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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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책이라 불리는 이 책을 소장만 해두다가 ‘10분 독서 챌린지를 통해 20일 만에 완독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 읽은 감상은 다소 밋밋하다는 거다. 뭔가 탁월한 통찰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자체가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상식적인 논리 전개와 결론에 이르러 읽는 동안에도 다 읽은 이후에도 다소 김이 새는 느낌이다.

 

인류의 정복사에 발전은 무기와 제도와 기술과 병원균과 정치조직의 우위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고 그건 거대 인구가 전제 조건이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축화와 작물화가 필요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인 결정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유럽의 백인들이 긴 시대 동안 세계 무대를 장악한 것은 운명이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론으로 이르는 주장이 담긴 저작이다(문화인류학과 고고학과 생물지리학과 언어학이 동원된 운명론이라니...!)

 

명나라의 정화 원정대가 세계를 탐험하면서도 백인들의 살육과도 다름없는 정복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을 저자는 그 시기의 중국이 정치적 대립으로 고작 7차의 항해만으로 그쳤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피사로의 정복도 그렇고 유럽인들의 정복 과정에 수 차례의 항해가 전제되었다고 보이지는 않았다. 세계와 세계 이웃들에 대한 견해랄까 정의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되기만 한다. 미 대륙을 콜럼버스보다도 먼저 찾아낸 정화 원정대였고 해당 항해시 승선 인원만 콜럼버스나 피사로보다 수백 배에 가까웠지만, 그들은 유럽인 항해자들과 같은 살육을 펼치지 않았다. 미대륙에 이르는 항해까지 숱한 왕국들을 지나쳤지만, 거대 군사를 보유한 정화 원정대는 그들의 내란과 분쟁을 조정하기는 했어도 살육하며 정복하지 않았다. 이건 발전 정도의 차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세계관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의 차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알렉산더 대왕의 전쟁으로 인한 문명의 융합도 작고 사소한 차이만 만들어냈을 뿐 저자의 주장에 별다른 영향을 줄 요인은 가져오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듯한 서술을 하고 있다. 이 저작을 읽고 보면 실제로 각 대륙의 남북축보다는 동서축이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고 환경적 차이가 큰 지역으로 전파된 인류는 동일 민족이라 해도 가축화와 작물화를 이뤄내지 못하거나 다시 수렵채집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만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미미하구나 싶기도 한 대목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차이 곧 인간의 영향이 인간의 정복과 문화 전파를 막는 경우는 있었는데 그것이 앞서 말한 명나라의 정치적 대립으로 정화 원정대의 항해가 중단된 경우와 사소한 예로는 영국의 가스등에 대한 정부의 투자로 전기등의 설비가 막혔던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더 사소하지만 쿼티 자판기가 훨씬 더 빠른 자판 배열을 무시하며 아직까지 대세인 경우도 인간의 보수성이 사소한 진보라도 막는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로서는 이런 부정적 영향 외에도 정복과 문명 전파에 지대한 영향에 있어서는 인간의 의지랄까 도전 정신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경우는 그와 함께 그들의 잔혹한 본성이 작용해 몇몇 문명에 있어서는 전 인구의 말살이라는 악영향도 펼친 것일 것이고.

 

본서는 나의 일상에서 갖게 되는 운명론적 관점과 동일한 결론을 주는 서술이라 상당히 거북했다. 이런 운명론적인 관점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보며 삼성의 이재용과 그의 피고용인들의 차이는 능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배경에서 오는 것이며, 빌 게이츠 경우도 당시 유일하게 컴퓨터가 배치된 고교로 진학했으며 IBM사의 하드웨어마다 그의 MS에 소프트웨어들이 설치된 이유가 로비스트였던 그의 어머니의 치맛바람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더욱 운명론자 같은 관점이 강화된 나였기에 이런 관점을 타파해줄 자료와 저작을 너무도 원했다.

 

그런데 결국 인류의 발전상도 운명론적 운칠기삼을 벗어나지 않는다니... 이 저작의 전개와 결론은 운명론적인 나의 관점을 강화해줄 뿐이기만 했다. 인간의 역량에 주목하는 다른 저작이 있다면 꼭 일독하고 이 관점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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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9-30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의 십여년 만에 이 책 다시 읽는데, 고작 2부까지 왔어요.

[총 균 쇠] 중 ‘총‘까지만 읽고 완독 안하신 분이 대한민국에 수두룩이라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는데, 4부까지 다 읽으시고 리뷰까지 올려주시니!!

이하라 2023-09-30 16:59   좋아요 0 | URL
에필로그까지 20장이라 매일 하나의 장만 읽으며 그쳤는데 금세 20일이 지났습니다.
빨리 읽으려고 했으면 중단하게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루 하나의 장을 고집하니 완독하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