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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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사피엔스]를 잇는 책이라기에 관심이 깊이 간 저작이다. [총 균 쇠]의 운명론적 결론이나 [사피엔스]의 맥락 있는 설명에도 그보다 자세한 인류 발전의 원인과 이유가 궁금했던 게 사실이기에 [총 균 쇠]보다 재미있고 [사피엔스]보다 구체적이라는 이 저작의 소개 글에 흥미가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인류 발전의 원인을 무기와 제도와 기술과 병원균과 정치조직의 우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그건 다시 인구가 전제 조건이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축화와 작물화가 필요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 결정요인이었다고 보았다. 결국 서구가 세계의 주류가 된 것은 운명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마는 논리이다. 또 유발 노아 하라리는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계기를 인지 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의 세 개의 혁명으로 보았다. 무엇보다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정하고 믿고 따르는 인간의 상상력도 인류가 결속하고 발전하게 만든 지대한 동인으로 바라봤다. 두 학자의 관점이나 주장이 다 일리가 있고 수긍할 만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에는 살짝 빈정이 상하고 유발 노아 하라리의 주장에는 좀 더 상세하지 못하다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불만족들이 본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본서 [위어드 WEIRD]는 인류 발전의 원인을 왜나 어떻게라는 면에서 상당히 상세하면서도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저자 자신이 진화생물학자이다 보니 생물지리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나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보다 좀 더 진화 심리학적인 부분에서 접근한 경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환경을 인류 발전의 요인으로 보는 재러드 다이아몬드나 인류 발전에서 변혁을 가져온 부분을 분석적으로 접근한 유발 하라리의 접근도 수긍이 가는 접근법이지만 인간이 변화해 온 요인과 변화를 추구하고 주류가 된 원인을 심리학적 차원에서 풀어낸 조지프 헨릭의 접근은 그 누구의 접근방식보다 공감과 호응을 불러올 만한 논리의 전개가 아니었나 싶다.

 

WEIRD라는 말의 의미는 이미 본서에 관심을 가지고 검색해 보신 분들은 다 알 수 있겠으나 백인의, 교육수준이 높은, 산업화된, 부유한, 민주적인사람들을 이야기한다. 근대 이후 지금까지의 주류 계층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 주류의 특징이자 근대까지 주류로 변모해가는 계층이 주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 변화를 겪어온 과정을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상고대에는 혈족, 친족, 부족 중심의 사회였고 일부다처제 사회였는데 이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일반화된 가치체계와 근대 이후 주류가 된 계층의 가치체계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가치체계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지역과 민중일수록 주류 계층으로 편입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세계의 주역이 되었다는 전제에서 논리가 전개된다. 현대의 개인주의, 능력주의, 분석적 사고, 죄의식의 높음, 도덕성의 요구, 위험 추구 성향, 독립거주(이동의 자유도 높음), 개인소유(사유재산) 등은 시대의 변천과 함께 형성되고 또 형성된 이후 다시 시대의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성향들의 형성이 인류 발전의 동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사회가 거대화되며 집단중심 사고나 전체론적 사고에서 또 부족 소유제에서 분석적 사고와 개인소유가 탄생하고, 거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이 도덕과 법률을 따를 도덕성이 요구 되기 시작했는데 이에 요구되는 사안들이 다시 종교가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친족간 결혼을 금지하고 일부일처제를 강제하며 강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부족 중심 사회에서는 자기 부족이나 혈족을 위해 위증을 하거나 비리를 돕거나 덮을 가능성이 높지만 독립거주가 되며 개인적인 소신이나 도덕율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고, 일부다처제 하에서는 아내가 없는 다수는 결혼의 가능성을 위해 비도덕적이고 위법적으로라도 부를 쌓아야만 결혼과 종족보존의 가능성이 생기기에 위법하거나 도덕율을 어길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일처제 하에서의 개인은 이미 결혼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기존의 준법정신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하는데 이롭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들은 산업화 시대의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되었고 이런 사안들이 현대의 주류가 갖는 특징을 지니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개인주의와 능력주의가 사회발전의 동인이 되면서 리스크를 감당하는 성향도 생겨났다는 것이다.

 

인류사에서 혁신들(문명화, 종교, 산업화 등등)이 인류의 심리적 특성을 결정하였고 이런 특성들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혁신들을 다시 강화했다고 보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저자는 학자답게 현대 주류가 갖는 이러한 특징들이 도의적으로 옳다거나 하는 주장은 하지 않고 그러한 특징이 인류 발전의 요인이 되었다는 주장을 담백하게 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이 시대를 살면서 이 시대의 특징들에 익숙하다 보면 자연 지금의 것이 옳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군 문제로 예를 들 때 사회에 가족이 있는 사람이 군대의 부조리나 폭력이나 인격적 모욕을 가족을 생각해서 참을 가능성은 높지만 가족이 없는 사람은 그걸 굳이 참을 가능성보다는 반발하고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계적인 사실이라고 해도 부모가 없다는 사실이 범죄자를 만든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듯이 이 책에서 말하는 지금까지의 사회를 만드는데 요구된 요소들이 모두 옳은 부분만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부족사회에서 혈족과 친족의 비리를 덮거나 비리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았고 독립거주하며 개인주의화 되며 준법정신을 가진 개인으로 변모했다고 보고 있지만, 오히려 가문의 명예에 개인이 손상이나 타격을 주어선 안 되므로 개인이었다면 어길 법률이나 기만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저자의 대부분에 주장이나 서술에 공감이 더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자가 이제까지 사회가 이루어진 과정을 되짚어보는 해석이 긍정적인 요인들에만 주목한 경향도 깊다는 것이 본서의 최고의 단점이 아닐까 싶다.

 

본서는 인류 발전의 과정을 심리적 측면에 주목하며 해석했다는 것에 남다름이 있다. [총 균 쇠][사피엔스]를 읽으며 갖게 된 상식을 상세한 부분에서 보완해 주는 장점도 크다. 다만 심리적 측면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수긍하는 면과 다른 견해가 떠오르는 면도 동시에 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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