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살해당할 것처럼 써라 -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창작법 65
루이즈 페니 외 지음, 셰리 엘리스.로리 램슨 엮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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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서를 간혹 읽는 편이다. 창작에 대한 궁금증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보다 더 작법서가 주는 매력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일면에 대한 조언을 주는 것 같아서이다.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읽고 생의 주기를 분류해 볼 수 있게 되었고 타자와의 대화에서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 달라졌다. 웨일랜드의 [캐릭터 아크 만들기]를 읽고는 내 생의 주기에서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하고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Save The Cat]과 마이클 티어노의 [스토리텔링의 비밀], 차무진의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그리고 여러 한국 전문가들의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등을 읽으면서 생에서 자신의 색깔을 가름하는 건 결국 행동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또 내면의 어두운 일면을 이해하는 마음의 폭을 안게 되었다. 그렇게 혼잣말부터 글을 쓴다는 것도 결국에는 자신을 고백하는 것이며 자신의 빛깔을 가름하게 하는 행동이라는 걸 수용하게 되었다.

 

창작 글쓰기는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들과 사건들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이해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보여주는 과정이 결국에는 자기 이해와 자신과의 화해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본서는 과거에 출간되었던 창작 글쓰기 3부작 중 하나가 제목을 바꿔 재출간한 책이다. 같은 삼부작 중 SF, 판타지, 서스펜스 분야의 책으로 제목을 바꿔 재출간 한 책이 [넷플릭스처럼 쓴다]이다. 로맨스 분야는 [로맨스로 스타 작가]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로맨스로 스타 작가]를 제외하면 각 권이 각각 한 작가의 작법서이기보다 여러 작가들이 한 가지씩 자신의 노하우나 기법을 설명하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해당 주제들 각각이 주는 알음알이가 나름 있는 책들이다. 각 주제에 대한 이해가 각 장르의 초보 작가나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서술이라 작법의 기본을 주지시키기도 한다.

 

본서는 미스테리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작법의 주요 사안들을 각각 통론적으로 언급하기도 하고 작가들 개인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인물에 대한 대목이 인상적이기도 한데 인물은 배경이기도 하다는 작가도 있었지만 인물은 플롯 전개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는 통찰을 주는 작가도 있다. 생을 살아오며 운명론자가 되어버린 내게 인물은 플롯 전개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전해주는 것만 같았다. 운명에 자신을 체념하지 말라 일어나 저항하라는 일갈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항해야 할지 모르겠는 심정이긴 하지만 잠시 깊은 울림이 되는 것 같았다.

 

본서 자체가 미스테리 작법서이기에 미스테리를 부여하는 작법 등도 다루고 있기도 한데 이런 대목들은 미스테리 작가를 꿈꾸지 않더라고 창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수혜가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지료조사부터 퇴고까지를 다루는 본서에서 사실 깊게 통찰을 얻지 못할 부분도 간혹 느껴지고 실제로 작법에 실용적일 것 같지 않을 대목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간혹 있지만 전반적으로 장르 소설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읽어볼 만한 가치가 깊은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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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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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사피엔스]를 잇는 책이라기에 관심이 깊이 간 저작이다. [총 균 쇠]의 운명론적 결론이나 [사피엔스]의 맥락 있는 설명에도 그보다 자세한 인류 발전의 원인과 이유가 궁금했던 게 사실이기에 [총 균 쇠]보다 재미있고 [사피엔스]보다 구체적이라는 이 저작의 소개 글에 흥미가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인류 발전의 원인을 무기와 제도와 기술과 병원균과 정치조직의 우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그건 다시 인구가 전제 조건이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축화와 작물화가 필요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 결정요인이었다고 보았다. 결국 서구가 세계의 주류가 된 것은 운명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마는 논리이다. 또 유발 노아 하라리는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계기를 인지 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의 세 개의 혁명으로 보았다. 무엇보다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정하고 믿고 따르는 인간의 상상력도 인류가 결속하고 발전하게 만든 지대한 동인으로 바라봤다. 두 학자의 관점이나 주장이 다 일리가 있고 수긍할 만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에는 살짝 빈정이 상하고 유발 노아 하라리의 주장에는 좀 더 상세하지 못하다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불만족들이 본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본서 [위어드 WEIRD]는 인류 발전의 원인을 왜나 어떻게라는 면에서 상당히 상세하면서도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저자 자신이 진화생물학자이다 보니 생물지리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나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보다 좀 더 진화 심리학적인 부분에서 접근한 경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환경을 인류 발전의 요인으로 보는 재러드 다이아몬드나 인류 발전에서 변혁을 가져온 부분을 분석적으로 접근한 유발 하라리의 접근도 수긍이 가는 접근법이지만 인간이 변화해 온 요인과 변화를 추구하고 주류가 된 원인을 심리학적 차원에서 풀어낸 조지프 헨릭의 접근은 그 누구의 접근방식보다 공감과 호응을 불러올 만한 논리의 전개가 아니었나 싶다.

 

WEIRD라는 말의 의미는 이미 본서에 관심을 가지고 검색해 보신 분들은 다 알 수 있겠으나 백인의, 교육수준이 높은, 산업화된, 부유한, 민주적인사람들을 이야기한다. 근대 이후 지금까지의 주류 계층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 주류의 특징이자 근대까지 주류로 변모해가는 계층이 주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 변화를 겪어온 과정을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상고대에는 혈족, 친족, 부족 중심의 사회였고 일부다처제 사회였는데 이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일반화된 가치체계와 근대 이후 주류가 된 계층의 가치체계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가치체계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지역과 민중일수록 주류 계층으로 편입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세계의 주역이 되었다는 전제에서 논리가 전개된다. 현대의 개인주의, 능력주의, 분석적 사고, 죄의식의 높음, 도덕성의 요구, 위험 추구 성향, 독립거주(이동의 자유도 높음), 개인소유(사유재산) 등은 시대의 변천과 함께 형성되고 또 형성된 이후 다시 시대의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성향들의 형성이 인류 발전의 동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사회가 거대화되며 집단중심 사고나 전체론적 사고에서 또 부족 소유제에서 분석적 사고와 개인소유가 탄생하고, 거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이 도덕과 법률을 따를 도덕성이 요구 되기 시작했는데 이에 요구되는 사안들이 다시 종교가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친족간 결혼을 금지하고 일부일처제를 강제하며 강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부족 중심 사회에서는 자기 부족이나 혈족을 위해 위증을 하거나 비리를 돕거나 덮을 가능성이 높지만 독립거주가 되며 개인적인 소신이나 도덕율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고, 일부다처제 하에서는 아내가 없는 다수는 결혼의 가능성을 위해 비도덕적이고 위법적으로라도 부를 쌓아야만 결혼과 종족보존의 가능성이 생기기에 위법하거나 도덕율을 어길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일처제 하에서의 개인은 이미 결혼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기존의 준법정신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하는데 이롭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들은 산업화 시대의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되었고 이런 사안들이 현대의 주류가 갖는 특징을 지니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개인주의와 능력주의가 사회발전의 동인이 되면서 리스크를 감당하는 성향도 생겨났다는 것이다.

 

인류사에서 혁신들(문명화, 종교, 산업화 등등)이 인류의 심리적 특성을 결정하였고 이런 특성들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혁신들을 다시 강화했다고 보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저자는 학자답게 현대 주류가 갖는 이러한 특징들이 도의적으로 옳다거나 하는 주장은 하지 않고 그러한 특징이 인류 발전의 요인이 되었다는 주장을 담백하게 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이 시대를 살면서 이 시대의 특징들에 익숙하다 보면 자연 지금의 것이 옳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군 문제로 예를 들 때 사회에 가족이 있는 사람이 군대의 부조리나 폭력이나 인격적 모욕을 가족을 생각해서 참을 가능성은 높지만 가족이 없는 사람은 그걸 굳이 참을 가능성보다는 반발하고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계적인 사실이라고 해도 부모가 없다는 사실이 범죄자를 만든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듯이 이 책에서 말하는 지금까지의 사회를 만드는데 요구된 요소들이 모두 옳은 부분만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부족사회에서 혈족과 친족의 비리를 덮거나 비리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았고 독립거주하며 개인주의화 되며 준법정신을 가진 개인으로 변모했다고 보고 있지만, 오히려 가문의 명예에 개인이 손상이나 타격을 주어선 안 되므로 개인이었다면 어길 법률이나 기만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저자의 대부분에 주장이나 서술에 공감이 더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자가 이제까지 사회가 이루어진 과정을 되짚어보는 해석이 긍정적인 요인들에만 주목한 경향도 깊다는 것이 본서의 최고의 단점이 아닐까 싶다.

 

본서는 인류 발전의 과정을 심리적 측면에 주목하며 해석했다는 것에 남다름이 있다. [총 균 쇠][사피엔스]를 읽으며 갖게 된 상식을 상세한 부분에서 보완해 주는 장점도 크다. 다만 심리적 측면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수긍하는 면과 다른 견해가 떠오르는 면도 동시에 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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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케미스트리 -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는 뇌화학 이야기
지니 스미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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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어렵지 않은 책이지만

익히 들어본 뇌내 물질들은 그렇다 해도

작용하는 뇌의 각 부위들을 인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주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일례와 서술을 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내용이 문외한에게 쉽게 인식되는 것만은 아니라

독서 이후로도 뇌과학을 공부 후 다시 읽어보고 싶다.

 

기억, 중독, 우울증, 수면, 식욕, 결정, 사랑, 통증 등

인간의 생에서 근본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몰입하게 되는 책이다.

 

다만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선

뇌과학 공부가 따라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재독을 기약할 정도로

공부하고 다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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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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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긴 한글 제목보다 [Underdog]라는 영어로 된 부제가 이 책의 주제와 스토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책 같다. 평소 역사 분야의 저작들을 좋아는 하지만 학술적인 저작보다 대중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에 책들이 비슷한 주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다 보니 역사를 통해 할 이야기가 이것뿐일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이라는 본서의 출간과 함께 서평 제의가 들어와 기다렸다는 듯 응하게 되었다.

 

본서는 무엇보다 역사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들의 스토리라는 것이 너무 끌렸다. 역사의 꼭지를 맡은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의 변곡점을 만든 마이너의 이야기이니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너무 비슷한 서사들의 연속에 답답한 분들이 계시다면 남다른 시각의 본서에서 다른 감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본서는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이라는 5개의 주제 의식으로 각 장을 이루며 여러 나라와 여러 인물로 역사의 변곡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구려, 스페인, 핀란드 등 나라가 굴욕을 감당하다가 당당히 골리앗에게 대항하고 자신을 지켜낸 역사를 읊기도 하고 히틀러를 암살하려 한 목수 게오르크 엘저나 관동 대학살에 맞선 오카와 쓰네키치,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이자 부조리인 기업의 횡포에 맞서 매치스틱 걸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낸 영국의 성냥공장 여직공들, 또 노동조합을 만들며 회사의 횡포에 당하면서도 옳음을 지키고자 하고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과 그들의 편에서 사진사 이기복, 문명의 힘 앞에서 부서져 가면서도 사랑의 이름으로 굽히지 않은 사우디의 공주 미샬 빈트 알 사우드, 식민지 개척 시대에 포르투갈을 상대로 협상과 전쟁을 하면서도 자국의 백성들이 노예로 팔려 가는 것을 막은 은징가 음반데 공주(후에 여왕이 됨), 격동하는 파리에서 자신의 옳다는 것을 위해 굳건히 저항한 여성 운동가 루이즈 미셸, 묻혀버린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은 청소년 헨리 스콧의 이야기 등이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본서의 주제와 결이 맞는 이야기로 기억에 깊이 남았다. 아마도 역사적 인물이나 관료 등의 영웅보다 소시민들의 저항이 문명이란 거대한 바퀴 앞에서 버티고 선 사마귀 한 마리 같은 느낌을 주기에 더욱 그런 듯하다.

 

본서는 첫 장을 펼치고는 얼마 안 되어서는 약자가 강자를 상대할 때 갖추어야 할 점들을 이르는 거라 생각되어 병법서나 책략에 관한 책과 같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마지막 장을 덮고는 그 깊이와 무거움에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이 책은 낱낱의 이야기들 속에서 과연 약자인 개인이 강자를 이기기 위한 처신은 어때야 하는지 국가가 강대한 타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국가나 문명 앞에서 한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나가야만 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가벼운 제목의 책인데 깊은 인문학적 물음을 던지는 책이기도 하다. 시대 앞에 인류는 또 문명 앞의 개인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하는 그 넓고 깊은 물음에 독서 후 참 남다른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내 기억으로는 저자의 책은 처음 대하는 것이었는데 앞으로 이 책을 쓴 저자 김형민 씨의 저서들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다른 시각의 역사 대중서를 찾거나 깊은 사유를 안겨줄 만한 저작이지만 대중적인 책을 찾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셔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세계사에균열을낸결정적사건들 #Underdog #약자가강자를이길때역사는새로쓰인다 #김형민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도서협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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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세습 -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
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서정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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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알아가기 위한 저작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까지 3권째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스티븐 J. 맥나미와 로버트 K. 밀러 주니어의 [능력주의는 허구다]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이후 저술된 저작으로, 집필 기간만 20년에 이른다는 책이며 도서 표지에도 있듯이 상당히 논쟁적인 저작이다.

 

저자 자신이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서 능력주의가 문제라는 결론인 이 책을 집필하는 데 상당한 자기 성찰과 자기비판이 뒤따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능력주의가 사회적인 허상이라거나 가진 자들의 자기 합리화라는 비판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과 역량과 기량에 따른 보상이란 게 능력주의의 미화라며, 사회적 이점을 독점하고 있고 그 독점적인 이점 역시 세습된다고 볼 수도 있으며, 사회적 기준 자체가 엘리트에게 유리하게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엘리트들 자신이 자기에게 유리한 기준을 사회적으로 정립해 나갈 수 있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또 능력주의 사회가 격차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중위소득 계층의 존폐에 위협적인 상황을 가져오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본서가 엘리트 계층의 노력과 업무를 과소평가하거나 깎아내리는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않다. 엘리트 계층의 수입과 중산층과 하위 소득 계층의 격차가 세월을 지나며 더욱 덕 현격하게 커지는 것은 사실이고 노동자가 회사 간부로 승진한다거나 할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 것도 사실이지만, 일반 노동자의 업무량과 업무 시간이 줄어들 때 엘리트층의 업무량과 업무 시간은 과도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내의 제도적인 엘리트 옹호 양상이 [능력주의는 허구다]라는 저서에서는 동문 자녀 특례입학(Legacy admission) 등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본서에서 사회가 능력주의 중심이 되며 엘리트 계층이 자녀의 교육에 절대적인 관심과 열정을 기울여 엘리트 계층의 교육 양상과 하위 소득 계층의 교육 양상이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상위 학업 성취를 보이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혜들은 이미 극부층인 엘리트 계층이 선점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 엘리트 교육을 받는 이들이 진학하는 학교들에 하위 소득 계층 자녀들이 비집고 들 틈은 전혀 없다는 걸 통계로서 보여 주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노동자 계층의 아들들이 서울대 입학한 사례나 학생 당사자가 막노동을 하면서 공부해 서울대에 진학한 사례 등을 들며 능력만 있으면 성취는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데 이런 비슷한 사례가 미국에서도 있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능력주의의 이상을 보여주는 사례가 어느 정도의 확률이냐는 문제일 것이다. 헐리우드 스타들이 자신은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그걸 이겨내고 이렇게 부자가 되었다며 능력만 있으면 성공한다고 말한다고 해서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 열등한 것이 되어버린다면 이건 엄연한 구조적 모순이다. 이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능력주의 사회와 기술 발전이 어우러져 엘리트층이 갖추어야 할 기준 역량은 증가하고 중위층의 업무는 기술로 대체 가능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중위층의 위기가 타파하기 어려운 시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저자의 예견이기도 하고 현재도 그러한 상황이라고 한다. 경제적으로 엘리트층이 주요 거주지역의 부동산가와 그들의 수입, 그들의 자녀 교육 과정에서의 비용과 자녀들의 성과 그리고 그들이 보는 사회적 이점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준 등 능력주의 사회에서 엘리트층이 보이는 노력과 그들이 이루어낸 기량으로 인한 타 계층과의 격차는 이제까지 능력주의 사회니까 당연하다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이 격차는 세습되는 과정을 따르며 불평등과 재분배에 대한 필요로 중요도가 옮겨가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저작에서도 보이듯이 이는 극부층과 하위 소득 계층의 정치적 충돌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박탈감을 느끼는 하위 소득 계층이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하며 갈등 양상이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샌델 씨의 직언이다. 본서에서는 엘리트층이 민주당을 지지하고는 있으나 재분배 문제에 있어서는 효율을 저하시킨다는 관점이라고 한다.

 

더욱이 본서에서는 엘리트층과 그 이외 계층의 격차는 비단 재산과 사회적 영향력(자기들에게 이로운 기준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느냐)만이 아니라 수명에까지 관계되고 있었다. 엘리트층의 사망률이 하강하고 기대 수명이 상승하고 있을 때 중위 소득 계층과 하위 소득 계층의 사망률은 상승하고 기대 수명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층적으로 상위 2%의 아이들이 친부모의 품에 살 때, 하위 계층으로 내려갈수록 대부분이 재혼 가정에서 살고 그보다 아래는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랄 확률이 극단적으로 높아졌다. 엘리트 계층은 태어나면서부터 안정된 배경과 교육환경이 뒤따르고 아주 높은 확률의 성취와 생존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죽는 날까지 그러한 배경이 지속될 가능성 또한 높고 질병에 걸릴 가능성 또한 적으며 게다가 장수까지 하다 가는 것이다. 시작과 과정과 결말이 다른 운명이 탄생부터 정해진다는 것이 능력주의의 폐해가 되어버린 것이다. 계층 간의 격돌이 예비되어 있는 것은 능력주의 사회의 운명일 것이고 말이다.

 

저자는 나름의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엘리트 교육에서의 포용성, 그리고 재분배를 들고 있다. 본서에서 저자가 지적했듯 부자의 세율이 낮아지고 누진세가 사라져버린 세상을 가져온 것은 엘리트층이 후원하는 정치가들이다. 이런 세계에서 엘리트 중의 엘리트 한 명이 나서서 변화를 요구한다고 변화가 찾아올까 싶다. 엘리트들 모두가 저자의 관점에 동조하던가 아니라면 사회적 권리를 주도하는 게 피라미드 최하위의 다수 계층이 되던가 하는 경우의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둘 다 가능성은 거의 없고 사회의 변혁은 더욱 초극부층의 손길이 닿는 데로 그들 자신을 위한 황금으로 변해갈 일만 남아 보이지만 말이다.

 

마이클 영의 [능력주의의 부상]이란 과학소설이 가장 먼저 현실화된 사례이고 현재라면 이제 초입으로 들어선 [1984]는 근미래에 완전한 현실화가 될 것이고 [멋진 신세계]도 유전자 기술이 완비된 이제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과학소설은 모두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되지 않나 싶다. 이런 현실을 바꿔 놓는 미래를 담은 이야기는 없는지 모르겠다. 이런 소설 속에 살고 있다니 참 낙담할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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