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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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긴 한글 제목보다 [Underdog]라는 영어로 된 부제가 이 책의 주제와 스토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책 같다. 평소 역사 분야의 저작들을 좋아는 하지만 학술적인 저작보다 대중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에 책들이 비슷한 주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다 보니 역사를 통해 할 이야기가 이것뿐일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이라는 본서의 출간과 함께 서평 제의가 들어와 기다렸다는 듯 응하게 되었다.

 

본서는 무엇보다 역사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들의 스토리라는 것이 너무 끌렸다. 역사의 꼭지를 맡은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의 변곡점을 만든 마이너의 이야기이니 역사를 좋아하면서도 너무 비슷한 서사들의 연속에 답답한 분들이 계시다면 남다른 시각의 본서에서 다른 감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본서는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이라는 5개의 주제 의식으로 각 장을 이루며 여러 나라와 여러 인물로 역사의 변곡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구려, 스페인, 핀란드 등 나라가 굴욕을 감당하다가 당당히 골리앗에게 대항하고 자신을 지켜낸 역사를 읊기도 하고 히틀러를 암살하려 한 목수 게오르크 엘저나 관동 대학살에 맞선 오카와 쓰네키치,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이자 부조리인 기업의 횡포에 맞서 매치스틱 걸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낸 영국의 성냥공장 여직공들, 또 노동조합을 만들며 회사의 횡포에 당하면서도 옳음을 지키고자 하고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과 그들의 편에서 사진사 이기복, 문명의 힘 앞에서 부서져 가면서도 사랑의 이름으로 굽히지 않은 사우디의 공주 미샬 빈트 알 사우드, 식민지 개척 시대에 포르투갈을 상대로 협상과 전쟁을 하면서도 자국의 백성들이 노예로 팔려 가는 것을 막은 은징가 음반데 공주(후에 여왕이 됨), 격동하는 파리에서 자신의 옳다는 것을 위해 굳건히 저항한 여성 운동가 루이즈 미셸, 묻혀버린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은 청소년 헨리 스콧의 이야기 등이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본서의 주제와 결이 맞는 이야기로 기억에 깊이 남았다. 아마도 역사적 인물이나 관료 등의 영웅보다 소시민들의 저항이 문명이란 거대한 바퀴 앞에서 버티고 선 사마귀 한 마리 같은 느낌을 주기에 더욱 그런 듯하다.

 

본서는 첫 장을 펼치고는 얼마 안 되어서는 약자가 강자를 상대할 때 갖추어야 할 점들을 이르는 거라 생각되어 병법서나 책략에 관한 책과 같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마지막 장을 덮고는 그 깊이와 무거움에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이 책은 낱낱의 이야기들 속에서 과연 약자인 개인이 강자를 이기기 위한 처신은 어때야 하는지 국가가 강대한 타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국가나 문명 앞에서 한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나가야만 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가벼운 제목의 책인데 깊은 인문학적 물음을 던지는 책이기도 하다. 시대 앞에 인류는 또 문명 앞의 개인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하는 그 넓고 깊은 물음에 독서 후 참 남다른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다.

 

내 기억으로는 저자의 책은 처음 대하는 것이었는데 앞으로 이 책을 쓴 저자 김형민 씨의 저서들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다른 시각의 역사 대중서를 찾거나 깊은 사유를 안겨줄 만한 저작이지만 대중적인 책을 찾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셔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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