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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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소스 코드 : 더 비기닝'이다.

왜 회고록 제목을 '소스코드'로 지었을까? 소스 코드란, 컴파일을 하기 전, 코딩을 한 프로그램을 말한다.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명령어들의 집합이다. 그가 IT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라서 이리 지었을까? 나의 상상력을 동원해 보자.


빌 게이츠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대학시절의 마이크로소프트 창립 시기 직전까지를 다루는 이번 회고록을 시작으로 앞으로 두 권의 회고록을 더 낼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운영하던 시절을 다루고 세 번째는 게이츠 재단과 현재의 활동을 조명할 것이라고 했다. 빌 게이츠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의 이 세 가지 기간이 주는 의미와 각 구간에서의 그의 행보가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프로그램의 주기를 소스 프로그램을 짜서 디버깅을 마치고 마침내 컴파일을 해서 실행파일로 만들어 릴리즈하기까지로 볼 때, 첫 시작은 역시나 소스 코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의 회고록 1편을 소스 코드로 짓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아울러 그의 두 번째, 세 번째 회고록의 제목도 궁금해진다.

빌 게이츠의 생애는 워낙 유명하지만, 잠시 정리해 보자.

어린 시절 수학에 크게 재능이 있었고, 13살에 컴퓨터 프로그래을 접했고 BASIC으로 코딩을 시작했다. 하버드에 입학했으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중퇴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1975년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하고, IBM과 계약을 맺은 후 MS DOS 운영체제를 개발한다.

1985년에는 윈도우 1.0을 출시하고, 이후 윈도우 95,98,XP 등을 차례로 성공하여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시킨다. 90년대 중반 드디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되고 이후 세계 부자 순위에 늘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아내와 함께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다. 이후 빌 게이츠의 이름은 질병 퇴치, 교육, 기후 변화 등 여러 분야에 이름이 등장한다.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 후 자선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 코로나 때는 백신 개발에 지원하는 것으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이 책은 거의 500페이지에 육박한다. 빌 게이츠의 회고록 중 20대 초반까지를 다루는 만큼 그 내용도 상당히 세세하다. 어렵지는 않지만 IT 용어도 상당히 많이 나오기 때문에 IT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읽을 때 용어에서 오는 거리감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전체 큰 흐름을 잡기에는 독서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크게 개의치 말고 읽기를)

하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보통의 집의 여느 꼬맹이와 다를 바 없는 모습에 미소를 짓게 되는 부분도 많다.


그의 어린 시절이 아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므로, 그의 집안에 대한 뿌리와 가정 분위기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 시절을 다 기억하는지 궁금했는데, 책의 맨 뒤 '감사의 말'을 보니 이해가 갔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말과 기록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추적했던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시중에 빌 게이츠를 중심으로 한 책들이 많다 보니, 그런 책도 찾아본 듯했다. 자신을 다룬 책을 통해 다시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기도 했고, 어떤 문장에서는 그런 책들의 해석을 수용한 부분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변호사 아버지, 기업이사이자 자선가 어머니 아래 자란 것은 유명하다. 빌 게이츠가 기억하는 부모님은 그리 극성스럽지 않은 다정하신 분들이다.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 기여/봉사 정신을 빌 게이츠도 자연스레 물려받지 않았나 한다.


한편으로는, 참 키우기 힘든 아이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로 수학영재로 분류되는 아이들은 학업적 성취는 뛰어나지만 예민한 구석도 많고 사회성도 뒤늦게 발달되는 경우도 많다. 생각하는 방식도 남다른 편이고. 빌 게이츠도 그런 아이였던 것으로 암시되는 부분이 많은데 부모님이 나름 현명하게 키워주신 것으로 보인다.

좋은 교육 환경에서 자랐고 컴퓨터에 관심이 높다 보니 자연스레 그의 영재성으로 인한 장점을 키우고 부작용은 최소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빌 게이츠가 스스로에 대해 "부유한 미국에서, 백인 남성에게 유리한 사회에서 백인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일종의 출생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라고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도 이해가 간다.

여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운이 따랐다고도 말한다. 열세 살에 프로그래밍을 시작했을 때, 대형 컴퓨터에 접속할 흔치 않은 기회를 얻었고, 수학 재능을 일찍 깨달은 것도 큰 전환점이라고 했다. 올바른 답은 항상 존재하므로 찾기만 하면 된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이었다면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부모님에게는 아들이 왜 특정 프로젝트에 집착하고, 사회적 신호를 포착하지 못하며, 때로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례하거나 부적절하게 구는지,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는 지침서나 교재가 없었다. - 중략 - 내가 아는 것은 부모님이 나에게 필요한 지원과 압박을 적절히 조화시켜,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와 사회적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다. - 후략-"


확실히 '회고록'이 전해주는 빌 게이츠는 제3자의 눈으로 전하는 빌 게이츠와 많이 달랐다. 다른 책에서는 빌 게이츠의 성공을 주로 다루고, 그 성공의 원인을 분석하거나, 그가 미지는 사회적 영향을 주로 다루고 있다.

반면 이 책은 인간적인 빌 게이츠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의 우수한 두뇌, 끈질긴 노력, 엄청난 성공을 크게 과시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다. "뭐야, 이 옆집 컴퓨터 덕후 같잖아?" 이런 느낌이랄까?

그를 신화 속 영웅으로 만들지 않아 괜히 반가웠다. 아마도 그동안 읽은 책에 등장한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그를 지나치게 특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는 위인전이 많았다. 지금은 위인전에 새롭게 등장하는 '위인'은 없다. 대신 유명인들의 '회고록'이 생겨났다. 나는 회고록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그동안 거의 읽지 않았다. 보통의 회고록은 직접 쓰지 않고 대필 작가가 써 주는 경우도 많아서다. (김구선생의 <백범일지>도 회고록 성격이 강한데, 이 책은 예외다. )

그러나 빌 게이츠의 회고록은 솔직히 감탄을 했다. 이렇게까지 자신의 과거를 추적한 경우가 있을까 싶다. 몇 백년 정도 지나면 빌 게이츠의 회고록은 IT 역사의 기록물로 남을 수도 있겠다 싶다.

* 리뷰와 상관없는 추가 글 


빌 게이츠의 사례는 여러 책에서 서로 다른 시각으로 인용된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는 1만 시간의 법칙과 좋은 운이 결부된 사례의 대표주자로 언급한다.


[책] 아웃라이어 


대니얼 마코비츠의 <엘리트 세습>을 포함한 능력주의를 다루는 책에서는 오늘날 근면한 부자들의 전형을 '빌 게이츠'로 보고 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어쩌면 빌 게이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논문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책] 엘리트 세습

나에게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는 의미는 크다. 가장 먼저는 90년대 초반 대학시절, 나만의 개인용 PC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학시절에 DOS 환경에서 아래한글로 리포트를 냈는데, 취업을 하니 윈도우 환경에서 오피스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점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무렵 네이버나 카톡은 있지도 않았다.

IBM에 몸담고 있을 때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었으나, 점차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룡(IBM)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이후 급 성장하는 거대 글로벌 플랫폼들의 각축은 마치 현대판 삼국지를 거쳐 춘추전국시대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 읽은 <거의 모든 IT의 역사>에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본격 삼파전을 다루어주어 흥미로웠다.


[책] 거의 모든 IT의 역사


세월은 흘러, 이제 세게는 네 개의 거대 기업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제는 메타), 아마존으로 정리가 되었다. 이들이 잠식한 세상이 워낙 거대해서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생겨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과거의 거대 IT기업은 자신만의 영역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만족하리라 여겼고 마이크로소프트도 빌 게이츠가 떠난 후 이제 고인물이 되지 않을까 했다.


[책] 플랫폼 제국의 미래 


그런데 웬걸, 구글이 독보적인 1위라고 생각했던 검색시장에서 Open AI의 등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화려하게 다시 부활했다. 거기에 아마존에게 이미 넘어갔으리라 여겼던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만치 않게 추적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한번 쇠락의 길을 걸으면 쉽게 왕좌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지 못했으나, 미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쉽게 '망'과 '쇠'의 길을 가지 않고, 끊임없이 부활에 부활을 거듭하고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소스코드 #소스코드더비기닝 #빌게이츠 #빌게이트회고록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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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육 - 예일대 출신 김기영 교수의 교육 담론
김기영 지음 / 지음미디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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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의 직장 생활은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모두가 과도한 업무 강도와 심한 압박에서 일했던 시절인데다, 일 욕심까지 많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감당하기 힘든 것인지조차 모르고 살았었다. 어쩌면 학창 시절, 책상에 오래 앉아있던 생활의 연속성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행했느냐? 아니었다. 힘든 만큼 눈물바람인 날도 많았으나,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나'가 있었다. 특출난 재능, 탁월한 마케팅 감각, 뛰어난 세상을 읽는 센스는 없었으나, 그저 엉덩이 무겁게 앉아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수많은 소시민 중 하나로 살면서 그래도 늘 행복했다.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참 열심히 부모 노릇을 하려 했다. 현재 청년들의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아이를 키울 조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위 세대가 한 것처럼 '당연한 일'로 여기고 아이를 낳아 키웠다.

일과 육아가 한 개인에게, 그것도 여자에게 한꺼번에 주어졌을 때 해 내야 할 일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둘 다 선택할 것 같다. 그리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또다시 그 힘든 가시밭길을 기꺼이 헤쳐나갈 것이다.

사회인으로서 30년 가까이 살면서 그저 노동의 대가로 돈만 번 것이 아니다. 어쩌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일지 몰라도 그 속에서 내가 느끼고 얻은 수많은 경험들이 있었다. 그 경험을 나만 가지고 있었다면, 내 인생은 죽음과 더불어 사장되었을 것이다. 아이를 키웠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얻은 나의 경험과 인사이트들이 나의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전달될 수 있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할 때는, 한국 그 너머가 궁금했다.

내가 방법론을 따르며 일을 할 때, 누가 이 방법론을 만들었는지가 궁금했다. 학창 시절 영어는 그저 대학을 가기 위한 주요 과목 중 하나였으나, 실무에서 영어란,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사회, 국민을 이해하는 창문이었다.

해외에서 공부한 덕에 주입식 교육을 받지 않고 자란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보고 있자니, 나와 결이 많이 비슷했다.

지금은 국내/해외 10대 기업이니 해도, 10년만 지나도 새로운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며 국내 경쟁이 치열하다 해도 글로벌 경쟁에 비할 바 못 되는구나를 젊은 나이에 저절로 깨달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는 동안 좋은 직장, 더 나은 직급과 직책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며 대부분 꿈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부모들이 지금 당장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과, 내가 사회에서 일하며 바라본 인재상은 차이가 상당히 큰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고등학생 때까지 배우는 것들은 대학에서 수학하기 위한 기초이기 때문에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공부'를 해 두어야 더 큰 공부를 할 때 도움이 되겠구나 여겼고, 진짜 학문은 석박사에 가서 나 할 수 있겠구나를 세월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현재 인기 대학, 인기학과도 크게 의미가 없었다. 이 아이들이 졸업하고 사회에서 토대를 다진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떨치기 시작할 무렵이면 또 세상이 달라져 있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사회적 인기를 따라가기보다는 아이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육아에 하나씩 접목되었다. 거기에 큰 도움을 준 것이 독서이다. 책에서는 내가 미쳐 깨닫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내가 가진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역사, 인문학, 예술, 그 어떤 책을 읽어도 세상을 읽게 되는 힘을 길러 주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 조금 다르게 키웠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정직하게 키웠다. 더 쉬운 길이 있어도 정면돌파 방식으로 키운 것이다. 그 사이에서 하는 모든 시행착오는 아이가 단단하게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어떤 미래가 올지는 몰라도 '한계'를 넘은 '어떤 곳'으로 향해갔다.

너무도 다르게 키웠기 때문에, 단 한 명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다만 과정이 행복했기에 불안해도 괜찮았다. 명문대, 좋은 학과 입학을 종착점으로 여기지 않았고, 그저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거기서 전문성을 키우며 살면 행복한 삶이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다행히도 결과가 좋아서 아이가 미국에서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명문대에 입학해서 꿈을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길게 나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 책은 여느 육아/교육책이라고 보기 어려워서다.

대부분 육아/교육책은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 한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 한둘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때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 선배 부모들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된다.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 해도 나의 태도에 좀 더 다양성을 부여한다. 다만, 내가 가지려 했던 '미래를 바라보는 눈'은 거기에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 내가 사회생활한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생각과 많이 일치했다. 아마 저자가 나의 지인이었다면, 큰 위로와 용기를 받아 가며 아이를 키웠을 것이다.

이 책대로 키운 아이가 어쩌면 나의 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얼마 전 낸 내 책의 경우가, 저자가 좀 더 넓게 보고 아이를 키우라는 방법대로 나 자신을 변화시켜가며 아이를 키운 실천 책 같다.


<자기주도로 스탠퍼드가는 아이 키우기> : 네이버블로그


저자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뉴욕대 금융학 학사, 컬럼비아 응용통계학 석사, 예일대 MBA을 거쳐 글로벌 컨설팅 회사 및 국내 대기업 자문 심사, 벤처 투자자 그리고 국대 겸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저자의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세상을 보는 눈도 넓을 것이다. 그런 저자의 눈에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부모들에게, 지금 당장 성적에서 벗어나 숨을 고른 다음 더 곳을 한번 쳐다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책에서 전하는 여러 메시지들을 살펴보자.

먼저 <6장 새로운 학교도 고민해 보자>부터 논하고 싶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한계를 언급하고 외국인학교, 국제학교, 대한학교, 홈스쿨링, 미국 유학을 언급한다. 한때 초등학생 단기 유학이 유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대치동의 유명한 어떤 초등학교는 고학년이 될수록 학생 수가 줄어드는 기현상까지 있었다. 그러다 효과가 떨어지는 분위기 때문에 그 수요가 확 줄었다. 저자는 유학도 긍정적으로 고민해 보라고 말한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게 해야겠다, 남들이 가니 보내야겠다는 거품이 빠져들고 나서 이후, 지금까지 조용히 저 길을 선택하는 엄마들은 남다른 분들이 많았다. 아이의 기질을 먼저 살피고 큰 그림을 그리며 한국의 공교육을 벗어나게 한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아이와 함께 있어도 독립심을 키울 수 있었으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아이의 의존성만 키우는 시스템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도 직장 때문에 사실상 아이와 떨어져 지냈고, 중고등학생 때 멀러 보냈기 때문에, 아이는 충분히 생각하고 실수할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시간이 주어져야 자신의 속도에 맞춰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니겠지만, 자라면서 부모와 자식이 물리적으로 떨어져지는 것 자체가 아이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

1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운동'이다. 나도 운동을 워낙 못했고 나이가 들고 나서야 아이 덕분에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해 보니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운동을 해 보면서 알게 된 것은 그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운동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과학이 있고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운동이 나의 하루 전체에 활력과 에너지를 준다는 것도 깨달았다. 달리기 같은 운동은 머리를 비우게 할 뿐 아니라 영감까지 주었다.

아이도, 나도 운동을 하고 몇 년이 지난 후 어느 날 갑자기 신기한 경험을 했다. 길을 걸을 때 사람들 자세가 모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대부분 거북목에 구부정한 등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닐 텐데 너무 신기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한동안 생각했다. 결론은 운동을 하는 사이 점점 좋은 자세를 찾게 되었던 것이고, 그 반대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운동은 정말 중요하다. 모를 때는 그냥 해 보면 된다. 꾸준히. 그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땀을 흘려봤으면 좋겠다. 훨씬 공부 효율도 오른다.

'독서'는 말해 무엇하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해서 생략하련다.

'기술은 인문학, 예술과 결함할 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스티브 잡스-' (p21)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이 말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저자는 다독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은 이미 다독의 과정을 거친 사람이거나 좋은 책을 선별할 눈을 타고난 사람이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책을 읽어야 그 속에서 자신을 다듬어 나갈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글을 써둔 적이 있어서 링크를 해 두었다.


[썰]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없다? : 네이버블로그


저자는 역사 공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도 공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역사책도 읽게 된다. 사람의 경험은 유전이 되지 않는다. 이것만으로도 역사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아무리 우리의 조상들이 좋은 교훈을 얻었어도 그 사람의 교훈으로 끝난다. 이를 이어받으려면 역사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2장은 수학과 영어를 간단히 다룬다. AI 시대에도 수학은 중요하고 디지털 시대에도 영어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도 공감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참으로 신기하다. 사람들은 수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수학은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데 탁월한 학문으로 여기고 있다.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수학 문제를 풀 수 없고, 수학을 깊이 파고들면 철학과 만난다.

나는 아직도 대학시절, 0+1=1, 0+1=1에 대한 증명을 배웠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 '아니 저걸 증명할 수 있었던 거야? 당연한 것이 아니고?' 고등학생 때까지 배운 것들은 학문이 아니었고, 모두 기초 소양이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 어린 나이였으나 머리에 데앵 하고 종이 울렸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은 자연이,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이고 그 중 인간이 만든 것은 모두 증명이 가능할 수 있겠구나를 깨달았다. 그 말은, 모든 것들을 논리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영어, 최근 들어 번역 기능이 탁월해짐에 따라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이럴 때일수록 영어는 더욱 필요하다.

아들이 얼마 전 이런 말을 했다. '영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므로 한국어만 해서는, 번역기를 돌려서는 절대 부족할 것이다'라고. 마구 쏟아지는 양질의 논문, 기술서적을 바로바로 내 것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시차를 두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출발부터 늦다는 것이다.

정보의 사용자로서만 머무는 경우는 괜찮다. 그러나 정보의 생산자로 살고 싶은 사람은 영어는 필수다. 단순 회화 수준이 아니라, 학술 영어까지 해야 글로벌 시대에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3장은 코딩을 말하고 있다. 나는 아이가 초등학생 때 C++ (가물가물하네, C 인가)를 배우게 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메스 메디카, 파이선을 독학한 것까지는 보았고 이후는 잘 모른다. 대학에 가서 코딩 실력이 더 꽃을 피워서 AI까지 공부하고 지금은 수학, AI, 바이오, 전기공학을 접목하여 뇌공학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잠시나마 프로그래밍을 맛보게 해 준 것을 잘 한 것 같다.

나는 우리 한국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우리의 역사, 근대사를 읽다 보면,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오로지 인적자원으로 이렇게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소위 말하는 개발도상국의 국민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주입식 교육으로 충분했고 경쟁 사회가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선진국이다. 저성장 시대의 선진국의 국민으로 살기 위해서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할 때다. 그러려면, 위 세대가 한 것보다 '더 많이, 더 세게'가 필요한 게 아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극심한 강도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썰] 4세고시, 7세고시가 도대체 뭐람 : 네이버블로그



달리기를 그만 멈추고, 멀리 내다보자. 전쟁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된 나라에서 이렇게 성장했는데, 분명 슬기로운 답을 찾을 것이다.

나는 그 해답을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달리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 각자의 방향으로만 달리면 분명히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썰] 각자의 방향 (ft.이십대 아들과 대화.. : 네이버블로그


ps. 내 책에 대한 리뷰도 누가 이렇게 써주면 좋겠다. 내 책도 좋은데 (부끄)

김기영 교수님, 이 리뷰를 읽으실지 모르겠는데 제 책 읽어보시고 추천사나 평 써주시면 안될까요? 책 보내 드릴 수 있는데.. (엉뚱하기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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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도쿄 - 2025-2026 최신개정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정숙영 지음 / 길벗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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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오오사카만 수차례 갔었다. 도쿄는 서울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오히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에 읽었던 『도쿄를 바꾼 빌딩들』 덕분에 도쿄가 무척이나 가고 싶어졌다. 책에서 워낙 도쿄의 빌딩들을 맛깔스럽게 잘 설명해 주어서다. 한 도시가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상세히 밝혀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에서는 도교내 특정 지역이 어떤 흥망성쇠를 겪었는지를 빌딩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그러고 보니 서울 역시 동네마다 색깔이 뚜렷하다.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역사가 다를 수밖에 없고 각 동네마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서울의 구나 동, 또는 작은 동네 기준으로 어떤 변화를 겪고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 있었으면 싶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3688101091


최근 또다시 여행을 가고 싶어 남편과 어디를 가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다. 마음 같아서는 유럽을 가고 싶었지만, 업무 때문에 일정을 빼는 것도 여의치 않은 데다 지난번 유럽여행과 비교하니 숙박비가 엄청나게 올랐다. 예상했던 여행경비를 훌쩍 뛰어넘어 아무래도 Plan B도 필요해 보여 도쿄를 강력한 후보지를 올렸다.

그러다 마침, 『도쿄 무작정 따라하기』가 도착했다. 원래, <무작정 따라하기>시리즈는 여행지 소개를 잘 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번 책은 더 업그레이드된 기분이다. 책의 서문에 매거진과 가이드북을 한 권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적혀 있다.

Vol1은 테마북으로, Vol2는 가이드북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Vol1 테마북이 마치 매거진 느낌이다. 명소, 먹거리, 쇼핑, 경험 등 주제를 정해서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Vol2 가이드북은 도쿄 내 지역을 잘게 쪼개서 교통편, 지역 설명, 상세 코스, 핵심 여행정보의 순으로 꼼꼼하게 적혀있다.

정말 책 한 권이 어찌나 알차게 구성되어 있는지, 솔직히 이 책을 가지고 도쿄 여행을 가면 한 달은 족히 있어야 다 둘러볼 듯한 양이다. 얼마나 눌러 담았는지 글씨도 자그마하다. 사진이 많은 점도 큰 장점이다.


가장 먼저 펼쳐본 페이지는 'HOT&NEW'이다.

이름난 명소들이 유독 '새로고침'이 많은 도시가 도쿄이므로 늘 F5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시부야 츠타야, 도큐 플라자 하자주쿠 '하라카도'를 가장 먼저 설명한다. 하라주쿠가 독보적으로 특이한 생김새를 하는 명소였는데, 대각선 건너편에 하라카도가 생겼다. 이 두 건물이 마차 토기 화분과 유리 화분을 마주 보는 듯한 외관을 하고 있다고 한다. 쇼핑은 별로 관심이 없으니 실내보다 이들의 외관이 실제로 어떻지 궁금하다. 하라카도의 옥상에는 정원이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

'비플랫 코뮨'은 야외 푸드코드이다. 음식뿐 아니라 문화행사도 함께 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기간 한정이어서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고 한다. 현재 예정된 기간은 2026년 봄까지다. 하루 종일 구경을 다니다, 저녁에 이곳에서 맥주 한잔하면 좋을 것 같다. 아자부다이 힐스도 궁금했는데 사진을 보니 더욱 가고 싶어진다.

원래는 이 책을 보고 됴쿄 어디를 여행 갈까 찾아보려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보고 남편이 2월 일본 여행은 가지 말자고 말한다. 바로 '도쿄, 언제 여행 가면 좋을까?' 페이지 때문이다. 가장 추천하는 달은 4월, 11월, 12월이고 비추천 하는 달이 2월, 6월이다.

4월과 11월은 1년 중 도쿄가 가장 아름다운 달이라고 한다. 4월은 연중 최고 성수기로 벚꽃을 볼 수 있어 좋고, 11월은 날씨도 좋지만 비도 거의 오지 않고 비수기에 해당해서다. 2월은 비가 많이 오기도 하지만 해도 짧다. 2월 여행지를 찾던 터라, 도쿄는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또 재미있는 페이지는 어떤 여행 스타일이냐에 따라 추천 명소, 핫한 동네, 식당들을 추천해 주는 코너다. 여자 둘, 혼자, 저예산으로, 마니아, 커플, 가족여행을 구분하여 여행 플랜을 짜서 제시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구성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추천하는 도쿄 대표 명소는 다음과 같다. 스크램블 교차로, 도쿄 타워, 카미나리몬, 카부키초, 도쿄 역, 유니콘 건담, 도쿄 스카이트리.

이 중 스크램블 교차료가 왜 No1일까 하고 설명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너무 복잡해서 명물이 된 교차로라고 한다. 도쿄 타워에 대해서는 낮에는 그냥 송전탑 같고 가까이보다는 멀리서 보는 게 낫다는 재치 넘치는 설명을 한다. 카미나리몬은 천년 고찰의 정문으로 사람 없는 시간대는 포기하란다. 유니콘 건담도 도쿄를 대표하는 명소라는 것이 신선하다. 어릴 때 건담 만화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꼭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 스카이트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으로 낮에는 은빛, 밤에는 오색으로 빛나서 멋진 건물이다.


이 책을 만든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을까 싶다. 게다가 변화무쌍한 도시이다 보니,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책 속에 적힌 내용을 전체 다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했을 테니 그 수고스러움에 대해 박수를 보낼 정도다. '마감 직전까지 도쿄의 최신 여행 정보를 담았습니다.'라는 말이 찡하게 다가왔다.

저자의 다른 책을 보니, 『앙코르와트 내비게이션』이 있다. 오래전 캄보디아 여행 갔을 때 샀던 책이라 반가웠다.

요즘은 여행을 갈 때 인터넷이나 유튜브 검색만으로도 정리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도쿄는 메가 도시라서 전체 소개된 책을 보고, 남의 취향이 아닌 내 취향에 맞춰 돌아다니는 것이 좋은 듯하다.


올해 여행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가장 유력한 것은 4월의 유럽여행인데, 업무 때문에 장기 휴가 일정을 만들지 못할 경우 가까운 곳으로 다녀올 예정이다. 만약 일본을 가게 되면 11월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ps. 여행을 떠나지도 않았는데, 여행책을 보기만 해도 신나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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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혁명 - 매일 젊어지는 세포 심상 훈련법
에릭 프랭클린 지음, 김지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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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는 분의 추천사로 시작하는 책은 읽기도 전에 신뢰가 간다. 그런 의미에서 <세포혁명>은 이주환교수님의 추천사로 시작하기 때문에 당연히 '믿고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추천사 덕분에 오히려 책 내용이 타당한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읽었다.


김주환 교수님의 추천사에 따르면, '이데오키네시스'라고 불리는 심상 기법은 주로 몸의 구조, 움직임과 관련해 사용해 왔으나 이 책은 심상 기법을 '세포 레벨'로 끌여내리는 시도를 한다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한 대담함, 창의력에는 찬사를 보내면서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과연 저자의 말이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주환 교수님은 마치 '내가 추천은 하지만, 독자들도 나의 추천의 글이나 저자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며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책을 제대로 읽는 법을 알려주신 듯해서 내심 뜨끔하면서도 '역시 김주환 교수님' 하며 홀로 엄지척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심상'이다. '심상'이란 과연 무엇일까?

심상은 주로 문학이나 예술에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듯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의미하며, 철학에서의 심상은 마음속에서 시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나 표상을 의미한다.

'이데오키네시스'는 20세기 초 미국의 무용가이자 교육자인 루루루 울프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척수를 길게 할 때 "머리가 하늘로 끌려 올라가는 느낌"과 같은 심상을 사용하게 했다. 정신적 이미지를 통해 불필요한 긴장을 풀어 이완시키고, 자신의 몸과 움직임을 인식하고 개선한다.

필라테스를 할 때 선생님이 "정수리를 뽑아낸다는 느낌으로", "배가 척추와 완전 달라붙는 느낌이 들 정도로" 라는 표현을 종종 하시는데 이것이 바로 심상을 이용하는 방법이었구나 싶었다.


이데오키네시스가 우리 신체의 자연스러운 정렬과 효율적 움직임을 개선했다면, 이를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는 어떨까?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에서도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을까?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세포들이 각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우리 몸 전체 역시 긍정적 변화를 보이고 있을 수 있다.

즉, <세포혁명>에서 말하는 '세포'는 마치 하나의 생명체라고 가정해 본다면 그 세포들이 모여 있는 우리의 몸은 세포들의 거대 왕국일 수 있는데, 각 세포들이 모두 건강하다면 세포 왕국도 함께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원제는 'Glow younger daily'이지만 세포 각각이 깨어난다는 의미에서 한글 책 제목이 <세포 혁명>이 되었나 보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생물학 입문서 또는 교양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설명하는 내용이 아니라 세포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덧입혀져 애정 어린 눈으로 '우리 몸'을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되고, 우리의 상상은 우리의 신체 상태를 반영한다'는 믿음으로 세포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세포를 주제로 한 심상 훈련은 몸속 싶이 들어가 신체 조직 수준에서 우리의 습관적 패턴과 변화의 가능성 사이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익숙한 패턴을 깨고 더 건강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건강에만 국한하지 않고 피부가 좋아지고, 얼굴이 훨씬 나아지고, 젊어질 수 있는 훈련들도 소개한다. 예를 들자면, 줄기세포를 위한 피부 재생법으로 원하는 부위의 피부에 손을 얼려놓고 선 아래 맞닿은 표피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가 태어나고 있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운동을 할 때 근육에 집중하듯 피부의 움직임도 느껴본다면 운동의 경험이 달라지고,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세포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세포들에 대한 심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으므로 저자가 알려주는 심상 법과 더불어 우리 몸에 대해 많은 지식과 상식을 배울 수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우리 몸에는 세포가 무수히 많고 각자 위치에 따라 하는 역할이 다르다. 저자가 알려주는 대로 상상을 해 보았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내 생각에, 건강한 사람이 심상을 이용해서 몸 구석구석 세포를 각성시키기란 쉽지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몸이 좋지 않을 때 그 부위만 집중해서 심상을 활용해 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였다. 김주환 교수님 말씀처럼 신선한 접근이었던 책이다.



#세포혁명 #세포심상훈련법 #내면소통 #마음챙김 #플랭클린메소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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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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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소설보다 인문학, 과학, 철학, 예술 등 관심사를 옮겨가며 책을 읽었다. 아주 간간이 소설을 읽기는 했으나 스스로 찾아서 읽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 책을 보내주면 읽은 정도다. 소설은 스토리만으로도 재미있지만, 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인간 내면을 이해하게 된다.

인간을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를 이해하는 데는 생물학 그중에서도 유전학, 뇌과학 분야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분명 물리적 요소이지만 인간의 무형의 요소를 해석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진화를 포함한 유전자에 대한 이해와 뇌의 작동 원리가 심리학과 결합하여 인간의 행동, 아울러 깊은 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래도 아직은 소설만큼 우리를 잘 설명해 주지 못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생체 내 화학적 결합이나 진화 때문이라고만 말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책을 펼치면 사연이 가득해 보이는 노숙자 마크,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으나 당찬 소녀 에비, 부유한 상속녀지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무해 보이는 엘리슨, 이 세 명의 이야기가 하나씩 시작된다. 이들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으나 왠지 책에 점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기욤 뮈소의 탁월한 글솜씨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흡입력이 대단해서 빨리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마크는 알고 보니 저명한 의사였고 사랑하는 아내 니콜과 딸 라일라가 있었다. 이 딸은 그의 친 자식이 아니었고 결혼했을 때 이미 임신한 아내가 낳은 딸임에도 불구하고 친자식 이상 끔찍하게 아꼈다. 그런 딸이 어느 날 사라진다.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데다 뉴욕의 쇼핑몰에서 사라지다 보니 유괴의 가능성이 컸으나 딸은 돌아오지 않았고 유괴범의 협박도 없었다. 그 후 마크는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노숙자가 되어 술에 찌든 채 5년의 시간을 보낸다.

이런 마크에게 딸을 찾았다는 연락이 오게 되고, 딸과 해후한 마크는 함께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참이다. 이 비행기에는 에비와 엘리슨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이들은 한 비행기에서 만나서 자연스레 서로의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에비는 아픈 어머니를 둔 일종의 소녀 가장이었다. 악바리 근성이 많은 꿈 많고 똘똘한 그런 소녀였는데, 어머니의 간이식 수술을 위해 애를 쓰던 중 드디어 어머니의 차례가 돌아온 순간, 누군가가 에비 엄마의 차례를 가로채고 어머니는 죽고 만다. 그 후 에비는 간을 가로챈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길에서 우연히 의사 커너의 도움을 받게 된다.

엘리슨 역시 아픈 과거가 있다. 재력가의 상속녀지만 온갖 사건사고를 일으켜서 방송에 자주 나온 트러블 메이커인 엘리슨은 알고 보니 운전을 하다가 실수로 한 아이를 치게 되고, 아버지는 그 시체를 수습한다. 아버지는 이후 방황하는 엘리슨이 저지르는 크고 작은 실수를 수습해 주다가 커너 의사를 만나 볼 것을 권한다. 불치병에 걸린 후 자실을 하게 되는데, 엘리슨의 가슴속 응어리는 더욱 크게 자리 잡는다.

모든 캐릭터의 스토리에 스쳐가듯 등장하는 의사 커너는 마크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 크게 등장한다.

마크와 커너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였고 고난도 함께 겪어내고 의사로서 성공도 함께 해 냈다. 커너의 과거만으로도 소설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고난이 많을 정도였으나 이 둘은 정신과 의사로 성공했을 뿐 아니라 최면을 통한 심리치료의 선구자로도 유명해진다.

커너와 어떤 형태로든 접점이 있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으며, 바로 그것이 이 들 세명이 한 비행기에 타고 있는 이유다.

이 책이 미스터리 물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끄는 이유는, 사랑과 용서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소설이 주는 묘미이다. 서두에 말했듯, 과학이나 심리학 등과 같은 학문에서 아무리 우리의 행동을 자세히 해석해서 설명해 주어도 소설에 미치지 못한다. 마치 우리의 거울 세상처럼 우리와 닮은 모습을 한 소설 속 캐릭터들은 울고 웃으며 우리 내면을 대신 보여준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으나 딸을 누구보다 사랑한 마크, 철부지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딸 에비, 누구보다 딸을 걱정했을 엘리슨의 아버지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졌으나 자신의 과오로 괴로워하는 엘리슨은 우리의 몇 가지 단면과 닮았다.

그런데 여기서 기욤 뮈소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들의 과거에는 분명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때로는 우리에게 가해자로써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 죗값을 받을 용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때로는 피해자로써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나라면..."

책을 읽는 내내 등장인물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현실과 과거,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마술과 같은 구성 속에서 크라이막스로 갈수록 혼란스럽지만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 넘치는 소설이다. 미스터리지만 무섭지 않고, 심리를 다루지만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 보다 밝고 희망찬 부분을 강조해 주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기윰 뮈소의 책은 처음 읽었는데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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