이다.

나르시시트는 중독에 취약한 특징이 있는데 이런 중독을 상대방 탓으로 잘 돌린다.

내적 풍요로움보다 외적 요소가 점차 중요시되는 현상은 나르시시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외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분위기여서인데, 사회 전반에 걸쳐서 '나르시시트적 문화'가 강화되고 있다.

  • 당신이 몰랐던 나르시시스트의 다양한 얼굴들

과대형 나르시시스트, 취약한 나르시시스트, 악성 나르시시스트, 공동체적 나르시시스트, 독선적 나르시시스트로 분류된다. 이 중 악성 나르시시스트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폭력과 범죄의 중심에 있다. 공감 능력이 극도로 손상되었기 때문에 죄책감이나 후회를 가지지 않고 가학적 성향도 있다. 가장 극단적 형태의 공통체적 나르시시스트와 악성 나르시시스트가 섞인 형태가 사이비 정교 집단의 교주이다.

  • 어떻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었는가

나르시시스트가 지니는 자기애성 성격을 포함한 모든 성격 특성은 후천적 양육 환경뿐 아니라 타고난 기질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대인관계에서 상호작용에 대한 명확인 인지가 생기지 않는 경우에는 다양한 성격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가 나르시시스트면 자녀도 나르시시스트가 될 확률이 높다. 자녀에게 올인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모들도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이 강할 수 있다.

  • 그들의 가족을 들여다보면

'가족'에게 아픔과 분노를 경험한 경우 그 상처 뒤에 나르시시스트 가족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풀어줄 대상이 필요해서 가스라이팅을 통해 '스케이프고트' 자녀가 생긴다. 스케이프고팅은 모든 잘못에 대한 탓을 돌리며 그 대상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이다.

반대로 부모를 빛내주는 자녀, 즉 외모가 출중하거나, 공부나 예체능이 뛰어난 골든 차일드 자녀의 경우 주변의 칭찬을 자신에게 향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부모의 에너지와 관심을 주지 않고 방치되는 자녀를 인비저블 또는 로스트 차일드라고 한다.

부모의 건강하지 않은 측면을 어린 나이에서부터 감지하는 능력의 가진 자녀를 트루스 텔러 자녀라고 한다.

  • 나를 조종했던 것들과 헤어지기

가스라이팅은 나르시시스트가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위한 대표적 수단으로 가족, 연인, 친구,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특정 관계에서 자신이 믿었던 신념들이 상충되면 상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나르시시스트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조력자 인에이블러 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득에 따라, 무지해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

  •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육감이 생각보다 정확함을 명심하자. 물리적으로 거리 두리를 할 수 없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정신적 거리 두기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평소 깊이 있는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취미를 하는 등 스스로를 건강하게 가꾸는데 사용하자.

나르시시스트의 공격에 대해 자신이 직접적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나르시시스트의 공격은 무력해진다.

  • 또다시 상처받지 않는다

물리적인 거리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내 안에 다루어야 하는 내적 요소들이 남아 있지 않은 지 돌아봐야 한다.

주변에 나르시시스트가 많다고 느끼는 경우는 우리가 특정 환경에 적응이 되어서이다. 주변의 나르시시스트로 인해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면 나는 부족하기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무의식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공감 능력은 귀한 자질이나 나르시시스트가 이들을 유독 곁에 두고 싶어 하므로 공감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상대를 용서하는 능력도 양질의 특성이지만 나르시시트에게는 쉽게 용서를 해 주면 안 된다.

공감과 용서는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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