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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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책이라 불리는 이 책을 소장만 해두다가 ‘10분 독서 챌린지를 통해 20일 만에 완독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 읽은 감상은 다소 밋밋하다는 거다. 뭔가 탁월한 통찰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자체가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상식적인 논리 전개와 결론에 이르러 읽는 동안에도 다 읽은 이후에도 다소 김이 새는 느낌이다.

 

인류의 정복사에 발전은 무기와 제도와 기술과 병원균과 정치조직의 우위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고 그건 거대 인구가 전제 조건이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축화와 작물화가 필요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인 결정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유럽의 백인들이 긴 시대 동안 세계 무대를 장악한 것은 운명이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론으로 이르는 주장이 담긴 저작이다(문화인류학과 고고학과 생물지리학과 언어학이 동원된 운명론이라니...!)

 

명나라의 정화 원정대가 세계를 탐험하면서도 백인들의 살육과도 다름없는 정복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을 저자는 그 시기의 중국이 정치적 대립으로 고작 7차의 항해만으로 그쳤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피사로의 정복도 그렇고 유럽인들의 정복 과정에 수 차례의 항해가 전제되었다고 보이지는 않았다. 세계와 세계 이웃들에 대한 견해랄까 정의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되기만 한다. 미 대륙을 콜럼버스보다도 먼저 찾아낸 정화 원정대였고 해당 항해시 승선 인원만 콜럼버스나 피사로보다 수백 배에 가까웠지만, 그들은 유럽인 항해자들과 같은 살육을 펼치지 않았다. 미대륙에 이르는 항해까지 숱한 왕국들을 지나쳤지만, 거대 군사를 보유한 정화 원정대는 그들의 내란과 분쟁을 조정하기는 했어도 살육하며 정복하지 않았다. 이건 발전 정도의 차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세계관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의 차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알렉산더 대왕의 전쟁으로 인한 문명의 융합도 작고 사소한 차이만 만들어냈을 뿐 저자의 주장에 별다른 영향을 줄 요인은 가져오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듯한 서술을 하고 있다. 이 저작을 읽고 보면 실제로 각 대륙의 남북축보다는 동서축이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고 환경적 차이가 큰 지역으로 전파된 인류는 동일 민족이라 해도 가축화와 작물화를 이뤄내지 못하거나 다시 수렵채집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만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미미하구나 싶기도 한 대목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차이 곧 인간의 영향이 인간의 정복과 문화 전파를 막는 경우는 있었는데 그것이 앞서 말한 명나라의 정치적 대립으로 정화 원정대의 항해가 중단된 경우와 사소한 예로는 영국의 가스등에 대한 정부의 투자로 전기등의 설비가 막혔던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더 사소하지만 쿼티 자판기가 훨씬 더 빠른 자판 배열을 무시하며 아직까지 대세인 경우도 인간의 보수성이 사소한 진보라도 막는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로서는 이런 부정적 영향 외에도 정복과 문명 전파에 지대한 영향에 있어서는 인간의 의지랄까 도전 정신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경우는 그와 함께 그들의 잔혹한 본성이 작용해 몇몇 문명에 있어서는 전 인구의 말살이라는 악영향도 펼친 것일 것이고.

 

본서는 나의 일상에서 갖게 되는 운명론적 관점과 동일한 결론을 주는 서술이라 상당히 거북했다. 이런 운명론적인 관점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보며 삼성의 이재용과 그의 피고용인들의 차이는 능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배경에서 오는 것이며, 빌 게이츠 경우도 당시 유일하게 컴퓨터가 배치된 고교로 진학했으며 IBM사의 하드웨어마다 그의 MS에 소프트웨어들이 설치된 이유가 로비스트였던 그의 어머니의 치맛바람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더욱 운명론자 같은 관점이 강화된 나였기에 이런 관점을 타파해줄 자료와 저작을 너무도 원했다.

 

그런데 결국 인류의 발전상도 운명론적 운칠기삼을 벗어나지 않는다니... 이 저작의 전개와 결론은 운명론적인 나의 관점을 강화해줄 뿐이기만 했다. 인간의 역량에 주목하는 다른 저작이 있다면 꼭 일독하고 이 관점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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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9-30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의 십여년 만에 이 책 다시 읽는데, 고작 2부까지 왔어요.

[총 균 쇠] 중 ‘총‘까지만 읽고 완독 안하신 분이 대한민국에 수두룩이라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는데, 4부까지 다 읽으시고 리뷰까지 올려주시니!!

이하라 2023-09-30 16:59   좋아요 0 | URL
에필로그까지 20장이라 매일 하나의 장만 읽으며 그쳤는데 금세 20일이 지났습니다.
빨리 읽으려고 했으면 중단하게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루 하나의 장을 고집하니 완독하게 된 것 같습니다.^^
 
총 균 쇠 (양장)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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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간단한 질문이지만 그것은 얄리가 경험한 삶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어쩌면 그와 같은 이주, 적응, 인구 폭발의 순환이 대약진을 야기했고 그때부터 반대로 서쪽의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로 확산되었는지도 모른다.



피사로가 성공을 거두게 한 직접적인 원인에는 총기, 쇠 무기, 말 등을 중심으로 한 군사 기술, 유라시아 고유의 전염병, 유럽의 해양 기술, 유럽 국가들의 중앙 집권적 정치 조직, 문자 등이 있다.



동식물의 가축화와 작물화는 곧 훨씬 더 많은 식량과 조밀한 인구를 의미했다. 그 결과 잉여 식량이 생겼고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동물을 이용하여 그와 같은 잉여 식량을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그 두가지는 정치적으로 중앙 집권화되고 사회적으로 계층화되고 경제적으로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정주형 사회로 발전 하는 데 필요한 선행 조건이었다.



그리하여 식량 생산을 일찍 시작한 지역의 민족들은 총기, 병원균, 쇠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도 일찍 출발한 셈이었다. 그 결과는 역사의 유산자와 무산자 사이의 수많은 충돌이었다.



식량 생산자들은 인구가 조밀했기 때문에 굳이 기술, 병원균, 직업 군인 등등 식량 생산과 관련된 그 밖의 이점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순전히 숫자만 가지고도 수렵 채집민들을 몰아내거나 몰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야생 식물의 여러 개체 중에서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밭에서 재배되는 식물 개체 사이의 경쟁은 야생 상태에서와는 또 다른 개체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진화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므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과를 작물화시키지 못한 이유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주어진 야생 동식물 전체의 문제였다. 그 동식물이 가축화, 작물화에 그다지 유망하지 않아서 북아메리카에서는 식량 생산이 늦게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유라시아인들에게는 기타 대륙 사람들에 비해 가축화할 만한 대형 야생 초식성 포유류가 훨씬 더 많았다. 그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유럽 사회가 대단히 유리해진 것은 바로 포유류의 지리, 역사, 생태 등 세 가지 기본적인 현실 때문이었다.



선사 시대에 식량 생산이 전파된 지역들도 그 전파 속도나 시기는 상당히 차이가 났다. 식량 생산이 가장 신속하게 전파된 경우는 동서 축 방향이다.



... ... 대중성 질병들은 반드시 대규모의 조밀한 인구 집단이 형성되어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구 집단은 약 10000년 전에 농업의 발생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지금으로부터 몇천 년 전에 도시의 발생과 더불어 가속화되었다.



아무튼 초기의 문자는 그러한 정치 제도의 필요(기록 보관이나 왕권에 대한 선전 따위)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문자의 사용자들은 식량을 생산하는 평민들에 의해 비축된 잉여 식량을 먹고 살던 전업 관료들이었다. 한편 수렵 채집민 사회는 문자를 만들어내지도 도입하지도 못했다.



각 대륙의 면적, 인구, 확산의 난이도, 식량 생산의 출발 시기 등에서 나타난 이 같은 차이에 따라 기술 발전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 따라서 유라시아는 처음부터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있었지만... 그것은 유라시아인들의 지능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유라시아의 지리적 요건이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 정복의 궁극적인 원인은 식량 생산과 각 사회 사이의 경쟁 및 확산이었다. 거기서 시작된 인과 관계의 사슬에 의해 병원균, 문자, 기술, 중앙집권적 정치 조직 등 정복의 직접적인 요인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인과 관계는 경우에 따라 달랐지만 언제나 공통적인 요소는 조밀한 대규모 인구와 정주형 생활이었다. 이러한 궁극적인 원인들은 각 대륙에서 제각기 다르게 발전해서 정복의 직접적인 요인들에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원주민의 수는 두 가지 원인 때문에 크게 감소했다. 첫 번째는 원주민들을 사살한 일이다. ... 두 번째 원인은 유럽인들이 들여온 병원균에 있었다. ... 이 같은 두 가지 원인 때문에 자율적인 원주민 사회는 유럽식 식량 생산에 적합한 모든 지역에서 제거되고 말았다. ... 그리하여 400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원주민들의 전통은 유럽인들의 이주가 시작되고부터 1세기 이내에 거의 사라졌던 것이다.



이처럼 중국 문자가 한국과 일본에서 끈질기게 버틴 것은 거의 10000년 전 중국에서 시작되었던 동식물의 가축화, 작물화가 20세기에 남겨놓은 생생한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아시아 및 태평양 일대 사람들의 경우에도 지리적 환경에 따라 가축화,작물화할 만한 야생 동식물이 각기 달랐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여건도 달랐다. 그리하여 식량 생산의 여러 가지 선행 조건을 갖추고 아울러 다른 곳으로부터 기술이 확산되기 좋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이 같은 이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교체했다. 그리고 어느 한 부류의 이주민들이 여러 가지 다양한 환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그 후손들도 각자의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전했다.



식량 생산에서의 이러한 차이점들은 유라시아 사회와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 사이에 존재했던 불균형의 주된 궁극적 원인이기도 했다. 정복의 직접적 요인들도 거기서 파생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바로 병원균, 기술, 정치 조직, 문자 등의 차이였다. 이 가운데 식량 생산의 차이와 가장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요인은 병원균이었다.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리적, 생물지리학적 우연(특히 두 대륙의 면적, 축의 방향, 야생 동식물 등)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적 궤적이 달라진 것은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이제 지구상의 대륙들을 훑어보는 짧은 여행을 끝마친 지금, 우리는 얄리에게 어떤 대답을 해주어야 할까?
나 같으면 얄리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각 대륙의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까닭은 그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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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잔혹사편 - 벗겼다, 세상이 감춰온 비극의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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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부터가 끌리는 책이기도 하고 이 책은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의 다른 편들보다 인간의 배운다고 해서 깨쳐지지 않는 미개성과 그 야만성, 잔인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책이라는 감상이 가장 컸다. 잔혹성을 인간의 한 측면으로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원래 역사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란 건 많은 분이 공감할 테지만, 중세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보여주는 인간의 역사는 인간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인간이란 무엇인지 확연하고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1 마녀사냥

중세 14세부터 17세기까지 이어진 마녀사냥의 희생자는 많은 연구가들이 20~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본서에서는 오탈자인지 5만 명으로 기술하고 있어 관련 정보들을 다시 찾아보고 검색해 보기도 했다. 본서에서도 얼핏 마빈 해리스를 언급하고 있던데 마빈 해리스가 내놓은 희생자 수는 50만 명이다. 인간의 잔혹사에 관심이 깊어 간혹 그와 같은 기록들을 보면 흘려보지 않는 터라 마녀사냥에 관한 내용도 기억하고 있는 편인데 본서가 상세히 짚고 있어 현대의 재정의는 5만 명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골 한 마을에서 한 시기에만 600명을 처형하고 유럽 각국에서 그러한 마을들은 수천 지역이었고 그와 같은 세기가 몇 세기를 이어졌는데 마녀사냥 희생자가 5만 명이란 건 축소해도 너무 축소한 것이다. 본 방송을 못 보았기에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본서의 오탈자가 맞을 것이다.

 

마녀사냥의 계기는 교황의 암살 음모 이후 교황청이 나서서 마녀사냥을 승인하기 시작했고 [마녀의 망치]라는 책을 교황과 황제가 승인하며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를 자신들의 권위를 보여주는 발판으로 삼아 확대하기 시작했다는 건 인간의 추구하는 바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그를 추구하는 과정에 어떠한 규모의 잔혹성이 드러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생각된다. 마녀사냥이 방대하게 확장되기에 그 규모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들을 충당하기 위해 마녀로 몰려 죽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청구했다고 한다. 그들을 고문하는데 들어간 인건비, 고문기구에 대한 비용, 그들을 화형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들을 모두 희생자들에게 청구하기 위해 희생자들의 재산을 전부 몰수했다고 한다. 마녀사냥을 원활히 하기 위해 마녀 판별하는 전문가들도 양성되어 그들이 전국을 누비며 마녀를 지명해 한 마을에 전원이 마녀(마녀는 영어로 witch인데 이에는 여성들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포함된다)로 화형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비판하던 성직자도 그가 마녀사냥을 비판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그를 마녀로 몰아 고문당하고 화형당했다. 이건 집단 광기이고 집단 감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2 미국 서부 개척사

서부 개척시대에 죽어간 북미 원주민들과 미국이 확장하며 국토의 일부를 빼앗긴 멕시코는 지나고 나서는 역사의 흐름이었다 하겠지만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굴욕이자 수탈이었을 것이다. 북미 원주민들이 뒤늦게 유럽인들에게 저항하다가 대거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강제 이주하는 과정을 보며 힘이 없다면, 상대의 논리와 욕심을 바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모든 것을 수탈당하는 게 인간이 처한 현실인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미 서부 개척사가 참혹하다고 해도 이 책의 다른 이야기들에 비하면 서글픈 이야기 정도로 다가오기도 했다.

 

3 블러드 다이아몬드

아프리카는 철광석, ,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면서도 굶주림을 해결 못 하는 나라다. 이것이 아프리카인들의 내재적 문제라기보다 일종의 육성된 결과인 면도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된 장이기도 하다.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된 이후의 상황을 돌아보기에 앞서 흑인들의 상황부터 보자면 유럽과 신대륙에서 이주한 백인들뿐만이 아니라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이 아프리카로 다시 이주해 오며 이미 자신들이 배운 방식대로 아프리카의 원거주 흑인들을 노예로 삼았다고 한다. 노예를 해방하며 인권을 중시하는 듯 보이는 유럽과 신대륙 백인들은 되려 이러한 상황이 자신들이 아프리카에서 무역과 사업 등의 활동을 하는데 유리하리라 보고 이런 상황을 부추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원이 산출되는 지역들의 원거주 흑인들은 유럽에서 도래한 흑인들의 노예와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수탈당해야만 했다.

 

시에라리온에 고급 다이아몬드가 산출된 후 나라는 사분오열되고 기존의 수탈하는 정치가와 그의 수탈에 더한 수탈을 하는 반군이 대립하며 다수 국민은 그들 사이에서 산채로 양 손목이 잘리는 형벌을 감당해야 했다. 투표로 이 난국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한 이들이 있자 그들과 그들 외의 모든 주민이 양 손목이나 양팔이 잘리는 형벌을 감당해야 했던 것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도 UN까지 나서서 이 잔혹한 반군 세력의 수장에게 부통령 자리를 주라고 강제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내전에 끼어들어 피 흘리고 재원을 낭비하지 않더라도 아프리카에서 산출되는 자원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기에 UN의 각국들이 개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인간이 만든 제도와 인간이 주도하는 시대가 얼마나 잔인하고 참혹한지 알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5 킬링필드

캄보디아의 폴 포트 정권 동안의 이야기를 남긴 장이다. 그는 왕족 학교에 다니며 수학하고 프랑스 유학으로 개화된 교육을 받은 인물이지만 자국에 돌아와 당시 새로운 열기이기도 했던 공산주의를 펼치려 제국에서 공화국으로 변모한 나라를 만들었지만 자기만의 정치철학을 관철하려 민중을 희생시킨 인간이다.

 

모든 이들이 노동자가 되어 농작물을 생산을 해야 하고 배운 자들은 권위에 반대하고 생산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수도에서 모든 사람들을 쫓아내는 과정에 계획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죽였고 약간의 교육이라도 받은 사람들은 모조리 죽였다고 한다. 또 노동자들도 정해진 생상량을 초과 달성하지 않으면 모조리 죽였다고 한다. 베트남과의 전쟁에서 베트남인들이 캄보디아로 진격하여 각지의 수용소 시설들과 마을들의 시신더미, 유골더미를 보고서 놀라 전 세계에 이 사실을 알리고서야 폴 폴포트가 벌리던 참상이 그치게 된 것이다.

 

7 히잡 혁명

과거 이란에서는 개화를 받아들이려던 국왕이 여성들의 사회 활약을 바람으로써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주며 처음으로 히잡을 벗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오히려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며 히잡을 벗게 하는데 반발했고 그러자 국왕은 법으로 강제해 히잡을 착용하지 못하게 했다. 대중의 반발이 극심했고 종교계가 반대하자 종교지도자가 해외로 쫓겨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이때 대중의 반발은 그치지 않았고 국왕과 왕족의 사치와 부패가 드러나자 상황이 급변해 왕이 나라를 버리고 달아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쫓겨났던 정치지도자는 돌아왔고 더 이상 군주제 국가가 아니게 된다. 다시 여성들에게서 투표권을 뺏었으며 히잡을 쓰지 않으면 벌거벗은 것과 다름없다며 히잡을 강제하게 되어 지금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히잡을 어설프게 썼다는 이유로 경찰과 대치하던 여자가 사망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란에 히잡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아무리 세계는 동시대에 살더라도 동시대에 사는 것이 아니란 게 상식이라 하더라도 종교와 신의 뜻이 자신의 뜻보다 우위에 있어 스스로에 대한 사소한 자유마저 억압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인본주의가 아닌 신본주의가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이슬람 세계에서 근본적으로 종교에 대한 인간의 신념이 한순간에 달라지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의 의식이 점차 바뀌면서 종교가 절대가 아닌 선택이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적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8 체르노빌 원전 폭발

원전 폭발 자체도 인류적 차원에서의 재해였지만 이후의 대응들이 너무도 인간스러웠다고 생각된다. 사고 직후에는 별사고가 아니라고 보고했고 사고를 알고 난 직후에도 나흘이 지나도록 유럽 각국까지 방사능 수치가 높아져 소련(러시아)에 문의를 하지만 사고를 시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방사능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사고 지역에 마스크 하나만 달랑 주고는 군인들을 투입해 주변 청소를 시키고 높은 방사능으로 인해 부속 반도체가 손상되어 로봇까지 고장나며 사고 수습이 되지 않자 사람을 동원해 처리하면서도 생명 수당은커녕 일반인 월급의 절반을 지불했다. 사고지역 수습을 위해 동원된 헬기 조종사들과 광부들은 모두 피폭되어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했으며 그들을 치료하던 가족들도 피폭되어 사망하고 출생한 아기들도 5일만에 사망했다. 당시에 2차 피폭자가 많았던 이유는 핵무기 경쟁을 하던 소련과 미국에서 정부 차원에서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고 핵은 위험하지 않은 거라며 그 위험성을 대중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독단과 독선은 그 집단 자체에 해로운 정도가 아니라 초거대한 위협이 되고도 남는 것이다.

 

10 미국 총기 사건

미국의 총기 소유와 총기 소지 금지법에 관한 내용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중요 사안에서도 정치적 마찰을 빚는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의 생명까지도 정치적 이점 아래 갈등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이렇듯 이기적이고 사익 추구적이며 그 과정에 잔인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은 잔혹하지만 이런 인간을 견뎌야 하는 것은 결국 (인간만이지는 않겠지만) 인간이기도 하다. 인간이 추구하는 대상과 그 추구의 과정에서 좋은 면과 나쁜 면을 알고서 서로가 중도에서 옳은 바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인간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멈추지 않아야 할 일일 것이다. 본서를 통해 보는 인간의 매운맛은 인간의 극한을 모두 드러낸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쓰라린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 중 일부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다룬 내용 중 비슷한 맥락의 관점을 다룬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휴먼 카인드][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같은 이야기를 읽고 빠져든다면 그와는 다른 관점을 갖게 해주는 이런 내용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상을 바로 알자면 양측면을 모두 보아야 할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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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 - 신화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영화처럼 읽는 중국 역사 이야기 썬킴의 거침없는 역사
썬킴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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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의 스토리텔링력과 다가가기 쉽게 서술해 주는 글빨을 경험해 보았기에 서슴없이 빌려본 책이다. ‘신화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영화처럼 읽는 중국 역사 이야기라는 부제가 자그마하게 얹혀 있는데 영화라기보다 개그 프로그램 꽁트 같이 재밌게 접근하며 서술해줘서 옛날이야기 듣는 기분으로 독서를 마쳤다.

 

장구하고 폭넓은 중국사이기에 모두 다루거나 상세히 기술했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무협지나 중드 등을 통해 가볍게 알게 된 이야기들이 맥락을 가지며 그보다는 뼈대가 짙게 새겨지는 중국사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기존의 중국사가 중국사만으로도 절반의 역사이지 북방 민족의 역사도 파헤치고 들어야만 완전한 중국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춘추전국시대를 다루는 장까지는 고사성어도 몇몇 등장하는데 분명 상식적인 성어들인데 고사를 잘못 기억하고 있던 대목들도 알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중국사를 맥락을 지으며 키워드로 짚고 있기 때문에 역사서치고도 상당히 이해하기 쉬운 흐름을 갖는다. 서술이 지나칠 정도로 대화체다 보니 독서가 너무 술술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른 책에 비해 고루한 문체가 아니라서 역사서라기보다 조금 지적인 유머집을 읽는 기분이기도 한 건 생각하기에 따라서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분량도 많지 않아 금세 읽기에 딱인 책이기도 한데 이 분량에 이렇게 체계적으로 중국사를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썬킴님의 작가적 역량이 아닌가 싶다. 초중생부터 일반인까지 중국사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접근 가능한 난이도이니 시간 날 때 읽어볼 만한 교양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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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를 알면 성격이 보이는 원소 - 화학자 엄마가 들려주는 원소와 주기율표 이야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수학과학 3
도영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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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재밌고 유익한 도서... 서술에 따라 화학도 재밌을 수 있다! 화학에 대한 기억이 가물거리신다면 읽어보시면 새록새록 하실 거다. 오타와 오류가 살짝 있다지만 요즘 같은 검색 시대에 큰 흠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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